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민혜정 기자] 일본이 잃어버린 반도체 위상을 되찾겠다며 반도체 투자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미·중 반도체 패권 경쟁 속에 자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일본은 메모리반도체는 한국에 주도권을 내줬지만 반도체 근간이 되는 소재·부품·장비(소부장)엔 여전히 경쟁력을 갖고 있다. 이를 발판 삼아 자국 기업뿐만 아니라 해외 기업 유치에도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은 반도체 공급망 강화를 위해 반도체 기업 투자에 나서고 있다.
니혼게이자이는 "일본 정부가 웨이퍼 생산 세계2위인 섬코에 약 750억 엔(6천900억원) 규모의 보조금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정부의 지원 자금은 섬코가 투자하는 돈의 3분의 1에 해당한다. 섬코는 최첨단 실리콘 웨이퍼 제조·가공 공장 건물과 장비 반입에 총 2천250억 엔을 투자할 전망이다.
업계에선 일본 정부의 이번 투자가 보험적 성격이 강하다 보고 있다. 미·중 반도체 갈등 속에 공급망 확보가 원활치 않자 선제적 투자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일본 정부는 반도체 산업 재건을 천명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달'새로운 자본주의 실현' 회의를 열어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산업, 데이터센터 등 네 개를 전략 분야로 선정했다.
특히 갈수록 존재감이 옅어지고 있는 일본 반도체에 힘을 싣겠다고 강조했다. 일본 반도체는 세계 시장 점유율이 절반에 달하다 1990년대 중반 이후 국제 무대에서 입지가 좁아졌다. 미국에 이어 한국과 대만의 기술력이 급성장하면서 설자리를 잃은 셈이다.
일본 정부는 반도체 산업 육성 전략을 발표한 이후 대만 TSMC, 미국 마이크론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으로부터 총 2조 엔에 가까운 투자를 유치했다.
일본은 반도체 기술 경쟁에도 다시 가세한다. 일본 반도체 기업 라피더스는 삼성전자, TSMC 등과 반도체 선단 공정 경쟁에 참전하기로 했다.
라피더스는 지난해 11월 차세대 로직 반도체 국산화를 목표로 도요타자동차, 소니, 키옥시아 등 일본의 주요 기업 8곳이 출자한 신설 법인이다. 자율주행 자동차, 인공지능(AI) 분야 등에서 활용되는 로직 반도체를 개발할 예정이며 향후 10년간 5조 엔(약 48조원)의 설비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2025년엔 2나노미터 반도체 시제품을 선보이는 것이 목표다.
한국 반도체 업계는 일본의 이같은 움직임이 기회이자 위기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은 소부장, 반도체 후공정 기술력이 세계 톱급이라 국내 기업들과도 협력하며 윈윈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본다"며 "메모리는 단기간에 일본이 우리나라를 따라잡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SK스퀘어와 SK하이닉스는 일본 반도체 투자 네트워크를 가동하며 반도체 검사장비 개발사, AI 반도체 개발사, 반도체 소재 개발사 등 투자 대상 기업을 중심으로 기술 검증을 진행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도 일본 내 연구·개발(R&D) 거점인 '디바이스솔루션리서치저팬(DSJR)'에 첨단 반도체 디바이스 시제품 라인을 만들 예정이다.
다른 관계자는 "소재, 장비 등에선 여전히 우리 기술력이 아쉬운 부분이 많다"며 "일본이 수출규제 때처럼 보호무역주의 기조로 나가게되면 우리 반도체 산업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민혜정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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