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정민 기자] 여야가 13일 양곡관리법 개정안 재표결, 간호법 강행으로 충돌하면서 윤재옥 신임 여당 원내대표 취임 이후 약속한 여야 협치가 사흘 만에 깨지는 모습이 연출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양곡법과 간호법 추진에는 실패했지만 이달 중 정의당과의 쌍특검 강행을 예고하면서 4월 국회도 첩첩산중의 형세에 싸이게 됐다.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에서 국민의힘의 반발에도 의사일정 변경을 통해 양곡관리법 개정안(이하 양곡법) 재표결과 간호법 통과를 강행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양곡법 재투표는 출석 의원 3분의 2의 찬성을 넘기지 못해 부결됐고(290명 중 177명 찬성), 간호법은 김진표 국회의장의 저지로 상정되지 못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본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 양곡법을 재표결에 부쳤지만 끝내 부결됐다"며 "농민과 농업의 미래를 위해 국민의힘 의원들의 소신 투표를 기대했건만 결과는 정반대로 확인됐다"고 비판했다. 간호법 처리 무산과 관련해서는 "절차적, 내용적으로 하등 문제 없는 법안을 의장이 독단적으로 거부했다"며 "매우 유감"이라고 강조했다.
윤재옥 여당 원내대표도 본회의 직후 민주당을 향해 "자기편만 보고 하는 정치의 하나라고 생각하고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에 조금이라도 부정적인 타격을 가할 의도가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다"며 "뻔히 부결될 게 예상되는데도 (양곡법을) 무리하게 처리하는 과정을 보면서 다른 이유를 찾기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간호법과 관련해서는 "합리적인 중재안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김 의장은 여야에 오는 27일 본회의까지 간호법 관련 추가 협의를 요청했다.
앞서 양당 원내대표는 지난 10일 만나 여야 협치의 복원을 약속한 바 있다. 윤 원내대표는 박 원내대표에게 "21대 국회가 1년밖에 안 남았다. 남은 1년이라도 국민에게 정말 신뢰받는 모습을 함께 보여드려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모든 현안을 박 대표와 잘 상의하면서 서로 양보하고 타협할 수 있는 지점에서 결과물을 만들어내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박 원내대표 역시 "평소 소통이 잘되는 여당 원내대표를 모시게 돼 기대가 크다"며 "민생을 우선하고 일하는 국회의 모습을 함께 만들어나가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답했다.
그러나 여야는 양곡법, 간호법 등에 대한 합의를 이날까지 성사시키지 못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당 회의에서 여당의 간호법 중재 시도에 "결국 핵심 당사자인 간호협회를 빼고 반쪽 뒷북 논의로 시간만 끌고 있다"며 본회의에 직회부된 간호법과 의료법 개정안(금고 이상 형을 받은 의사 면허를 박탈하는 법)을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윤 원내대표도 이날 "아무리 법안이 필요해도 예상치 못한 부작용 가능성은 없는지, 사회적 갈등이나 국민의 삶에 영향을 촉발할 요소는 없는지 시간을 충분히 두고 협의하는 게 옳다"며 민주당을 비판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간호법 외에도 이날 '쌍특검'(대장동 50억 클럽+김건희 특검)의 4월 내 추진을 예고하며 여당을 압박하는 모습을 보였다.
박 원내대표는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50억 특검법 심사가 지체된다면 4월 국회 내에서 패스트트랙(안건 신속 처리) 절차를 밟을 것을 예고했다"며 "민주당은 정의당, 기본소득당 등 다른 야당과 힘을 합쳐 4월 내 (쌍특검) 신속 처리를 마무리 짓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지난 1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법안소위에서 강은미 정의당 의원이 발의한 '50억 특검법'을 단독으로 의결한 바 있다. 이에 정의당은 환영의 뜻을 보내며 여당 소속 김도읍 법사위원장에게 빠른 통과를 촉구했다. 50억 특검법(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은 쌍특검의 한 축으로, 대장동 사건에서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이 자녀 퇴직금 명목으로 50억원을 수수한 혐의 등을 수사하는 특검이다.
여당 법사위 관계자는 이날 50억 특검과 관련해 "현재 진행중인 검찰 수사에도 방해되고, 수사 범위도 모호해 문제가 많은 법"이라며 "50억 특검법 처리는 어렵다는 게 여당 법사위원들의 기본적인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여야는 이날 본회의에서 노인·장애인 학대보도 권고기준을 수립하는 노인·장애인복지법 개정안과 함께 광주 군공항 이전·대구경북 신공항 건설 특별법을 통과시켰다.
/박정민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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