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민혜정 기자] 강성부 대표가 이끄는 사모펀드 KCGI가 DB하이텍 지분을 7% 가량 매입했다. KCGI는 DB하이텍이 물적분할 과정을 문제 삼고 있으며 자사주 소각, 독립적 이사회 등을 요구했다. KCGI가 매입한 지분이 적지 않아 DB하이텍의 경영권을 흔들 가능성이 크다.
KCGI는 유한회사 캐로피홀딩스를 통해 DB하이텍 지분 7.05%(312만8천300주)를 취득했다고 30일 공시했다. 보유목적은 '경영권 영향'이라고 명시했다.
DB하이텍은 물적분할을 통해 파운드리 4조원, 팹리스 2조원 등 기업가치를 6조원 규모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KCGI는 이 과정에서 DB하이텍이 주주와 소통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KCGI는 "기업가치 제고에 대한 경영진의 진취적인 의지에 대해 환영한다"면서도 "물적분할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주주 및 시장과의 소통 부족으로 소액주주들과 상당한 갈등과 반목이 있었으며, 분할에 대한 의도와 이중 상장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를 받아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업분할은 시급을 다투는 일이 아니므로 시간을 두고 충분한 협의와 설득과정을 거친 후, 주주총회에서 지배주주가 제외된 일반주주들만의 표결을 구하는 절차를 통해 의사결정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DB하이텍은 이날 2.71% 내린 6만1천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KCGI 매수가 집중된 24일부터 전날까지 나흘 동안 주가는 32.48% 급등했다.
업계에선 그동안 행동주의 펀드가 DB하이텍을 공격할 여지가 크다고 봤다. DB하이텍은 지난해 매출 1조원, 영업이익 7천억원을 돌파했지만 시장에선 저평가돼왔고, 최대주주인 DB의 지분율이 12.42%에 그쳐 지배구조도 취약했기 때문이다.
DB그룹의 지주사 전환 가능성도 행동주의 펀드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소액주주들은 DB그룹이 지주사 전환 요건을 피하기 위해 물적분할 등을 통해 DB하이텍 주가를 눌러왔다고 주장해 왔다.
KCGI는 DB하이텍에 자사주를 매입하고 일반주주들이 임명한 이사를 선임하라고 요구했다.
KCGI 관계자는 "물적분할과 관련한 논란들과 자사주 매입이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행위제한 요건을 피해가기 위한 일시적인 대처라면 이는 매우 근시안적 지배구조 개편"이라며 "DB가 자사주 매입·소각 및 자체 재원 마련을 통한 지분 추가 매입 등으로 지주사 지분율을 확대해, 지주사 전환을 성장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반주주들이 임명한 독립적인 사외이사와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보상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며 "권한과 책임에 따른 합리적인 임원 보수 산정,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의 분리 등 독립적인 이사회 구성을 통해 대주주만을 위한 의사결정이 되지 않도록 견제와 감시를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혜정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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