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상위업체들이 모바일·그래픽 D램 등 고부가가치 제품의 비중을 늘리는데 일제히 나서고 있다.
지난해 PC용 D램 가격이 85% 이상 폭락한데 이어 2008년에도 뚜렷한 반등의 가능성이 높지 않기 때문. 1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하이닉스반도체, 엘피다메모리, 키몬다 등 D램 상위업체들은 올해 고부가가치 D램의 비중을 50~60% 이상 늘린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D램 업체들의 고부가가치 제품 분야 강화는 무한정 늘어나는 범용 D램의 출하량을 일정 수준 제어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PC용 D램 시황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대만의 후발 D램 업체들은 대부분 범용 D램에 치우친 사업구조를 갖추고 있어, 상·하위 업체 간 수익성 격차는 더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모바일·그래픽 D램 경쟁 격화
D램 업계에서 고부가가치(specific) 제품은 모바일·그래픽 D램과 일부 고성능 서버용 제품, 소비가전용 D램 등을 일컫는다. 서버용은 범용(commodity)과 고부가가치가 혼재해 있고, 소비가전용은 범용 D램보다 성능이 다소 떨어지면서도 공급물량의 제한으로 수익성이 높은 특성을 보이고 있다.
세계 2위 D램 기업인 하이닉스는 2008년 일부 고성능 서버용 제품을 포함해 올해 D램 매출에서 고부가가치 제품의 비중을 50% 이상으로 계속해서 높일 계획이다. 2007년 4분기 기준 하이닉스의 D램 매출은 범용이 40%대 후반, 소비가전용이 10%대 후반, 서버용은 18%, 그래픽은 10% 정도 비중을 차지했다.
삼성전자는 일부 서버용을 포함해 고부가가치 제품의 비중이 60% 수준으로 역시 점진적으로 모바일·그래픽 D램 분야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모바일 D램에 집중하고 있는 엘피다 역시 사업구조의 특성상 이미 2007년 말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이 6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 D램 분야에서 상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는 키몬다도 수익성 강화 차원에서 범용 D램 외 제품 부문을 강화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특히 하이닉스는 매출 비중이 미미한 모바일용 제품의 비중을 올해 D램 매출 중 10%대 수준까지 높이며 집중적으로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와 엘피다가 양분했던 모바일 D램 부문의 경쟁은 올해부터 크게 격화될 전망이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세계 모바일 D램 출하량은 256메가비트(Mb)를 기준으로 환산했을 때 2004년 1억5천800만개에서 2008년 21억2천200만개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연평균 91%의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하이닉스, 삼성전자, 키몬다가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그래픽 D램 부문에서도 3사 간 싸움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D램 부문에 50나노급 공정을 도입해 경쟁사를 압도할 계획인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고성능 DDR3 D램을 원활히 양산함으로써 고성능 서버·PC용 D램 시장에서도 점유율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 모바일 D램 출하량 점유율 현황
순위 | 회사명 | 2006년 | 2007년 3분기(누적) |
1 | 삼성전자 | 42.3% | 45.5% |
2 | 엘피다 | 43.0% | 40.0% |
3 | 키몬다 | 10.6% | 6.2% |
4 | 마이크론 | 4.1% | 4.3% |
5 | 하이닉스 | 0.0% | 0.6% |
◆대만 후발업체 고립 심화…D램 시황에 긍정적 영향 기대
부동의 D램 1위 기업 삼성전자는 여타 상위기업들처럼 고부가가치 제품의 비중을 급속히 늘린다는 방침은 세우지 않고 있다. 매출 비중이 큰 범용 D램 부문에서 일정 수준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다.
고부가가치 D램 사업을 거의 영위하지 않고 있는 대만 등의 후발기업들은 물량과 공정기술 면에서도 삼성전자 등 상위기업을 따라가지 못함으로써 위기가 가중될 전망이다. 이미 2007년 전반적으로 대규모 적자에 시달린 후발기업들은 순현금이 마이너스(-) 상태에 이르러 설비투자를 축소하지 않으면 버티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있다.
이에 따라 현재 삼성전자를 제외한 D램 업체들의 설비투자 축소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대만 기업들을 중심으로 생산물량 줄이기와 신규라인의 가동 연기도 속속 나타나고 있는 상태. 이런 가운데 D램 상위기업들의 고부가가치 제품 집중화는 나빠질대로 나빠진 D램 시황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하이닉스 관계자는 "고부가가치 제품의 비중을 높이는 일은 수익성 회복을 꾀하고 있는 모든 D램 기업들의 희망사항일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와 엘피다가 모바일 D램을 통해 상대적으로 양호한 실적으로 올린만큼, 모바일 쪽을 중심으로 프리미엄 제품을 집중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권해주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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