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정민 기자] 핵심 관련자들의 탈당을 계기로 더불어민주당이 '돈봉투 의혹' 국면에서 벗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사후 대응을 놓고 '조용한 내전'은 계속되고 있다. 비명(비이재명)계가 자체조사 등 추가적인 대처를 주문하며 지도부를 압박하는 한편, 친명(친이재명)계는 비명계 총선 공천 당규를 공격하며 반격 중이다.
비명계 대표인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4일 BBS 라디오에서 윤관석·이성만 의원의 탈당을 두고 이재명 대표와 지도부를 비판했다. 그는 "당이 나서서 진상규명 노력을 했어야 되는데 본인들(윤·이 의원)은 억울하다 하고 물러나니 찝찝한 상태"라며 "자체 정화 기능이라는 기본을 (지도부가) 왜 스스로 멈췄는지 매우 못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가 자신의 사법리스크 때문에 자체조사 등을 피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그것도 원인의 한 배경이 될 것 같다"며 이 대표를 공격했다.
앞서 윤 의원과 이 의원은 전날(3일) 탈당을 선언하고 의원총회에서 민주당 의원들에게 고별인사를 전했다. 그러나 비명계 의원들은 이후 이재명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당 지도부에 대한 성토를 이어갔다. 초선 홍기원 의원은 "(윤·이 의원을) 방치하다가 뒤늦게 자진 탈당을 한 모양새가 됐다"며 "(지도부가) 원칙과 절차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중진 김상희 의원도 "여당이 너무 못하니 우리 당에 대한 실망이 도드라지지 않을 뿐이다.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우려했으며 이외 상당수 의원들도 원칙적 대응을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리더십을 향한 공세에 친명계 일부는 '공천 특별당규' 공격으로 맞서고 있다. 앞서 이개호 의원을 단장으로 하는 총선 공천 TF는 내년 총선 공천 규정을 담은 특별당규를 완성하고 전날부터 권리당원 투표 절차에 들어갔다. 그러나 특별당규가 지난 21대 총선 공천 규칙을 대부분 유지하는 형태로 만들어지면서 당원·정치신인 참여 확대를 원하는 친명계는 불만을 표시했다.
특히 개딸(개혁의 딸) 등 이 대표의 강성 지지자들은 이개호 단장 등 공천 TF 구성원 대부분이 비명·친이낙연계인 점을 겨냥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특별당규 부결' 캠페인까지 벌이는 상황이다. 친명계 핵심인 박찬대 의원은 지난 1일 강성 지지자 커뮤니티인 '재명이네 마을'에 '권리당원 여러분 힘내시라'는 제목의 게시글을 올리고 지지자의 행동을 독려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그는 "지금은 의원과 마찰이 있지만 결국엔 당원이 대세다. 지금의 저항과 마찰은 이겨내야 한다"는 댓글을 달며 공천 관련 갈등이 있음을 시사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돈봉투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아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송 전 대표 등이 탈당하긴 했지만 뇌물 수수자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아직 남아 있다"며 "친명이든 비명이든 누가 걸려들지 모르는 상황이라 서로 의심하며 날이 서 있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날 돈봉투 의혹과 관련해 뇌물 공여자에 이어 수수자에 대한 소환 계획을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공여자 수사와 더불어 돈봉투를 받은 것으로 특정된 수수자들의 경위를 확인하고 있다"며 "조사가 필요한 부분에 대해 출석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민주당 소속 현역 의원이 최대 20여 명까지 연루될 것으로 보고 있다.
돈봉투 의혹은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당시 송영길 전 대표의 당선을 위해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과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 윤관석·이성만 의원등이 불법 정치자금을 조성해 소속 의원과 지역본부장 등에게 전달했다는 의혹이다. 강 전 감사의 경우 구속영장이 한 차례 기각되기도 했으나 검찰은 이날 강 전 감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박정민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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