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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엔 외면, 야당엔 욕' 서러운 국회 경호대


"인대 끊어지고 마이크로 찍히고…생명위협도 느껴"

여야가 6일 극적으로 쟁점법안에 대해 합의하면서 국회는 다시 평화가 찾아왔지만, 국회 경위·방호원들의 가슴속엔 큰 상처만 남았다.

이들에게 가장 큰 상처는 보름 넘게 지속된 야당과의 대치와 몸싸움 등으로 입은 부상보다, 평소 가까이 지냈던 정치인들로부터 당리당략에 의해 이용당했다는 배신감과 소외감이다.

경위, 방호원 등으로 구성된 국회 경위대는 지난 12월 2009년 예산안 심의 당시부터 한달 이상 24시간 대기상태로 치열한 몸싸움을 벌였다.

이들은 한달이라는 긴 시간 동안 집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소파에서 조각잠을 자는 등 강행군을 벌인 탓에 막판에는 야당 당직자들에게 허무하게 밀리는 등 극도의 피로감을 보였다.

또 이들 가운데는 야당과의 몇 차례 충돌로 인해 무릎 인대가 끊어져 전치 두달 이상의 중상을 당한 사람도, 허리를 다쳐 한쪽 다리가 마비돼 수술에 들어간 사람도 있다. 그밖에 부상을 당한 사람들은 수두룩하다.

그렇지만 이와 관련한 국회법 규정이 없어 이들은 치료비를 보상 받을 수도, 어디에 하소연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평소 친하던 사람들이 마이크로 머리를 찍어…여야 모두에게 아쉬워"

한 경호원(경위·방호원) A씨는 최근 일련의 국회 폭력사태와 관련 "평소에는 당직자들과도 친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대화를 나눴었는데, 이번 농성에서는 너무 격렬하게 대했다"며 "일부 의원들은 마이크로 직원의 머리를 내리찍고 욕설을 퍼붓는 등 폭력·폭언을 가했지만 (경호원들은)의원들에게 대들 수도 없어 고스란히 당했다"며 야당 의원들에게 섭섭함을 나타냈다.

여당 의원들에 대해서도 "지금까지는 여야 의원들이 싸우는 가운데 우리가 말리는 역할을 했었는데, 이번에는 우리가 여당 역할을 하다 보니 이용당했다는 느낌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며 "중과부적으로 야당에 당할 수밖에 없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여당 당직자들이 도와주지 않은 것도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여야 모두에게 소외감을 느꼈다면서 "모두 집에 가면 한 가정의 가장들인데 이런 소외감을 당하면서 일하려니 힘들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생명의 위협도 느껴"…외부인 통제 위해 경호권 강화 요구

더 괴로운 것은 국회 밖 사람들의 폭력과 적대적인 분위기다.

A씨는 이번 국회 폭력 사태의 주요 원인으로 외부 인사들의 무차별 폭행을 지적하며, 외부인들로 인한 폭력 방지와 국회 질서유지를 위해 향후 경호 인원 증원 및 체포권 부여하는 등의 적극적인 국회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는 사람들은 그나마 덜하지만 이번에 국회에 잠입한 야당 당원 등 외부에서 온 사람들은 우리를 알지 못해 더 많은 폭력을 가했다"며 "지난번 한 법원에서 어떤 사람이 법원에서 법관을 칼로 찔렀다는 말도 있는데 우리도 몇 년 전부터 이미 그런 사람들의 위협을 받고 있다"고 국회 경호원들의 실태를 고백했다.

이어 "심지어는 야구방망이를 들고 온 사람도 있는 등 언론보도가 없어서 그렇지 미친 사람들이 엄청 많이 오는데 의사당 벽까지 없앤다고 하니 걱정"이라며 "언제 어디서 당할지 모르기 때문에 어딜 가면 국회 사무처 직원이라는 말도 못할 지경"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한나라당 측에서는 국회 내 폭력 방지를 위해 국회법 관련 법규 개정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회법 개정안 추진을 주도하고 있는 한나라당 이범래 의원 측 관계자는 "질서유지에 관한 법규들이 10여개 있는데 선언적 규정이 많다 보니 내실 있는 폭력방지를 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며 "'국회 질서유지권'을 별도의 특별법으로 만들어 규율할 필요가 있다"고 법 개정 취지를 설명했다.

그는 또 "정권이 바뀔 때 마다 이렇게 난장판이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일종의 룰이 있어야 한다"며 "일부 의원들은 '앞으로는 보좌관·당직자들을 빼고 우리끼리 싸우자'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번 사태는 한마디로 난장판이었다"며 당위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아직 큰 틀에서 논의했을 뿐 세부적으로는 정해진 바가 없다고 밝히며, 앞으로 외국 사례들을 수집하고 토론회를 기획하는 등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정일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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