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포털은 대한민국의 인터넷 관문국이다. '검색'이 평등하게 이뤄지도록 자동검색이란 공적인 성격을 부활해야 한다"
15일 국회 정무위원회 진수희(한나라) 의원이 주최한 '검색서비스사업자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에서는 인터넷포털에 사회적 책임을 부여하기 위한 갖가지 제안들이 나왔다.
진 의원이 준비중인 법안은 네이버 등 인터넷포털을 검색서비스사업자로 보고 등록시킨 뒤 정통부 장관으로 하여금 규제하게 하자는 것이다.
포털은 ▲ 내부편집에 의해서가 아니라 기계적 엔진을 이용한 '자동검색서비스'를 제공해야 하고 ▲ 제공되는 콘텐츠에 대해 명예훼손 등의 우려가 있을 때 원클릭으로 신고할 수 있는 '즉시 신고버튼'을 달아야 하며 ▲ 콘텐츠제공업체(CP)에 부당한 요구를 할 수 없으며 ▲ 기사편집위원회를 두는 등 언론으로서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이 법안에 따르면 광고와 정보가 혼란을 줄 수 있기 때문에 ▲ 광고라면 '광고'라고 표시해야 하며 ▲ 검색창에 광고를 삽입하는 행위도 할 수 없게 된다.
진수희 의원은 "포털은 인터넷 세상에서 독과점 지위를 누리지만 관련법이나 제도는 미비하다. 사이버 명예훼손이나 불공정한 거래관행 등으로 문제가 크니 규제를 위한 최소한의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이 법안이) 강력한 규제를 통해 포털을 억압하자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진 의원 말처럼 이날 토론회에 참가한 사람들은 모두 인터넷포털에 사회적인 책임이 강조돼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그러나 각론에서는 생각이 달랐다.
즉시 신고버튼을 콘텐츠별로 다는 일이나 기사편집위원회를 두는 일, 검색등록비를 받지 않는 것 등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
NHN 정민하 팀장은 "이미 뉴스 댓글에 대해서는 댓글마다 신고버튼을 적용하고 있으며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20만~50만원하는 검색어 등록비용에 대해서도 "우리나라는 음란물 등에 있어 규제가 심한 나라여서 성인사이트 등에 대해 등록비를 받고 이를 검증을 위한 인건비로 썼지만 이에대해 고민하고 있다. 새로운 정책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자동검색' 의무화에 대해서는 이견이 컸다.
진수희 의원과 임덕기 지적재산권법제연구원 박사, 최내현 인터넷콘텐츠협회장 등은 인터넷 검색의 공공성을 강조했다.
임덕기 박사는 "검색은 공익적인 측면이 크니 기존 영리 사업자와는 차별돼야 한다. 법이 추구하는 것은 '구글'이 아니고 콘텐츠 업체와의 상생을 위한 것이다. 기존 검색과 자동검색 2가지를 제공하고 네티즌이 선택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내현 인터넷콘텐츠협회장은 "포털로 인해 신규사업자의 진입이 어렵다는 게 문제"라며 "자동검색과 편집검색을 모두 할 수 있게 할 경우 편집된 화면에 있어서도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콘텐츠기업들이 개방 검색을 주장하는 것은 포털이 하나의 블랙홀이 돼서 우리나라에서는 위키피디아, IMDB같은 전문 데이터베이스가 성장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예컨데 야후닷컴의 경우 특정 영화를 치면 야후무비란을 여러가지 검색결과와 함께 병렬적으로 노출하는 데 반해 우리나라 포털들은 자사 서비스만 중심으로 보여준다는 것.
최내현 회장은 "다음, 엠파스 등은 그래도 카테고리별로 내부 데이터베이스와 독립사이트의 검색결과를 함께 보여주는데 네이버는 그렇지 않다"고 비판했다.
편집검색에 따른 네이버로의 블랙홀 현상이 CP(콘텐츠제공업체)와의 상생을 가로막고, 우리나라 인터넷산업의 기반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법으로 '자동검색'을 의무화할 수 있는지, 소비자에게 바람직한 것 인지는 논란의 대상이었다.
'자동검색'의 정의를 외부 웹페이지 검색으로 한정한 다 해도 자동검색이 검색의 질을 보장해 줄 수 있는 지 보장할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 구글식의 개방검색이 네이버식의 편집검색보다 인기를 끌 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게다가 검색사업자에게 '자동검색'을 강제할 경우 오히려 현재 부동의 1위 기업인 '네이버'로의 고착현상을 강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으며, 기업의 아이디어와 창의성을 가로막는 위헌소지도 제기된다.
최성진 다음 대외협력실장은 "자동검색은 의도는 좋지만 구글이 훨씬 더 음란물에 취약하듯이 문제가 생길 수 있으며, 포털간 검색기능이 비슷해지면 현재의 시장질서를 강화하고 1위 사업자에게 도움이 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들어 인터넷업계의 주된 추세는 블로그나 UCC(이용자제작콘텐츠)같은 대용량 데이터에 적합한 검색서비스를 오픈하는 일이다.
다음, 엠파스, 온네트, 올블로그 등이 네이버를 넘어서기 위해 새로운 검색 기술에 투자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검색서비스사업자에 대한 '자동검색' 의무화는 시대에 뒤떨어진 감도 있다.
토론회에 참가한 김영문 정통부 서기관은 "법안 취지에 공감하며 정통부에서도 포털규제와 관련된 TFT를 만들어 과제들을 수행하고 있다"며 "(그러나) 자동검색이 (검색의) 신뢰도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는 지, 포털뿐아니라 심지어 정부 홈페이지에서도 검색창을 제공하는 상황에서 검색서비스사업자의 정의도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국세청의 세무조사나 공정위 조사 때문이 아니더라도 인터넷포털에 대한 적절한 규제가 필요한 시점이 됐다는 공감대가 이뤄진 토론회였다. 인터넷포털 역시 '자율규제'만 주장할 게 아니라, 스스로 포털규제법안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는 등 공적인 영역으로 다가서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김현아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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