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상임위 점거 등 우여곡절 끝에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가 개회됐지만 가장 첨예한 대립각을 이루는 상임위답게 여야 의원들은 여전히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였다.
문방위는 7일 전체회의를 열고 여야가 합의한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전파법 일부개정법률안 등을 상정했다.
여야 간사단은 이날 서로 냉각기를 갖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 하에 안건 상정만 하고 이날 회의를 마치기로 합의했으나, 의원들의 의사진행발언이 이어지면서 순식간에 말싸움의 장으로 변했다.
한나라당 강승규 의원은 이날 "법안 상정에 앞서 국회가 폭력으로 권위가 무너졌는데 민주당은 이에 대한 분명한 사과와 재발방지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국회법을 무시하고 간사 합의만으로 일부의 법만 편의적으로 상정하는 문방위의 진행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방송법 등 쟁점법안 모두를 상정해 줄 것을 요구했다.
같은 당 진성호 의원도 "다수결의 원칙이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대부분의 민주주의 국가들이 하고 있다"며 "그런데 이를 부정하고 문을 걸어 잠근 민주당은 사과해야 한다"고 성토했다.
진 의원은 이어 "민주당은 왜 80여석 밖에 못 얻었는지를 생각해봐야 한다"며 "민주당 문방위 의원들은 앞으로 폭력점거를 안하겠다는 다짐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맹비난했다.
같은당 주호영 의원은 "우리사회가 어느 순간부터 양비론으로 가고 있는데, 사실 대화와 타협, 다수결의 원칙이 없이 민주주의를 논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민주당이 국민여론 수렴 없이 (한나라당이)강행처리하려 했다고 비난하는데 공청회를 하고 여론을 모으려면 우선 상정부터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법안 상정을 막은 민주당을 비판했다.
주 의원은 한나라당이 청와대의 지시를 따르고 있다는 민주당의 비난이 일자 "한나라당 의원들처럼 소신을 가지고 하는 사람이 어디 있는가"라고 반발하면서 "그런 말을 함부로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강하게 항의했다.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처음에는 논쟁을 자제하려는 분위기였지만 한나라당 의원들의 비난에 발끈하면서 적극 반발했다.
민주당 이종걸 의원은 "우선 시작을 누가 했는지, 국회 파행에 대한 단초를 누가 제공했는지 가슴에 손을 얹고 잘 생각해보면 결과는 나올 것"이라며 "국회는 논의의 장이지 전쟁의 장이 아님에도 한나라당 지도부는 전쟁이니 속도전이니 마치 군사정권의 후계자처럼 행동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또 "청부입법이니 대리입법이니 말이 나온 것 자체가 의원으로써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라며 "야당을 모두 허수아비로 만들어놓고 직권상정을 요구하느니 하는 행태들이 과연 이나라 국회에서 있었던 일인지를 되돌아보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같은 당 장세환 의원은 "한나라당이 청와대의 심부름꾼인가"라며 "처음에는 민생법안과 반민주악법을 분리처리 한다고 했다가 청와대의 한마디가 나오니까 동시처리를 한다고 하질 않나 속도전, 전면전 이런 말을 다 하지 않았는가"고 말했다.
장 의원은 또 "다수결의 원칙은 맞지만 수의 힘을 믿고 한다면 소수는 방법이 없다"며 "특히 신문법과 방송법 같은 것은 국가 운명을 좌우하는 중요한 법인만큼 국민적 합의를 얻어야 함에도 힘으로 밀어붙일 거 같아 점거 농성을 한 것"이라고 국회파행 책임을 한나라당에게 지웠다.
반면 자유선진당 김창수 의원은 여야 모두의 잘못을 지적했다.
김 의원은 "양비론을 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국회 파행의 책임은 제1당과 2당이 크다고 본다"며 "그나마 작년 말 김형오 국회의장이 무더기 직권상정을 해서 법안처리를 했다면 18대 국회는 4년 내내 전쟁터가 되리라 비관했는데 그래도 여기까지 온 것은 다행"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어 "여야 의원들은 상대방을 잘못했다고 하지 말고 자성과 자책의 그런 말을 속기록에 올렸으면 한다"며 "다들 반성문을 쓰고 다시 새 출발을 하자"고 여야의 언쟁에 대해 비판했다.
한편 이날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의 민주당 비난 발언에 대해 민주당 전병헌 의원이 "외모도 좋으신 분이"라고 운을 띄우자 나 의원이 즉각 사과를 요구했고, 전 의원은 이에 "나 의원의 이미지가 좋다는 말이었는데 모욕감을 느꼈다면 사과드린다"고 발언을 철회하기도 했다.
문방위는 오는 8일 상정한 법안에 대한 심의를 시작하기로 하고 1시간 반여 만에 회의를 마쳤다. 그러나 초반부터 여야 간 뜨거운 논쟁이 이어지고 있어 법안심의가 정상적으로 이뤄질 지 관심이 집중된다.
박정일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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