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등 야당이 사흘째 국회 본회의장을 점거하고 있는 가운데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28일 김형오 국회의장에 정식 공문을 통해 경호권 발동과 직권상정을 요청했다.
또 한나라당은 이날 당초 114개에서 85개로 처리 법안을 최종으로 압축하고, 연내처리 입장을 거듭 천명하는 등 여야의 대치가 정점으로 치닫고 있는 모습이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야당이 국회 폭력점거로 협상할 여지를 만들지 않고 외길로 가고 있다"며 "그래서 오늘 국회의장에게 민주당의 불법점거에 대해 국회의장에게 이런 사태를 해소시켜 주는 것이 맞다는 생각에서 정식으로 공문을 작성해 요구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국회의장께 직권상정으로 상임위에서 처리하기가 불가능하게 돼 버린 법안에 대해 직권상정으로 처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이 김 의장에게 '경호권 발동'과 '직권상정'을 공식 요청함에 따라 연내 법안 처리 문제의 공은 김 의장에게로 넘어간 셈이다.
현재 민주당이 문방위, 행안위, 정무위 등 회의장을 점거하고 있는 상황에서 김 의장이 한나라당의 직권상정을 받아들일 경우, 언론관계법과 이른바 '떼법' 방지법, 금산분리완화 등의 쟁점법안이 상임위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본회의에 상정된다.
한나라당은 이날 쟁점법안을 포함해 85개의 법안을 확정했다. 당초 114개에서 96개로 줄였다가 이날 85개로 압축한 것으로 여기에는 위헌·일몰 및 관련 법안 14개와 예산부수 관련법안 15개, 경제살리기 관련 법안 43개, 사회개혁 관련 법안 13개 등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민주당 등 야당이 강력 반발하고 있는 경제법안, 사회개혁법안 등 쟁점법안이 그대로 포함돼 있어, 한나라당의 강행 처리 의지가 그대로 담겨 있다.
홍 원내대표는 "경제살리기 법안 43건으로 한미FTA(자유무역협정)비준안을 비롯해 채권의공정한추심에 관한법, 국가재정법, 은행법, 금융지주회사법, 한국산업은행법 등 이 법은 경제 개혁과 관련있는 법"이라며 "이 법을 처리하지 않으면 정부의 경제정책을 처리할 수 없다. 더 이상 양보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그는 "공직선거법의 경우 헌재에서 위헌 판결이 났기 때문에 연말까지 정리하지 않으면 내년 4월 재보선을 치를 수가 없다"면서 예산부수법언 15개에 대해선 "예산은 책정돼 있으나 이 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예산집행이 불가능해 진다"며 연내 처리 당위성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홍 원내대표는 위헌·일몰 관련 법안과 예산부수 법안, 경제 살리기 법안에 대해선 거듭 '연내 처리' 입장을 밝히면서 사회개혁법안 13개에 대해서는 타협의 여지를 남겨뒀다.
그는 "야당이 경제살리기 법안, 일몰·위헌, 예산부수법안 등은 연내 처리해주고 사회개혁법안은 연말까지 꼭 처리하자는 주장은 아니다"라며 "사회개혁법안은 1월 8일까지 협의해서 처리했으면 하는 바램"이라고 밝혔다.
그는 "(사회개혁법안에 대해)야당이 (협의처리를)동의해 주면 야당이 처리시한을 더 시간을 잡자는 용의는 받아들일 수 있다"며 "사회개혁법안 중에는 야당과 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언론관계법안에 대해선 "17대 국회 때부터 국회에서 다 논의됐고, 더 이상 미루기가 어려운 법"이라며 "야당이 양보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한나라당은 29일 오전 의원총회를 열고 이날 확정한 85건의 법안을 보고한 뒤 법안 처리를 위한 당내 의견 수렴 등 차후 대책을 마련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철기자 [email protected]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