케이블TV방송 업계와 지상파 방송사들의 정면 충돌로 1천500만 케이블 가입자들이 지상파 방송을 보지 못할 위기에 처하면서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도 고민에 빠졌다.
방통위는 지난 8일 서울중앙지법이 지상파와 케이블TV간 소송에서 지상파방송 프로그램의 케이블TV 동시 재송신 때 저작인접권을 인정해 주는 판결을 하자 케이블TV 업체와 지상파 방송사들을 불러 의견을 청취했다.
하지만 ▲지상파방송사들이 9일 '제도 개선없는 협상재개'를 주장하고▲ 케이블TV 사장들은 13일 '지상파 방송 송출 중단을 결의'하는 등 팽팽하게 입장이 갈리고 있다.
이에 방통위 뉴미디어정책과는 '지상파 재송신' 제도 전반을 보완할 연구반을 만들고, 내부 입장을 정리한 뒤 필요하다면 관련 법 개정에 나설 방침이다.
동시에 지상파 방송사들이 HCN을 상대로 제기한 형사소송을 취하하도록 권고하는 등 양측을 협상 테이블에 끌어들이는 일도 추진 중이다.
◆지상파 위상 흔들…유료 사업자로 간다?
논란은 지상파 방송사들이 케이블TV를 통한 자사 방송 프로그램 재전송시 저작권을 인정받아 돈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불거졌다.
티브로드 이상윤 대표는 "이번 판결로 한국의 방송시장 내에서 지상파의 정체성과 위성에 대해 재고해야 한다"면서 "보편적 시청권 보장이라는 공적 책무를 망각한 채 자사 이윤추구에만 몰두해 국가로부터 받은 독점적 주파수와 지위를 남용하는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KBS, MBC, SBS 등 3사는 전파사용료를 내지 않고 주파수를 독점적으로 사용하는 데다 KBS는 수신료까지 받으면서 무료 재송신을 금지해 국민 대다수(1천500만 케이블TV 가입자)에 돈을 추가로 받겠다는 건 잘못이라는 얘기다.
현재 지상파 방송사에 울며겨자먹기로 막대한 재전송 비용을 내고 있는 IPTV 업체들 역시 비슷한 입장을 보인 바 있다.
지난 2008년 8월 하나로텔레콤은 최시중 위원장과 통신업계 CEO 간담회에 맞춰 지상파전송 의무화를 KBS, EBS에서 MBC, SBS 등 모든 지상파방송으로 확대해 달라고 건의한 것.
방통위 고위 관계자는 "현재 KBS1과 EBS만 의무재전송 대상이 되는 것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수신료 인상 문제와 지상파 재허가 문제, 보편적 시청권 제도 개선 등과 맞물려 풀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상파 방송 재전송 정책, 원점에서 검토해야
우리나라의 지상파 방송 재전송 정책은 플랫폼 사업자에게 의무를 부과하는 'Must Carry'로 돼 있다. 즉 케이블TV 등이 KBS1과 EBS를 무조건 의무송신 해야 하는 것.
하지만, 유럽이나 일본 등 일부에서는 무료 보편적인, 공공적인 역할이 강조되는 방송 프로그램의 경우 'Must Offer'로 돼 있다. 'Must Offer'일 경우 해당 방송 프로그램 업체가 의무 재전송 의무를 지게 된다.
우리나라에 'Must Offer' 제도가 도입된다면 공영방송인 KBS와 EBS, 또는 여기에 MBC까지 포함해 뉴미디어 플랫폼에 의무 재전송해야 할 의무를 지상파 방송사가 지게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뿐만 아니라 KBS, MBC, SBS가 모두 같은 수준의 지상파 방송사인지를 두고도 논란이 크다.
특히 시청료 인상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KBS의 경우 시청료를 더 받으면서 난시청 해소를 위해 이용중인 유료방송 플랫폼에 대해서까지 재송신 대가를 받아야 하는 가가 이슈다.
길종섭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장은 "방송 시장 정상화를 위해 전제돼야 할 일이 바로 공영방송과 민영방송의 권리와 책임을 구분하는 일"이라면서 "민영방송이라면 전파사용료도 내고 콘텐츠 재송신 대가도 받을 수 있겠지만, 전파사용료를 내지 않는 공영 방송이라면 무료 보편적인 역할에 충실해 무료 재송신해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방통위 손승현 뉴미디어정책과장은 "지상파 방송사에 HCN에 대한 형사고소 취하를 권하는 등 양측의 중재에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학계, 연구계와 함께 지상파 재송신제도 연구반을 만들어 제도 보완을 검토중이며, 만약 이 연구반에서 나온 의견을 방통위원들께 보고한 결과 지상파 방송사의 저작권을 일정 정도 제한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면 법 개정에 나설 수도 있다"고 했다.
김현아기자 [email protected] 박정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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