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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해주]디스플레이협회장의 '같기도'


"패널을 같은 크기로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러나 제조사 간 선의의 경쟁과 소비자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선 표준화와 더불어 크기의 차별화도 필요하다."

이상완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초대회장(삼성전자 LCD총괄사장)의 알쏭달쏭한 발언이다. 50인치대 이상에서 패널크기를 똑같이 맞추겠다는 건지, 각각 다른 크기로 가는 게 옳다는 건지 명확치 않다.

이 회장은 초대협회장으로서 각오와 향후 계획을 알리기 위해 16일 충남 천안의 삼성전자 탕정 LCD사업장에서 기자간담회를 마련했다. 한 시간여 동안 진행한 질의응답이 끝나자 기자들 사이에서 이 회장의 '같기도 화법'에 대한 얘기가 흘러나온다. '애매한' 느낌을 가진 것은 기자 만은 아닌 듯 했다.

디스플레이 대기업 간 상생협력 계획에 대한 궁금증은 속 시원하게 풀리지 않았다. 이에 중소 부품·장비업체들이 겪고 있는 단가인하 문제점을 거론하며, 합리적이고 투명한 단가결정 체계를 정립할 필요가 있지 않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이 회장은 "좋은 지적"이라 답했다. 그러나 이어진 발언의 내용은 국내에 세계 10위 안에 드는 부품·장비·소재업체들이 전무한데, 중소 납품업체들끼리 결합해 역량을 높이고 매출처를 확대해 덩치를 키워나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외부에서 보기에 삼성이나 LG가 협력사의 교차납품을 제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실제 그렇지 않으며, 납품업체들의 제품공급은 각각의 제조사들로 더 확대돼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하기는 했다. 핵심 소재의 국산화를 위해 중소기업 및 기술 육성에 대해서도 많은 얘기를 했지만, 부당 단가인하 압력에 대한 해결책은 제시하지 않았다.

80년대 후반 후발주자로 LCD 및 PDP 분야에 뛰어든 국내 디스플레이 제조사들은 짧은 기간 세계 1, 2위를 다투는 눈부신 성과를 이뤘다. 이제 상호 패널구매, 공동 연구개발(R&D), 특허정보 공유, 협력사 수직계열화 타파 등으로 '성장통'을 이겨내며, 새로운 도약을 하기 위해 디스플레이산업협회가 발족됐다.

그동안 치열한 경쟁구도 속에서 고착화된 관행으로 디스플레이 업계의 상생협력이 더딜 수밖에 없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그만큼 이 회장이 뚜렷한 방법론을 가지고 회원사 간 논의를 하루 빨리 구체화 해 나가야 한다는 생각이다.

권해주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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