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정표시장치(LCD) 사업이 성장기에 접어들면서 양적 경쟁보다 질적인 부분의 향상을 추구하려는 업체들의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매출과 출하량 면에서 각각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는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는 최근 약속이나 한 듯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을 높이는데 신경을 쓰겠다고 밝혔다. 외형을 키우기보다는 상대적으로 높은 이익을 올려 질적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방침인 것.
삼성전자는 지난 13일 2분기 실적발표 설명회에서 3~4분기 본사 기준 15%의 영업이익률을 달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이후엔 영업이익률을 20%까지 끌어올려, 자사 LCD총괄 부문이 회사 전체의 이익을 끌어올리는데 있어 핵심 역할을 담당토록 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LPL "이익률이 경쟁력이다"
삼성전자 LCD총괄은 지난 2004년 반도체총괄과 분리되면서 그해 1분기 8천400억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올렸었다. 당시 영업이익률은 35.3%. 그러나 이후 LCD TV와 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PDP) TV 간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패널 가격 또한 급락해, 삼성전자 LCD총괄의 영업이익 규모와 이익률은 모두 초라한 수준까지 떨어졌다.
2004~2005년 한때 100억~200억원 수준까지 떨어졌던 삼성전자 LCD총괄의 영업이익은 지난 1분기 700억원 수준에서 2분기 2천900억원까지 규모가 회복됐다. LCD 총괄의 2분기 영업이익률은 8.7%로 반도체·정보통신총괄보다 높은 수준을 기록했으나, 한창 때의 성적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LPL은 더 적극적으로 수익률 경쟁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권영수 LPL 사장은 "오는 2010년까지 세계 LCD업계에서 이익률 1위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전했다.
지난해 1분기 이후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던 LPL은 올해 2분기 극적인 반전에 성공해 연결 기준 1천5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단 매출이 역대 분기별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영업이익률은 4.5%에 그쳤다. LPL은 지난 2004년 2분기 7천71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33.1%의 이익률을 달성했었다.
LPL의 수익률 1위 전략은 기본적으로 '체질이 강한 회사'를 바탕으로 한다는 점에서 LCD업계에 시사하는 점이 크다. LCD업계는 그동안 급변하는 시장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지 못해, 이익의 변동폭이 크게 나타날 수밖에 없었다.
LPL은 지난 4월부터 '극한도전'이란 정신을 바탕으로 생산성을 극대화시키도록 하는 '맥스캐파' 체제를 갖추는 등 외부 환경변화에 대한 내성을 키우는데 집중하고 있다.
◆세계 LCD 빅5, 수익성 경쟁 점화
지난 1분기 세계 5대 LCD업체 가운데 영업이익률 1위를 달성한 곳은 일본의 샤프였다. 샤프 LCD 부문은 비수기와 패널가격 하락이란 어려움 속에서 1천72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7.5%의 이익률을 기록했다.
이 기간 삼성전자 LCD총괄과 대만의 치메이옵토일렉트로닉스(CMO)가 2.5%, 1.3%의 영업이익률을 올리는데 그쳤고 LPL과 AU옵트로닉스(AUO)는 2천80억원, 1천18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국내와 대만업체에 비해 출하량이 월등히 적은 샤프는 TV용 LCD 패널을 중심으로 높은 평균판매단가(ASP)를 고수하는 전략을 취해, '수익률 전쟁시대'의 모범적인 대응사례를 보여줬다.
올해 하반기엔 노트북과 모니터용 패널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는 것은 물론, 극심한 침체를 보였던 TV용 패널도 수요확대와 공급부족의 좋은 분위기 속에서 안정성을 보일 전망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 업체들 사이 최고의 이익률을 달성하기 위한 경쟁 또한 흥미롭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메리츠증권의 문현식 연구위원은 "LCD업계가 이익률에 신경을 쓴다는 것은 그동안 지속해온 출혈경쟁을 자제한다는 조치로 받아들일 수 있다"며 "국내업체들이 대만업체들에 비해 TV용 대형패널에서 1년 정도 경쟁력이 앞서기 때문에, 수익률 면에서도 우수한 결과를 기대해 볼만 하다"고 전했다.
또 "상반기까지 단가인하에 시달렸던 국내 부품·장비업체들도 당분간 단가에 대한 추가 압력없이, 패널제조사들의 수익성 개선과 함께 동반 성장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해주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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