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2Mb-1Gb D램, '비트크로스' 첫 발생

해외 메모리반도체 후발업체들의 생산량 줄이기가 본격화될 조짐이 나타나면서, D램 512메가비트(Mb)와 1기가비트(Gb) 제품 간 '비트 크로스' 현상이 처음 발생했다.

이에 따라 D램 주력제품이 1Gb로 옮겨가는 현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현재 60나노미터급 공정까지 도입해 원가절감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한 국내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는 D램 '세대교체'로 더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된다.

메모리반도체 시장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DDR2 512Mb 667메가헤르츠(MHz) D램의 현물가격은 올해 초부터 미미한 반등을 지속하다가 17일 1달러까지 회복했다. 이날 2배 용량의 DDR2 1Gb 667MHz D램 현물가격은 1.97달러로 마감했다.

즉 512Mb D램 2개를 합친 가격이 1Gb 제품 1개 가격보다 비싸지는 '비트 크로스' 현상이 두 제품 사이에 처음 나타난 것이다. 메모리반도체 업계는 '비트 크로스' 시점을 주력제품이 더 큰 용량으로 이동하는 시발점으로 보고 있다. D램을 필요로 하는 쪽에서 512Mb D램 2개를 사는 것보다 1Gb 제품 1개를 구입하는 게 더 유리하기 때문에, 1Gb 제품의 수요가 크게 늘어나게 되는 것.

1Gb D램 현물가격은 지난 2007년 6월 말 5.8달러선으로 2.2달러 안팎이던 512Mb 제품 가격의 2배를 크게 초과했다. 그러나 하반기 D램 가격 하락이 이어지면서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엔 두 제품의 가격 차이가 2배를 약간 초과하는 현상이 계속됐다.

이번에 D램 주요제품 간 '비트 크로스'가 처음 나타났지만, 완전한 '세대교체'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다. 세계 D램 1위 기업 삼성전자는 2008년 1분기 중 512Mb 제품보다 1Gb D램을 수량 기준으로 더 많이 생산할 계획이라고 최근 밝혔다. 그러나 대만 등의 후발업체들은 아직까지 512Mb 제품을 더 많이 만들고 있는 상황.

실제 또 다른 메모리반도체 낸드플래시메모리를 보면 시장의 주력인 4Gb 멀티 레벨 셀(MLC) 제품과 8Gb MLC 낸드플래시 간 '비트 크로스'는 이미 지난 2006년 하반기에 나타났다. 하지만 8Gb 제품으로 주력제품이 이동하는 데에는 1년 가까운 시일이 걸렸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2007년 말을 전후로 4Gb 낸드플래시보다 8Gb 제품을 더 많이 생산하기 시작했다. 현재 17일 현재 두 제품의 현물가격은 2.74달러, 3.34달러로 2배는커녕 1개씩의 차이가 0.6달러에 불과하다.

'비트 크로스' 시점부터 주력제품 이동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것은 소형 모바일기기의 특성상 4Gb 낸드플래시 수요가 갑작스레 줄지 않았기 때문. 제조사들도 8Gb MLC 제품의 생산을 늘리기 위해 생산공정을 개선하는데 다소 오랜 시간을 투입했다.

낸드플래시와 달리 높은 성능에 초점이 맞춰진 D램은 '비트 크로스'와 함께 고용량 제품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도 올해 50나노급 공정까지 도입하며 경쟁사들보다 한 발 앞서 1Gb D램의 생산량을 크게 늘릴 계획이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 1Gb 제품이 가장 활발히 거래되는 시점은 올해 상반기 중으로 앞당겨질 전망이다.

◇512Mb-1Gb DDR2 667MHz D램 현물가격 추이 　(단위:달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