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메모리반도체 업체들이 줄줄이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업계 1~2위를 달리는 국내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가 양호한 실적을 보여 대조를 보이고 있다.
이는 상반기 D램 가격 급락 속에서 지속적인 생산량 증대 전략을 펴면서 하위업체들을 압박한 결과로 풀이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세계 메모리 반도체 업계 3~4위인 키몬다와 마이크론을 비롯해 대만업체들이 4~6월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엘피다와 이노테라 등이 흑자를 낸 것을 제외하고 대부분이 침체에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생산력 뒤지는 해외업체 수년만에 적자전환
키몬다는 올해 3분기(4~6월) 매출 7억4천만유로와 영업손실 3억6천600만유로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영업손실 규모가 매출의 절반가량에 이를 정도로 좋지 않은 실적이었다. 키몬다는 전기 및 전년 동기 나란히 5천800만유로의 영업이익을 올렸다가 이번에 적자로 전환됐다.
미국 최대 D램업체 마이크론도 3분기(3~5월) 12억9천400만달러의 매출과 1억9천500만달러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2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는 부진을 보였다.
대만 파워칩의 경우 지난 2003년 3분기 이후 3년여만에 적자에 빠지고 말았다. 주력 제품인 512메가비트(Mb) DDR2 UTT의 가격이 2분기 46%나 급락하면서 매출이 40%나 줄었다. 영업손실은 40억뉴타이완(NT)달러에 이르렀다. 난야테크놀로지 역시 2분기 순이익 기준 28억1천만NT달러의 손실을 기록하면서 2년만에 적자로 전환된 이익을 나타냈다.
플래시메모리 사업을 펼치고 있는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는 인텔과 합자회사를 설립해 분리키로 한 플래시메모리그룹의 2분기 매출이 3억3천100만달러, 영업손실은 2천500만달러로 1분기보다 적자가 확대됐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하이닉스, D램 BEP 수준이나 양호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부문의 2분기 매출은 2조4천500억원, 영업이익은 4천460억원이었다. 이익의 대부분은 2분기 가격이 반등한 낸드플래시메모리 부문에서 올린 것이고, D램은 손익분기점(BEP) 수준에 그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D램 가격의 급락과 치열한 생산량 경쟁의 여파 속에서도 흑자 기조를 유지했다는 게 의미있게 받아들여진다.
27일 2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하이닉스 역시 BEP 수준의 이익을 달성한 것으로 파악된다. 16분기 연속 흑자를 이어갈지 여부가 관심을 끄는 가운데, 해외업체들에 비하면 양호한 실적을 거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해외에선 세계 메모리반도체 업계 5위인 엘피다가 우수한 이익을 달성했다. 엘피다의 1분기(4~6월) 매출은 1천95억엔, 영업이익은 37억엔으로 집계됐다. 엘피다는 주로 PC업체가 아닌 소비가전·모바일용 등으로 제품을 공급하면서 단가 인하의 어려움이 덜했고, 파워칩과 함께 세운 렉스칩일렉트로닉스로부터 D램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아 흑자를 낸 것으로 파악된다.
이밖에 키몬다와 난야가 함께 세운 이노테라 역시 고효율의 D램 웨이퍼 생산에 집중하는 사업구조로 2분기 3억9천600만NT달러의 영업이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상반기 증권가에선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메모리반도체 가격의 침체 속에서 생산량 경쟁을 지속할 경우 국내외 업계가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차세대 생산공정의 도입과 생산설비 확대에 따른 규모의 경제에서 앞선 두 업체는 뚝심 있는 전략으로 불황을 극복하는데 성공했다.
김종갑 하이닉스 사장은 "연초 이후 D램 가격의 급락 속에서 생산량을 늘리는 전략으로 대응한 것이 주요했다"며 "상반기 실적은 목표치보다 낮았지만, 해외업체들에 비하면 크게 선전한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D램·낸드가격 연말까지 안정화…국내업체 이익 개선폭 클듯
최근 메모리반도체 업체들의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D램 고정거래가격이 2개월 연속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또 낸드플래시 가격도 고용량 디지털 멀티미디어 기기의 수요확대와 더불어 오름세를 보이고 있어, 하반기엔 업계의 실적 개선이 두드러질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하반기 수요에 대비해 생산량 확대를 위한 60나노대 미세공정 기술의 도입을 미리 진행해온 터라, 상대적으로 더 큰 실적 개선폭을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푸르덴셜증권의 박 현 연구원은 "D램 가격은 내년 1분기 중반까지, 낸드플래시는 올 연말까지 안정적인 오름세를 보일 전망"이라며 "하반기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가파른 수익성 개선 추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재 대만업체들이 70나노급 공정기술을 속속 도입하고 있는 가운데, 기술적인 한계로 수율을 끌어올리는데 적잖이 시간이 걸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때문에 하반기 D램 수급이 안정화되는 한편, 낸드플래시의 수요 확대가 더해지면서 제품단가 상승 및 업체 실적개선이 순차적으로 일어날 것으로 보는 분석이 우세하다.
단 내년 1분기엔 다시금 메모리반도체 업계에 공급과잉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재기되고 있다. 연말까지 하위업체들의 70나노급 공정전환이 완료되면서 공급이 다시 늘어날 수 있어, 내년 초엔 다시금 피 말리는 생산량 경쟁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권해주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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