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최석범 기자] 매일 무수히 많은 정보가 쏟아집니다. 정보 유통이 빛의 속도로 빨라져 늘 새로운 얘기에 둘러싸입니다. 모두 사람이 하는 일입니다만, 그 안에 어떤 고민과 혜안이 녹아있는지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아이뉴스24가 시작합니다. 화제의 인물을 찾아 직접 묻고, 듣겠습니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 [편집자]
미국 최대 재물보험사 FM글로벌이 한국 시장에 진출한 지 1년이 넘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 진출했을 당시 11명이었던 직원은 17명으로 늘었다. 지난 8월엔 한국 진출 1년여 만에 의미 있는 계약도 체결했다. '대부분의 손실은 예방할 수 있다'는 FM글로벌의 철학에 공감한 회사와 첫 거래를 텄다.
계약을 주도한 건 심용주 FM글로벌 한국지점 대표다. 그는 "아직은 미미하지만, 우리의 철학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고객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FM글로벌의 한국 시장 진출 1년을 맞아 심 대표에게 그간의 소회와 한국 시장 전망, 최근 화두인 기후변화 리스크 대비 이슈를 들어봤다.
'손실 대부분 예방' 철학 공유한 고객과 계약
- 한국에 진출한 지 1년이 넘었다.
"작년 7월 말 감독 당국으로부터 라이선스를 받고 올해 초 본격적으로 업무에 들어갔다. FM글로벌의 가치인 손실 예방(Loss Prevention)을 알리고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줄지 고민하고 있다. 한국에서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회사들과 계속 의견을 주고받고 있다."
- 국내 손해보험사의 견제가 있었나.
"견제한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FM글로벌은 일반 손해보험사와는 조금 다르다. 우리의 고객은 사업장의 위험(Risk)을 개선하려고 목이 마른 사람들이다. 단순 성장을 위해 고객과 비즈니스를 하지는 않는다."
- 성과가 있었다고 들었는데.
"지난달에 새로운 고객과 계약을 체결했다. 구체적인 회사 이름을 말하기 어렵지만, 한국에서 이름만 대면 알만한 회사다. 우리의 철학을 함께하는 고객이라면 1년에 서너 건의 계약만 해도 충분하다. 우리의 가치를 계속 알리면 함께하는 고객도 늘어날 것으로 본다."
기후변화 리스크도 관리 가능
- 최근 기후변화에 관심이 많다. 이 위험에도 대비할 수 있나?
"기후변화 리스크도 대부분 대비할 수 있다. 전통적인 기후변화 리스크는 태풍에 의한 폭우와 강풍이다. 폭우는 홍수를 발생시킨다. 이를 리스크 측면에서 보면 차수벽을 설치하는 식으로 예방할 수 있다. 강풍에 의한 벽체 손상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는 직원이 사업장을 방문해 어떤 방식으로 대비할지 엔지니어링을 한다."
- 좀 더 자세히 말해달라.
"FM글로벌은 향후 기후변화로 인한 환경변화를 시뮬레이션한다. 이를 통해 사업장이 위치한 곳의 기후변화 리스크를 예측한다. 사업주로선 당장엔 기후리스크가 없지만, 앞으로는 어떨지 궁금할 수 있다. 예를 들어 A 사업장이 위치한 곳은 홍수 지역이 아니지만, 30년 뒤에는 해수면이 상승해 홍수 지역으로 변할 수 있다."
- 그렇다고 30년 뒤의 일에 보험을 들라고?
"우리는 이런 기후변화를 예측해 제공한다. 공장을 짓는 경우 용지 매입부터 개입해 돕는다. 고객은 FM글로벌을 통해 부지 위치의 태풍 발생 여부, 태풍의 규모를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다. 홍수 지역인지도 가늠할 수 있다. 만약 용지 매입을 끝낸 상태라면 기후변화 리스크에 대비하는 설루션을 제공한다. 제대로 된 위험성 평가를 통해 기후변화 리스크에 대비하게 한다."
- 리스크 대비 차원에서 고객에게 돈을 준다고?
"FM글로벌은 잉여금이 나오면 고객에게 일정 부분을 돌려준다. 이를 회복 탄력성 크레디트(Resilience Credit)라고 한다. 기후변화 리스크에 대비해 개선할 부분에 쓰라는 취지다. 지난해에는 FM글로벌에서 3억달러 정도를 지급했다. 올해는 3억5000만달러 정도가 지급될 예정이다. 우리는 이 돈을 지급해 줄일 수 있는 피해 금액을 200억달러 정도로 본다."
- 한국이 기후변화 리스크에 노출됐다고 보는가.
"기후변화 익스포저(위험노출)는 확실히 있다. 기후변화로 태풍의 강도와 경로도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최근에 발생한 태풍은 한반도 남쪽에서 북쪽으로 관통했다. 100년에 한 번 나올 태풍이다. 과거의 패턴들이 깨지고 있다. 손실 예방 전문가의 상담을 받아 기후변화 리스크에 대응하는 게 필요하다."
지속 성장을 위해선 회복탄력성 높여야
- 회복 탄력성을 계속 언급하는데 무엇인가.
"회복 탄력성(Resilience)은 재난의 영향으로 피해를 본 뒤 원래 상태로 되돌아가려는 성질을 말한다. 회복 탄력성이 높은 사업장은 재난의 영향을 받아도 다른 곳보다 빠르게 원래 상태를 회복한다. 피해를 본 뒤 원래대로 가는 기간이 짧은 사업장이 회복 탄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회복 탄력성이 부족하면 원 상태로 회복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써야 한다."
- 구체적으로 말하면?
"생산동에 불이 났다고 가정하자. 생산동이 전부 파손되면 건물 설계부터 준공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생산동이 가동을 멈추면 서플라이 체인(공급망)에도 문제가 생긴다. 공급망부터 회사 평판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다음에는 주가에 변동이 생길 수 있다."
- 회복 탄력성이 기업 성장에 영향을 주는가.
"포춘 1000대 기업 중 30~35%가 FM글로벌의 고객이다. 이 기업들의 오너들은 지속 성장과 주주 이익 극대화가 가장 큰 관심이다. 이를 위해선 회사 운영과 평판에 문제가 생기면 안 된다. 이런 관점에서 고객들이 저희를 믿고 성장해 오고 있다. 저희와 100년 가까이 관계를 유지하면서 성장한 사례도 있다."
한국은 아시아에서 가장 매력적인 시장
- 해외 보험사는 한국을 떠나는데 오히려 진출했다.
"저희는 생각이 다르다. FM글로벌은 한국을 매력적인 시장으로 본다. 제조와 관련된 대부분이 한국에 들어왔다. 반도체, 배터리, 발전소 등 미국에 있는 모든 산업군이 한국에 존재한다. 최근엔 방산 분야도 한국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한국은 국내에 사업장을 운영하기도 하지만, 해외에 사업장을 만들기도 한다. 한국의 고객은 손실 예방에 관한 필요성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다."
- 아시아에서 순위를 매기면?
"내가 보는 관점에선 한국이 아시아에서 톱이다. 한국의 장점은 공급망에서 반도체가 중요하다. 한국은 이 반도체의 점유율이 상당하다. 배터리 역시 마찬가지다. 배터리 회사는 한국에 본사가 있지만, 유럽과 미국에 투자한다. 과연 이런 나라가 아시아에서 몇 개나 있을지 생각해 보면 된다."
- 한국 시장 공략이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한국 시장에 진출한 지 얼마 안 되다 보니 아직은 네트워크가 부족하다. 한국의 대기업과 보험사는 이미 기존의 네트워크가 있다. 그러나 FM글로벌은 200년 동안 집적한 데이터와 실제 테스트한 경험치를 보유하고 있다. 전 세계에 있는 엔지니어들은 이를 바탕으로 만든 동일한 기준(FM글로벌 스탠더드)으로 위험 평가를 한다. 한국이든 미국이든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같은 서비스를 받는다. 처음에는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저희와 철학을 가지고 동행할 기업이 있다고 본다."
심용주 대표는 경남대학교 화학공학과를 졸업했다. 2004년 FM글로벌에 입사해 2011년까지 한국과 싱가포르 사무소에서 필드 엔지니어로 재직했다. 2012년 FM글로벌 아시아 본사에서 필드 엔지니어로 일한 뒤 이듬해 필드 엔지니어링 분야 부사장 겸 그룹 매니저로 승진했다. 2022년부터 한국지점 대표를 맡고 있다.
/최석범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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