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와 함께 거대 TV시장을 구성하고 있는 유럽시장에서 '3강' 기업들의 위치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수 있을 정도의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필립스, 삼성전자, 소니 등 유럽 TV 시장 선두기업들은 19일(현지시간) 스페인 마요르카에서 개막된 'IFA(Internationale Funk Ausstellung) 프레스 컨퍼런스' 행사에서 2008년 시장 공략을 위한 계획들을 발표했다. IFA는 매년 하반기 독일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소비가전기기 전시·마케팅 행사.
최근 유럽시장에선 네덜란드 '국민가전기업' 필립스가 여전히 견고한 입지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전통적인 강자 소니를 뛰어넘어 1위 자리를 넘보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필립스의 북미 평판 TV시장 철수 및 소니의 저가전략 등 이슈가 맞물리면서 시장 상황이 흥미롭게 전개되는 모습이다.
◆필립스 "유럽시장에 역량 집중"
필립스는 최근 헬스케어, 조명, 친환경 등 사업에 눈을 돌리는 모습을 보이면서 평판 TV시장에서 점차 역량을 축소시킬 수 있다는 예측이 제기됐었다. 그러나 이번에 유럽 TV시장 최고자리 수성의 의지를 밝히면서, 경쟁사들에 쉽게 추격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필립스는 올해 친환경 백라이트 유닛(BLU)인 발광다이오드(LED) 탑재 액정표시장치(LCD) TV를 자사 최초로 출시하는 등 다양한 전략 제품군들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필립스는 LG전자와 함께 국내 액정표시장치(LCD) 제조업체 LG디스플레이(LGD, 옛 LG필립스LCD)의 주요 고객사 중 하나. 최근 필립스의 북미시장 철수로 LGD의 고객 기반과 관련해 제기됐던 우려는 일부 해소될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전자 '필립스 게 섰거라'…2008년 '야심작' 이번주 출시
삼성전자는 이번 컨퍼런스 행사에 자사 2008년 LCD TV 전략제품 '보르도 650'(애칭 '크리스털 로즈')을 전시하며 참석자들의 시선을 모았다. 회사 측은 국내에서 출시 20여일만에 5천대 판매를 돌파하며 인기를 모으고 있는 이 제품을 이번주 유럽시장에 출시하며 소니 견제 및 필립스 추격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다양한 제품군을 선보이되, 프리미엄급 제품에 더 공을 들이는 전략으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계획이다. 업계에 따르면 유럽시장에서 소니의 인지도가 정체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주요 국가에서 50% 이상 고객 인지도를 확대해가며 시장 점유율 또한 높여가고 있다.
또 "아직까지 소니가 유럽에선 저가전략에 나서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며 "프리미엄급 제품에 집중하되 향후 추이를 지켜보면서 면밀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소니의 컴백' 지켜보라"
유럽시장에서 예전같지 않은 위세를 보이고 있는 소니는 오는 8월28일~9월3일 독일에서 열리는 'IFA 2008'을 기점으로 대대적인 마케팅 공세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IFA 주최 측 고위관계자에 따르면 소니는 이번 전시회에서 대규모 TV 전시관을 꾸리고, 고객사 및 참가자 대상 프로모션에 나설 방침이다.
소니 측은 최근 유럽시장에서 삼성전자에 내줬던 점유율을 회복하겠다는 의지와 함께 '컴백' 의지를 공공연히 밝히고 있는 상태. 지난 'IFA 2007' 행사에서 주요 부스를 비공개로 차리면서 몸을 사렸던 소니는 이번 전시회에서 삼성전자와 비슷한 크기의 TV 전시관을 마련해 신제품을 대대적으로 홍보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들어 소니 측은 아직까지 이렇다 할 전략제품을 선보이지 않은 채 최근 북미와 중국시장 등에서 대대적인 저가공세에 나서면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세계 LCD TV시장에서 '삼성전자 타도'에 나서고 있는 소니가 유럽시장 공략 의지를 공고히 하면서 향후 어떤 '카드'를 꺼내놓을지 관심을 모은다.
이밖에 국내 LG전자와 일본 샤프, 파나소닉 등이 유럽 TV시장 경쟁 대열에 합류하고 있는 가운데, 올해 업계 순위에서 어떠한 지각변동이 나타날지 귀추가 주목된다.
마요르카(스페인)=권해주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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