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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꽁 얼었던 IT 경기, 확 풀리나


인텔-구글 등 연이어 '서프라이즈' 행진

1년 6개월 이상 침체 늪에 빠졌던 정보기술(IT) 시장에 봄이 찾아오고 있다. 주요 IT 기업들이 연이어 양호한 성적표를 내놓으면서 경기 회복을 실감케하고 있다.

그 신호탄을 쏘아올린 것은 세계 최대 반도체업체인 인텔이다.

IT 경기 선행 지표 역할을 하고 있는 인텔은 4분기 순익 10배 증가라는 깜짝 실적을 내놨다. 그러자 인텔의 경쟁업체인 AMD도 3년 만의 분기 흑자로 맞장구쳤다.

인텔과 AMD의 이 같은 실적은 올해 PC 시장이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시장 조사 업체들의 분석에 힘을 실어줄 전망이다.

대표적인 IT 서비스업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IBM 역시 분기 순익이 크게 늘어났다. 여기에다 구글, 이베이 같은 인터넷 기업들도 연이어 전년에 비해 대폭 향상된 실적을 내놓으면서 IT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키워줬다.

◆인텔-AMD, 반도체-PC시장 회복 기대감 키워

주요 IT 기업 중 가장 먼저 실적을 공개한 인텔은 지난 18일(이하 현지 시간) 전년에 비해 분기 순익이 10배로 늘었다고 발표했다. 4분기에 순익만 23억달러를 기록하면서 '어닝 서프라이즈'를 달성한 것.

이 같은 실적은 작년 2분기에 22년만에 첫 분기 적자를 기록하면서 충격을 안겨줬던 때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인텔은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28% 증가한 106억달러로 시장 예상치(102억달러)를 크게 웃돌았다.

이처럼 인텔이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내놓은 것은 넷북 등 저가 PC 판매가 꾸준히 늘어난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인텔은 4분기에 넷북과 스마트폰 등에 주로 들어가는 저가형 중앙연산처리장치(CPU) '아톰' 프로세서 매출이 크게 늘어났다.

지난 해 말 마이크로소프트(MS)의 새 컴퓨터운영체제(OS)인 '윈도7'이 출시된 점 역시 인텔 실적에 호재로 작용했다.

인텔이 강력한 경쟁업체인 AMD도 3년 만에 분기 흑자를 이끌어내면서 경기 회복 희망가에 동참했다. AMD는 지난 해 4분기에 11억8천만 달러(주당 1.52달러) 흑자를 기록한 것. AMD가 흑자로 돌아선 것은 꼭 13분기 만이다.

AMD는 또 매출도 지난 해 같은 기간보다 42% 늘어난 16억5천만 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 또한 월가의 전망치인 15억 달러를 웃도는 수준이다.

선행 지표 역할을 하는 인텔과 AMD가 양호한 실적을 내놓으면서 PC 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인텔의 실적 개선은 곧 미국 소매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는 신호탄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기타가와 미카코 가트너 애널리스트는 "PC 시장이 되살아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라며 "가격에 민감해진 소비자들이 넷북 등 저가 PC 구입을 늘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광고 시장도 회복세

인터넷과 서비스 부문에서도 매출 증가세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검색 황제' 구글은 1년 만에 가장 높은 분기 매출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활짝 웃었다.

구글은 21일 4분기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7% 증가한 66억7천만달러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지난 해 3분기 7%, 2분기 3% 성장률에 머물렀던 구글은 모처럼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힘을 냈다.

특히 구글은 4분기 순익이 19억7천만달러(주당 6.13달러)를 기록하면서 전년 같은 기간 순익 3억8천200만달러(주당 1.21달러0의 4배를 웃돌았다고 밝혔다. 구글 측은 온라인 광고 시장이 세계 경기 불황 직전 수준까지 회복된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에릭 슈미트 구글 최고경영자(CEO)도 이날 실적 발표 직후 컨퍼런스 콜에서 "콜러코스터 같던 분기 실적 행렬이 이젠 끝났다"고 선언했다.

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몰인 이베이도 지난 4분기에 4배에 육박하는 순익 증가를 기록하면서 인터넷 경기 회복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이베이의 4분기 순익은 13억5천만 달러(주당 1.02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3억6천720만 달러(주당 29센트)의 4배에 육박한다. 매출 역시 지난해보다 16% 증가한 23억7천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베이는 2010년에도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올해 순익을 16억3천만~16억8천만 달러, 매출액을 88억~91억 달러로 전망한 것.

대표적인 IT 서비스업체인 IBM도 4분기 순익이 8.7% 증가했다. 주력 부문인 서비스와 컨설팅 사업이 호조를 보인 덕분이다. 최근 몇 년간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부문에 집중 투자해 온 IBM은 이런 노력이 결실을 거뒀다고 설명했다.

특히 IBM은 서비스와 시스템 부문 마진율이 향상되면서 총 마진도 47.9%에서 48.3%로 크게 개선됐다고 밝혔다. 1억 달러 이상의 계약 건수도 22건에 이르고 있다.

◆"올해 IT 시장 8% 가량 성장"

이처럼 주요 IT기업들이 연이어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내놓으면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지난 해 약세를 면치 못했던 PC 시장은 올해 확실한 성장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작년 4분기 미국 내 PC 판매는 2070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24% 증가했다. 인텔, AMD 같은 업체들이 예상을 웃도는 성적표를 내놓은 것은 이런 시장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또 다른 시장 조사업체인 가트너는 올해 PC 수요가 최대 18%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망대로 될 경우 세계 PC 시장은 오랜 만에 두 자릿수 성장세를 기록하게 된다. 반면 아이서플라이는 올해 세계 PC 시장 규모가 3억2천만대로 지난해보다 8%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기대를 모으는 것은 PC 시장 뿐만이 아니다. 지난 해 지출을 대폭 줄였던 기업들이 올해 들어 주머니를 열면서 전반적인 IT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도 힘을 얻고 있다.

시장 조사업체인 포레스터 리서치는 최근 올해 IT 시장이 8% 성장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포레스터리서치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전세계 공공기관 및 기업 등이 IT 부문에 1조6천억달러 규모의 지출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해에 비해 8.1% 늘어난 수치다. 2009년의 경우 전년대비 8.9% 가량의 하락을 기록했다.

소프트웨어 부문은 전년 대비 9.7% 가량, 컴퓨터 하드웨어 등 장비 부문은 전년 대비 8.2% 가량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통신 장비 부문은 7.6% 가량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조사업체들의 낙관적인 전망에다 주요 기업들의 양호한 성적표가 맞물리면서 올해 IT 시장은 어느 때보다 훈훈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물론 몇몇 기업들의 실적 만으로 섣불리 경기 회복을 외치는 것은 성급한 처사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텔이나 IBM, 구글 같은 기업들이 갖는 무게를 감안하면 올해 IT 시장에 따뜻한 바람이 불어올 것이란 기대를 갖는 것이 전혀 터무니없는 낙관론만은 아닐 것이다.

김익현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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