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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D vs SSD '용량경쟁' 흥미진진


대용량 확보기술 진화중…저장량 '역전시대' 올수도

디지털기기 저장장치 시장을 놓고 경쟁하고 있는 하드디스크 드라이브(HDD)와 솔리드 스테이트 디스크(SSD) 간 저장용량 싸움이 흥미진진하게 진행되고 있다.

SSD는 플래시메모리나 D램, 즉 고체반도체(Solid State)로 만드는 저장장치로 HDD보다 안정성이 높고 콘트롤러의 성능에 따라 HDD보다 월등히 빠른 읽기속도를 내는 것이 특징이다.

현재 상용화된 HDD의 최대 용량은 1테라바이트(TB), SSD의 최대 용량은 256기가바이트(GB). 보통 10배 정도 차이가 나는 가격 면까지 고려했을 때 HDD는 300~500GB 제품도 원활하게 팔리는 반면, SSD는 32GB만 돼도 일반소비자가 쓰기엔 적잖이 비싼 편이다. 따라서 다양한 강점에도 불구하고 용량과 가격 면에서 SSD는 HDD에 '게임이 되지 않는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하지만 이 같은 시각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 있어 관심이 쏠린다.

15일 SSD와 그 재료가 되는 플래시메모리 업계에 따르면 머지않아 SSD 용량이 HDD 용량을 뛰어넘는 '역전시대'가 열릴 수도 있는 것으로 파악돼 관심을 모은다. 이는 HDD의 용량 증대를 위한 기술발전 속도보다 SSD의 기술발전 속도가 훨씬 빠르다는 점에 기인한다.

◆SSD '1TB 시대' 그리 멀지 않다

플래시메모리 기반 SSD 탑재 서버·스토리지 업체 오픈네트써비스(ONS)는 최근 384GB 용량의 스토리지('하이브리드' 제품군) 2대를 온세통신에 공급했다. ONS의 스토리지는 SSD를 16개까지 꽂을 수 있는 제품으로 4대의 스토리지를 연결할 수 있는 호환성을 갖추고 있다. 이 스토리지 4대에 64GB SSD를 각각 16개씩 꽂으면 4TB 용량을 구현할 수 있게 된다.

비단 스토리지 제품뿐만 아니라 SSD 자체가 TB급 용량을 확보할 수 있는 날도 그리 멀지 않은 게 사실. SSD 제조사들은 보통 적층(패키징)된 낸드플래시메모리를 8~16개까지 하나의 인쇄회로기판(PCB)에 붙여 '두뇌' 역할을 하는 콘트롤러와 조합해 제품을 만들고 있다.

현재 패키징된 낸드플래시를 24개까지 붙일 수 있는 기술은 물론, PCB를 3~4개까지 연결할 수 있는 호환성도 어느 정도 확보된 상태. 최근 미국 비트마이크로가 400GB 용량의 SSD를 내년 초 상용화하겠다고 밝힌 것은 이러한 기술들을 기반으로 한다.

삼성전자, 하이닉스반도체같은 낸드플래시 제조사들은 대용량 제품을 공급하는 경우 메가비트(Mb) 또는 기가비트(Gb) 단위의 플래시메모리를 4~8개로 쌓아서, 즉 패키징해 내준다. 현재 시장의 주력제품인 8Gb 낸드플래시를 예로 들면 4~8개를 쌓아서 4GB 또는 8GB 용량의 단일 제품으로 MP3플레이어 제조사 등에 공급하는 것.

즉 낸드플래시는 적층기술을 바탕으로 성능보다 공간 절약과 대용량 확보에 중점을 두고 있다. 반면 D램은 높은 성능에 주안점을 뒀다는 점에서 1GB 이상 고용량이 요구되는 PC·서버용의 경우 비트 단위의 D램 단품을 여러 개 나열해 붙이는 식으로 표준화돼 있다는 점이 다르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 용량이 1년에 2배씩 늘어난다는 '황의 법칙'을 8년째 증명하며 최근 30나노미터 기반의 64Gb 낸드플래시를 개발하기에 이르렀다. 이 제품은 오는 2009년 상용화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황의 법칙' 증명에 쓴 기술력을 기반으로 향후 20나노 공정은 물론 256Gb 용량까지 확보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오는 2009년 64Gb 용량의 낸드플래시를 4~8개 단위로 패키징해, 8~16개까지 붙인 PCB를 다시 3~4개 연결해 SSD로 만든다면 이만해도 최대 용량이 3TB 이상에 이른다. 뿐만 아니라 낸드플래시 패키징 기술이나 PCB에 대한 적재량은 2년 내 2~4배까지 향상될 수 있는 상황이다.

물론 이는 아직까지 SSD로 쓰기에 성능이 떨어지는 멀티 레벨 셀(MLC) 낸드플래시를 기준으로 한 계산. 하지만 성능이 우수한 싱글 레벨 셀(SLC) 제품을 기준으로 해도 최종 SSD 용량은 절반밖에 줄지 않게 된다. 즉 SSD가 용량 기준으로만 봤을 때 TB급을 확보하는 일은 전혀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4TB HDD도 나올 예정…SSD 가격부문 변수

최근 일본 히타치GST는 오는 2011년 데스크톱 PC용 4TB 용량의 HDD를 상용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처럼 거대 용량을 확보하기 위한 HDD 진영의 기술 개발도 쉼 없이 진행되고 있다.

HDD 용량은 원판 모양의 플래터(자기디스크)와 정보를 읽는 바늘 모양의 헤더 사이 간격을 얼마나 미세하게 줄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업계는 최신 HDD 기술은 거대 항공기가 지면과 1.5㎜ 정도 간격을 두고 일정하게 비행하는 것과 같은 기술이라 설명한다.

HDD 업계는 여기에 플래터를 2~4장까지 위아래로 쌓아 현재와 같은 대규모 용량을 확보하고 있다. 히타치는 헤더 굵기를 2나노 수준으로 줄이는 기술까지 접목해 4TB 용량을 상용화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HDD의 용량 확대는 더 높은 디스크 회전수(RPM)와 소비전력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한계가 있는 상태. 더 많은 용량 확보를 위해 열과 소음이 늘어나고, 그만큼 안정성은 떨어진다는 문제도 발생한다. 플래터 부분만 해도 현재 4~5장 이상 쌓으면 안정성이 크게 떨어지는 문제를 안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SSD와 HDD의 용량 승부에 결정적인 변수가 될 수 있는 것은 바로 제품 가격이다. 현재 1TB 용량 HDD의 가격은 30만~50만원 정도로 웬만한 32GB SSD보다 싼 수준이다. SSD가 제아무리 빨리 용량을 늘릴 수 있다 해도, 소비자가 수긍할 수 있는 가격을 확보하지 못하면 용량 경쟁에 나설 수 없게 된다.

이 때문에 SSD 용량 자체는 오는 2009년경 1TB 이상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지만, 그 정도 용량의 제품이 시장에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최근 낸드플래시 가격이 급격히 떨어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SSD에 흔히 쓰이는 SLC 낸드플래시는 MLC 제품보다 가격이 1.5~2배 정도 높은데다, 최신 메모리반도체는 출시 초기 꽤나 고가에 매매되고 있다.

이에 대해 이상국 ONS 대표는 "낸드플래시 가격이 SSD 용량 확대의 최대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SSD가 대규모 용량을 확보해 HDD를 쉽게 대체할 수 있게 된다면 메모리반도체 제조사와 SSD 업체 간 매우 합리적인 가격에 제품 수급이 진행될 수 있는 가능성도 높다"고 전했다.

권해주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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