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민혜정 기자] 유럽연합(EU)이 반도체 생산 자립을 위한 430억 유로(약 62조원) 규모의 EU 반도체 지원법 세부안을 내주 확정한다.
미국의 반도체 지원법이 영업기밀에 준하는 정보를 요구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반도체 업계는 유럽의 지원책에 주목하고 있다.
10일 로이터 등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오는 18일 프랑스 스타라스부르에서 개최되는 유럽의회 연례회의에서 EU 반도체법 세부 사항 협상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법안은 유럽의회를 통과하면 시행된다.
EU 집행위는 최첨단 반도체 생산 공장에만 자금을 지원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EU 회원국의 요청에 따라 첨단이 아닌 반도체 생산·연구개발(R&D) 시설로도 지원 범위가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반도체는 그동안 유럽, 미국 등 기업들이 만든 지식재산권(IP)을 토대로 미국의 반도체 설계기업(팹리스)들이 반도체를 설계하고 대만·한국 등에서 이를 생산하는 글로벌 공급망 체계를 갖췄지만, 코로나19 이후 반도체 공급난이 극심해지며 반도체 공급망을 자국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움직임이 강해졌다.
유럽도 NXP, 인피니언 등 반도체 팹리스 강자들이 있지만 생산 자립 능력을 확대해야 반도체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EU는 지난 2021년 3월 10년 안에 세계 반도체 제품의 최소 20%를 EU 내 공장에서 생산한다는 목표를 제시한 '2030 디지털 컴퍼스'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미국, 중국의 반도체 지원 정책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미국의 반도체 지원법은 520억 달러(약 68조원) 규모로 100억 달러의 연방 보조금과 최대 40%의 세액공제를 약속하는 지원책이 담겨 있다. 지난달부터 기업들의 신청을 받고 있다.
미국의 반도체 지원법은 기업에 수익성 지표에 웨이퍼 종류별 생산 능력과 수율 전망 등을 요구하고, 중국 생산시설 투자까지 제한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유럽은 이같은 시기에 적극적인 지원책으로 반도체 기업을 유치하려 하고 있다. 인텔은 이미 유럽에 반도체 생산과 연구개발(R&D)을 위한 800억 유로(약 115조원) 투자를 결정한 상황이다.
다만 유럽 반도체 지원법이 반도체 업계에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 사이에선 미국, 중국 등에 비해 생산 이점이 적고, 유럽도 미국처럼 엄격한 지원조건을 내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내 업계 관계자는 "아직 세부안이 나오지 않아 구체적인 지원책 평가는 어렵다"면서도 "인프라나 생산인력을 미국이나 중국만큼 확보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유럽 지원책도 미국만큼 깐깐한 조건을 걸 가능성이 있다"며 "생산 기반이 없는 기업들이 지원금 때문에 모험을 걸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혜정 기자([email protected])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