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정민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자신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4번째 공판에 참석하면서 선거법 재판이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압박에 이어 최근 민주당에 '돈봉투 의혹'이 불거지면서 이 대표에게 악재가 겹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공판에 참석했다. 이 대표가 대선후보 시절 방송 인터뷰에서 '故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모른다'고 발언한 내용과 관련된 것으로(허위사실공표), 이 대표는 지난달 3일부터 격주 금요일마다 재판을 받아왔다.
이날 공판에는 지난달 31일에 이어 대장동 사건 핵심인물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참석해 이 대표와 김 처장의 관계를 증언했다. 유 전 본부장은 "김 처장이 이재명 시장한테서 칭찬받았다며 (자신에게) 자랑했던 것이 생각난다"며 이 대표가 김 처장을 알고 있었음을 주장했다. 아울러 김 처장의 배우자에게 이 대표 측이 김 처장의 유족을 회유하려 했다는 말을 들었다고도 진술했다. 현재 대장동 사건으로 별도의 재판을 받는 유 전 본부장은 재판정 등 공개석상에서 이 대표에게 불리한 발언을 내놓으며 이 대표를 압박하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신속 처리해야 하는 공직선거법 재판 특성상 이 대표의 선거법 위반 1심은 곧 종료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달 기소된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특혜 의혹 관련 재판이 내달 11일부터 시작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대표의 서초동 출장은 계속될 전망이다. 검찰은 이 대표를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배임·뇌물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계속되는 사법리스크와 함께 민주당을 휩쓴 '돈봉투 의혹'으로 이 대표는 또 다른 난관에 봉착하게 됐다. 윤관석·이성만 의원과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 등이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송영길 전 대표의 당선을 돕기 위해 9천400여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조성, 소속 의원과 지역위원장 등에 살포했다는 혐의다. 검찰은 지난 12일 윤 의원과 이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과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송영길 전 대표는 13일 돈봉투 의혹을 이 전 부총장의 '개인 일탈'이라고 일축했으나,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지나가는 소도 웃을 소리"라며 공세에 나섰다.
돈봉투 의혹과 관련해 이 대표의 대응이 주목되는 이유는 이 대표와 송 전 대표의 관계 때문이다. 송 전 대표는 지난 대선 당시 선거대책본부를 이끌며 이 대표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고, 대선 이후에는 자신의 지역구(인천 계양을)를 이 대표에게 물려주기도 했다. 윤 의원과 이 의원은 현재 범(凡)친명계로 분류된다.
비명(비이재명)계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이 대표가 돈봉투 의혹 관련자들과 선을 긋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감싸거나 어설프게 대응하면 당 안팎으로 의심만 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13일 "진실을 왜곡, 조작하는 검찰의 행태가 일상이라 저는 잘 믿어지지 않는다"며 의혹을 부정하는 듯한 발언을 남겼다.
민주당은 현재 '검찰 수사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검찰의 국면전환용 기획수사'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러나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짜깁기 한 거다, 조작한 거라는 식으로 하면 더욱더 코너로 몰릴 것"이라며 "(당이 선제적으로 진상조사에 나서는 게) 국민적 신망을 회복하기 위해 더 낫다"고 조언했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이날 "자체조사 가능성을 닫아둔 것은 아니다"라며 "수사가 진척되는 상황을 보고 지도부가 다시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정민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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