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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김범수는 무엇을 바꾸고자 하는가


[아이뉴스24 이정일 기자] ‘낙관적 편향’(optimism bias)이라는 게 있다. 자신은 불행한 사건에 휘말리지 않을 거라고 믿는 심리다. 교통사고, 갑작스러운 이별, 스미싱(문자메시지를 통한 개인정보 이용 해킹) 피해 같은 불행 따위는 자기를 비켜갈 거라는 막연한 기대다.

"내가 암으로 죽을까?" 물었더니 ‘그럴 것’이라고 답한 비율은 실제 통계인 3분의 1보다 훨씬 낮다는 조사도 있다. '당신은 스미싱 피해를 당할 것 같냐'고 물으면 십중팔구는 손사래를 친다. 이런 낙관적 편향은 ‘잘 될 거’라는 자기 암시에서 비롯된다. 신경 과학 전문가 탈리 샤롯은 낙관적 편향이 엄청난 성과를 내기도 한다고 했다.

그러고 보면 카카오는 낙관적인 성향이 강한 조직이다.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의 성격이 그렇다. 그는 과거 인터뷰에서 "저는 낙관적인 사람이라 누구와 다투지 않고 살아 왔다”고 했다. 어려서 집안 형편이 어려워 부모님이 다툴 때마다 가족 해체를 두려워했던 기억도 조심스럽게 꺼냈다. 그것이 '갈등을 회피하려는 성향'으로 이어졌다는 고백이었다.

그래서인지 그는 한번 맺은 인연을 쉽게 저버리지 못한다. 일을 맡기면 모든 것을 믿고 전권을 준다. 1년 8개월 전 경영에서 물러날 때도 계열사의 책임 경영에 힘을 실어줬다.

그런 그가 안팎으로 수난을 겪고 있다. 카카오를 둘러싼 논란에 등 떠밀리듯 다시 경영에 복귀했다. "최근 상황을 겪으며 나부터 부족했던 부분을 반성한다."(10월30일 비상경영회의) 이 간명한 사과는 많은 변화를 예고했다. 당장 그는 매주 월요일 비상경영회의를 주재하며 사태 수습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금까지 각 계열사의 자율과 책임경영을 위해 권한을 존중해 왔지만 창업자이자 대주주로서 창업 당시의 모습으로 돌아가 위기 극복을 위해 책임을 다할 것이다."(11월6일). "관리 프로세스에 느슨한 부분이 있는지 철저히 돌아보고 준법, 인사, 재무 등에서 밀착 관리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편하기를 강력히 권고한다."(11월27일)

‘책임을 다하겠다’에서 ‘강력히 권고한다’로 톤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20일 회의에서는 굳은 표정의 사진이 이례적으로 공개되기도 했다. 그만큼 ‘절박하다’는 메시지를 가감 없이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다.

외부감시 기구인 ‘준법과 신뢰위원회’(준신위) 설립은 그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김 센터장의 간곡한 부탁으로 위원회에 합류한 김정호 카카오 경영지원총괄은 이렇게 회고했다.

”카카오 인사와 감사를 제대로 조사하고 잘못된 부분은 과감하게 고쳐줬으면 좋겠다는 부탁을 들었다. 2번은 거절했는데 3번째에는 결국 승낙했다."(김 총괄 페이스북) 준신위 위원장을 맡은 김소영 전 대법관도 비슷한 취지의 말을 했다. “위원회의 독립적 권한을 인정하고 전사 차원의 지원을 다하겠다는 김범수 센터장의 각오를 들은 후 위원장직을 수락했다.”

외부 인사에 대한 '삼고초려(三顧草廬)'는 조직 쇄신에 대한 그의 고민이 얼마나 깊은지 보여준다. 내부의 자발적인 변화로는 한계가 있으니 외부의 강도 높은 충격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그는 그렇게 읍참마속(泣斬馬謖)을 택했다.

카카오 사태가 언제 어떻게 마무리될 지는 알 수 없다. 수사 대상인 김범수 창업자의 거취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다만 확실한 것은 카카오와 그 자신에게 더 이상 퇴로가 없다는 사실이다. 조직 쇄신에는 갈등과 진통이 따르기 마련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단호함이고, 냉정한 현실직시다. 그것만이 카카오를 살리는 길이다.

/이정일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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