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민혜정 기자] 미국 외교 수장이 5년 만에 방중하며 미국과 중국의 관계개선에 물꼬가 트였지만 양국의 반도체 갈등은 지속될 전망이다. 미국이 중국을 대상으로 한 반도체 정책에 대해선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8일(현지시간) 중국을 방문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동으로 미·중 관계가 '디커플링(탈동조화)'에서 '디리스킹(위험 제거)' 수준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은 그동안 중국을 반도체나 배터리 등 핵심 산업 공급망에서 배제하는 디커플링 정책을 추구했지만, 경제와 무역 등에서 이보다 완화한 수준으로 중국 의존도를 줄여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이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반도체에 대해서 미국의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
블링컨 장관은 방중 일정을 끝내고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디리스킹과 다양화를 지지한다"면서도 "우리를 적대하는데 사용되지 않도록 중요 기술을 보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미국 정부나 기업은 최근에도 반도체 기술 자립, 중국 내 사업 축소에 힘을 쏟고 있다.
미국 정부는 20일(현지시간) 미국의 차세대 반도체 연구·개발을 주도할 국립반도체기술센터(NSTC) 설립을 앞두고 이사회 선정을 위한 위원회를 구성했다.
이 위원회에는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존 헤네시 이사회 의장과 벤처 투자자인 돈 로젠버그 퀄컴 전 총괄부사장 등 4명이 임명됐다.
조 바이든 행정부의 반도체 지원법에 따라 설립되는 NSTC는 민관협력으로 구성되며 미국의 반도체 연구·개발 프로그램의 핵심 연구기관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제재를 받고 있는 미국의 메모리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은 인도에 3조원 규모로 후공정 반도체 공장을 건립할 예정이다. 인도 정부는 최근 이같은 계획을 승인했다.
중국 당국은 지난 5월 마이크론의 제품에서 네트워크 보안 위험을 발견했다며 중국의 정보 시설 운영자가 마이크론의 제품을 구매하는 것을 금지했다. 마이크론으로선 중국에서 사업이 막히자 인도라는 활로를 찾은 것으로 풀이된다.
마이크론뿐만이 아니라 다른 미국 기업들도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인도와 손을 잡고 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순다 피차이 구글 CEO,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 등은 오는 22일 미국을 방문할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만나 인도 현지 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정부가 자국 기업의 중국 사업을 제한하고 미국에 우호적인 국가에서 사업을 확대하는 것을 환영하는 분위기"라며 "미국 기업들이 인도 정부와 접촉이 많아지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민혜정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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