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강지용 기자] "전기트럭은 화물차이지만, 자가용으로 사용하세요. 화물은 싣지 마세요"
현대자동차의 포터II 일렉트릭, 기아의 봉고Ⅲ EV 등 국내 완성차 업계에서 전기트럭이 속속 출시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짧은 주행거리를 두고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특히, 지난 6일 GS글로벌이 중국의 전기차 업체 BYD와 공동 개발한 '티포케이(T4K)'를 국내에 출시한 계기로 다시금 전기트럭의 효용성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국내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포터 전기트럭 6개월 실사용기'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귀농한 청년이라고 소개한 글쓴이는 "농촌에서 가끔 농자재나 농산물을 옮기는 용도로는 괜찮다"며 "무거운 화물을 실으면 연비가 대폭 떨어진다"는 전기트럭을 사용해 본 소감을 남겼다.
그는 "화물차이지만 자가용으로 사용하는 것을 권장한다"는 말로 글을 마무리했고, 댓글난에는 "화물차인데 화물을 싣지 말라는 것이 말이 되나"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또 지난 6일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BYD 전기트럭 출시 기사에는 "겨울에 히터 틀면 주행거리가 현저히 떨어진다", "한국에선 1톤 트럭에 화물 2톤도 싣는데, 버틸 수 있나' 등 부정적인 댓글이 다수 달렸다.
GS글로벌에 따르면 T4K에는 국내 1톤 전기트럭 중 최대 용량인 82킬로와트시(kWh) 배터리를 장착해 환경부 인증 기준으로 상온에서 246km, 저온에서 209km 주행이 가능하다고 한다. 포터II 일렉트릭과 봉고Ⅲ EV의 상온 주행거리는 약 211km로 T4K에 비해 짧다. 그런 이유로 김상현 GS글로벌 기획사업본부장은 "1회 충전 시 주행거리 246km는 서울에서 정읍, 임실, 김천, 안동, 동해까지 갈 수 있는 거리"라며 "영하로 떨어지는 겨울철에도 209km 주행이 가능해 서울 기준 군산, 무주, 예천, 정선, 강릉까지 1회 충전으로 갈 수 있다"고 성능을 자랑하기도 했다.
◆화물운송용 전기트럭임에도 '미적재 주행거리'만 공개
그러나 일각에선 전기트럭 제조사들이 발표하는 최대 주행거리가 현실과는 동떨어진 면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붕이 없는 화물칸을 가진 카고(Cargo)트럭의 용도 특성상 무거운 짐을 싣고 주행하는 경우가 다반사일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사업용으로 구매한 1톤 전기트럭의 경우 최대 적재용량을 채우고 주행할 때가 더 잦기 때문에 주행거리가 현저하게 짧아질 수밖에 없다. 심지어 에어컨을 트는 여름철, 히터를 가동하는 겨울철은 배터리 소모가 더욱 빠르다.
또한 국내 사업용 화물차 운행 여건을 살펴보면 200km대 주행거리는 크나큰 단점으로 작용한다. 한국교통연구원 화물운송시장정보센터의 2020년 통계에 따르면 1톤 이하 화물차는 하루에 적재 시 138km, 미적재 시 74km를 합쳐 총 212km를 평균적으로 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하루 주행거리 50km를 넘지 않는 택배차량과 100km 이하의 퀵서비스 활용 1톤 트럭, 근거리 시내 주행 위주의 화물차를 통계에서 빼면 사업용 화물차의 평균 주행거리는 더욱 늘어난다. 산술적으로 전기트럭 이용자들이 하루에 1회 이상 충전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하루 최소 1회 충전 필요…열악한 충전 인프라
하지만 국내 전기차 충전기 설치 환경은 이에 역부족이다. 지난달 28일 환경부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에 설치된 충전기는 총 22만573대로 이중 완속이 19만8천169대로 나타났다. 반면, 급속은 2만2천404대에 불과했다.
GS글로벌에 따르면 T4K는 배터리가 완전히 방전됐을 때 급속 충전기 기준으로 80% 충전까지 53분이 걸린다. 완속의 경우 가장 느린 3kw 충전기를 기준으로 100%까지 10시간 가량이 소요된다. 포터 II 일렉트릭과 기아의 봉고Ⅲ EV는 동일하게 급속 47분, 완속(7.2kW) 8시간 30분이 걸린다. 화물 운송 중에 배터리가 방전된 상황에서 빈 급속 충전기를 찾을 수 없다면 긴 시간을 도로에서 허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시간이 금처럼 소중한 화물운송업 종사자들 입장에선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다.
아울러, 사업용 화물차의 특성상 자가용에 비해 누적 주행거리가 길기 때문에 배터리의 수명과 교체 비용도 이슈가 될 수 있다. 한 달에 22일을 주행한다고 가정하면 월 누적 4천664km, 연 누적 5만5천988km에 달하기 때문이다. 즉, 1년에 최소 264회의 충전이 필요하다.
◆'방전→완충' 최대 4천회 완료 후 배터리 교체 필요
이에 대해 GS글로벌 협력사의 관계자는 "배터리 수명은 운행 습관 등 다양한 요인 때문에 정확하지는 않지만, 일반적으로 방전된 상태에서 완전 충전을 3천~4천회 정도 반복했을 때가 교체 시기"라며 "전기차 배터리의 특성상 교체 때 비용이 많이 들겠지만, 아직 구체적인 가격을 정해놓지 않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화물차로 나온 이상 1톤 적재 후의 최대 주행거리 공개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대해 관계자는 "도로 여건 등 다른 환경이 많아서 산출이 어렵다"며 "환경부 인증도 화물을 적재한 후에 주행거리를 재는 기준이 없기 때문에 테스트를 해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와는 다르게 볼보트럭은 대형 전기트럭 FH 일렉트릭의 국내 공개 전 독일에서 진행된 주행 테스트에서 완전 적재 상태에서 1회 충전으로 평균 시속 80km를 유지한 채 343km를 주행해 성능을 입증한 바 있다.
용달화물자동차운송업에 20여년을 몸 담은 한 종사자는 아이뉴스24와의 전화 통화에서 "최근 국내에 출시되는 전기트럭들은 화물업계를 너무 모르고 설계된 것"이라며 "경유차로 하루에 두어 번씩 인천항에서 경기도 안성시와 광주시의 물류센터 등을 오가는데 전기트럭으로의 교체는 꿈도 못 꾼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에 소속돼 정해진 노선으로 근거리를 오가는 지입 차량이나 이삿짐센터에서는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아직 전기트럭을 실제로 화물용으로 쓰는 사람을 주변에서 본 적이 없다"고 전했다. 이어 "전기트럭을 사면 보조금을 많이 줘서 '되팔기'로 악용되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며 "현장에서 보면, 배터리 주행거리가 긴 전기트럭 위주로 보조금 체계를 바꿔 실효성을 높이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강지용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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