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현대인의 고질병 ‘허리디스크(요추추간판탈출증)’로 사회·경제적 비용은 점점 커지고 있다. 국내 기준 연간 200여만명이 허리디스크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요양급여비용총액 또한 2017년 약 6600억원이었는데 2021년 8700억원을 넘어서며 4년 새 30% 이상 증가했다.
의료계에서는 효과적이고 경제적 허리디스크 치료법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
미국내과학회(American College of Physicians, ACP)는 급성·만성 요통 환자에게 침치료·수기요법 등 비약물적치료를 우선적으로 권고하고 있다. 반면 주요 임상지침에서 약물치료에 대한 중요성은 점점 감소해 꼭 필요한 경우에 이득과 위해를 고려해 최소용량으로 짧은 시간 사용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국내에서 허리디스크 환자의 약 80%는 진통제를 처방받고 있으며 신경차단술이나 주사치료를 받는 환자도 상당수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소장 하인혁) 김두리 원장과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창현 박사 연구팀은 허리디스크 환자에 대한 비약물치료가 신경차단술, 진통제를 포함한 적극적 약물치료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우월한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연구를 통해 확인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비약물치료에 대한 효과와 경제성을 밝힌 이번 공동연구는 한국한의학연구원의 기본사업 위탁연구 지원을 받아 진행됐다. 국제학술지 ‘통증연구저널(Journal of Pain Research)’ 9월호에 실렸다.
연구팀은 먼저 중증 하지방사통이 3일 이상 지속된 허리디스크 환자 30명을 비약물치료군과 약물치료군으로 나눴다. 8주 동안 주 2회의 치료를 진행했다. 치료가 끝난 9주 차부터 27주 차까지 환자들의 회복 경과를 추적, 관찰했다.
요통과 하지방사통의 NRS(통증숫자평가척도)와 ODI(기능장애지수) 등 통증 정도 변화를 확인할 수 있는 평가지표를 활용해 각 치료군의 효과를 비교·분석했다. 숫자가 높을수록 NRS(0~10)는 통증이, ODI(0~50)는 장애의 정도가 심함을 뜻한다.
비약물치료군은 치료 기간 동안 1인당 약 15회의 침치료와 추나 요법을 받았다. 약물치료군은 1인당 평균 53.9일의 약을 처방 받았다. 아세클로페낙(aceclofenac), 프레가발린(pregabalin), 트라마돌과 파라세타몰(tramadol and paracetamol)과 같은 약물이 공통적으로 처방됐다. 신경차단술은 11명의 환자가 받았으며 1인당 평균 1.4회 시행됐다.
연구의 1차 평가지표로는 허리디스크로 인한 하지방사통의 NRS가 활용됐다. 치료 전 평균 6.9였던 각 치료군의 NRS는 치료가 끝난 9주 차에 비약물치료군은 2.83, 약물치료군은 2.73으로 감소했다.
이후 비약물치료군은 26주차까지 비슷한 통증정도를 유지했다. 반면 약물치료군은 14주차에 통증이 4점대까지 증가했다가 다시 감소했다. 이러한 경향은 요통NRS와 ODI에서도 동일하게 관찰됐다. 연구팀은 이를 통증을 즉각적으로 억제해주는 약물치료에 비해 비약물치료가 보다 안정적 효과를 갖는다고 평가했다.
각 치료군에 대한 경제성 평가에서도 비약물치료군은 더욱 비용효과적 치료인 것으로 나타났다. 질보정수명(QALY, Quality Adjusted Life Year)으로 측정된 삶의 질은 비약물치료군에서 더 높았다. 치료에 발생한 비용도 비약물치료군(7907달러)이 약물치료군(8589달러)보다 낮게 발생했다.
해당 논문의 제1 저자 김두리 원장은 “허리디스크는 통증 외에도 정신적·사회적 요인 등에 영향을 미쳐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며 “이번 연구가 환자들이 침치료 등의 비약물치료를 통해 보다 안정적 치료 효과와 높은 삶의 질을 누릴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정종오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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