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민혜정 기자] DB하이텍이 비주력 설계사업(팹리스)을 자회사로 분사시키고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에 주력키로 했다. 대만 TSMC나 UMC처럼 순수 파운드리 회사로서 고객사를 늘리고 기술 역량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DB하이텍이 팹리스를 분리하면서 팹리스와 파운드리를 병행하는 삼성전자의 움직임에도 관심이 쏠린다. 삼성전자는 현재로선 파운드리 분사 가능성엔 선을 긋고 있다.
13일 DB하이텍에 따르면 이 회사는 오는 29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팹리스 '브랜드사업부' 분사를 결정한다.
DB하이텍은 지난해에도 팹리스 분사를 추진했지만 모회사의 기업 가치 하락을 우려한 주주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이같은 상황에서도 DB하이텍은 파운드리 기업으로 성장을 위해 다시 한번 분사를 추진한다고 설명했다.
DB하이텍 관계자는 "비주력인 설계사업을 병행하면서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고객들과 이해 상충 문제를 적극 해결하고자 했다"며 "파운드리 사업에 역량을 집중해 실적 개선에 나서기로 뜻을 모았다"고 강조했다.
DB하이텍의 벤치마킹 대상은 세계 파운드리 1위 TSMC, 3위 UMC다.
TSMC는 파운드리에만 집중하며 세계 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UMC 역시 팹리스 부서를 미디어텍과 노바텍으로 분사한 후 사업규모를 10배 가까이 늘렸다.
파운드리 기업인 DB하이텍이 팹리스를 떼어내면서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 방향성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DB하이텍처럼 파운드리 분사를 공식적으로 추진한 적은 없지만 '설'에는 시달려 왔다. 삼성전자가 팹리스와 파운드리 사업을 동시에 하고 있는 상황에서, 고객사들이 기밀 유출을 우려해 삼성이 아닌 TSMC라는 선택지를 많이 택하고 있으니 파운드리 사업을 떼어내야 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이를 현실적으로 실행하기 어려운 방안이라고 본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반도체 사업 매출 중 메모리반도체 비중이 약 80%에 달한다. 메모리에서 번 돈으로 파운드리 등에도 투자되는 방식인데 파운드리가 독립하게 되면 이를 독자적으로 감당하기 어렵다.
또 삼성전자 파운드리와 메모리 사업부는 화성·평택 캠퍼스에서 동일한 부지를 활용하는 건 물론 건물 내 라인만 달리한 공장도 많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종합회사(IDM)들이 분사에 대한 고민이 많지만 삼성전자의 경우 쉽지 않은 시나리오"라며 "투자, 공장 운영, 직원 반발 등 현실적인 난관이 많다"고 말했다.
/민혜정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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