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진영 기자] "기존 구축 형태의 소프트웨어(SW)가 구독 형태인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로 가는 것은 가솔린차에서 전기차로 전환되고 있는 것과 같이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7일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KOSA) 본사에서 아이뉴스24와 만난 조준희 협회장은 "SaaS 업계의 일론머스크가 되겠다"면서 SaaS 전환의 필요성에 대해 이같이 강조했다. SaaS가 글로벌 시장의 큰 흐름으로 이어지는 만큼 실질적인 대응으로 경쟁력을 확대하겠다는 뜻이다.
조 회장은 중학생 때부터 개발을 시작해 대학에서는 자연어처리(NLP) 분야를 전공하고 모바일 소프트웨어 전문기업 유라클을 창업했다. KOSA 회장에는 지난 2021년 취임했다. 협회장이 명예직임에도 KOSA 본사에 일주일에 이틀씩 출근하며 협회 업무에 각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는 SW 외길 인생을 걸어 온 업계 대선배로 국내 SW생태계 발전에 대한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이번에 KOSA 회장에 재선임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조 회장이 지난 2년간 가장 공들여 온 분야는 바로 SaaS다. 2년 전 취임 후 첫 행보로 'SaaS 추진협의회'를 발족했으며, 이번에 재선임되면서 주요 클라우드 빅테크 기업들과 협력해 국내에 SaaS가 제대로 안착할 수 있도록 실질적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조 회장은 "최근 회원사 조사에 따르면 기업들도 기존 구축 형태의 SW를 SaaS로 전환해야 미래에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 인식한다"며 "정부도 'SaaS퍼스트'를 핵심 기조로 다양한 정책을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공공부문에서 개방적으로 SaaS를 도입하고, 국내 클라우드서비스제공사(CSP)와 클라우드관리서비스제공사(MSP)들도 SaaS와 동반성장을 목표로 투자와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국내 시장 규모가 작아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SaaS 전환을 과감히 시도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변했다. 그는 "국내 게임사들이 구글이나 애플의 앱스토어를 통해 해외진출에 성공했고, 글로벌 시장서 성과를 내고 있다"면서 "SaaS의 해외진출도 이와 같다"고 설명했다. 아마존 웹서비스에서 운영하는 AWS마켓플레이스 등에 국산 SaaS를 등록하면 자연스레 수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고객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두번째 임기에 접어든 조 회장이 SaaS 분야에서 집중하고 있는 것은 서비스 대가 산정 기준을 마련하는 일이다. 협회 차원에서 만들어 정부에 제시하는 형태로 국내 표준을 만들어 나가겠다는 복안이다.
조 회장은 "지난해 SW 제값받기 강화의 일환으로 SW기획(컨설팅), 운영 사업대가 제경비율을 30%포인트 인상했다. 이처럼 SW 기술발전과 급변하는 환경에 맞춰 그에 따른 대가 산정 체계가 중요한데, SaaS의 경우 사용한만큼 월별로 비용을 지불하기에 서비스 대가 산정 기준이 더욱 필요하다"면서 "협회가 서비스 대가 산정 기준을 올해 내로 만들어 정부에 제시하고, 후년도 예산 집행부터 포함되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이번 협회장 재선임사에서 'SaaS 중심의 시장변화'를 강조했다. 현재 국내 SaaS 생태계의 현주소는 어떠한가.
국내 SaaS 생태계는 여전히 극복해 나가야 할 과제가 많다. 국내는 SI(시스템통합)와 온프레미스 기반의 SW가 주를 이루고 있고, 클라우드 생태계 역시 SaaS가 리딩하는 글로벌 추세와는 달리 IaaS(서비스형인프라)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더욱이 아직 국내 시장에서 두각을 보이는 SaaS기업이 없을 뿐더러 SaaS 전문 기업의 수도 부족하다. 최근 국내 SaaS 기업 수가 약 1천100여개로 크게 증가했지만 기업 수가 10만개는 돼야 한다고 본다.
-국내에는 글로벌 SaaS업체인 세일즈포스와 같은 유니콘 기업이 없다. 국내 SaaS 생태계 발전이 더딘 이유와 SaaS 선두 기업을 양성하기 위한 지원 방안은 무엇인가.
그동안 기존 SW를 SaaS로 전환하는데 집중해왔다. 이제는 고객층이 SaaS를 온전히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하고, 특히 공공분야가 SaaS를 지금보다 획기적으로 확대 활용해야 한다.
다만, 국내 시장 규모만으로 유니콘 기업이 탄생하기엔 현실적으로 어렵다. 결국 해외시장을 공략해야 하는데 공공 레퍼런스는 전자정부 등 그간 사례들로 볼 때 해외시장 공략에 있어 사실상 필수 요소다. 현재 제가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디지털플랫폼정부 위원회 생태계분과에서 이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지난달 협회는 아마존웹서비스(AWS)와 국내 SW업체의 SaaS 전환 및 해외진출 지원을 약속했고, 국내 주요 MSP 6개 사와 협약을 맺어 국내 SaaS기업의 유니콘 탄생을 지원하기로 했다. 또 국내 빅4 클라우드 업체들과 'SaaS 펀드' 조성을 논의 중이다. 다시 시작하는 제 임기 동안 SaaS가 국내 SW 산업의 주류가 될 수 있도록 힘쓰겠다.
-SaaS업체의 해외 진출 지원을 위해 협회 차원에서 현재 구체적으로 추진 중인 사항이 있나.
앞서 언급한 AWS와 협력 이외에도 국내외 클라우드 빅테크 기업들이 국내 SaaS 활성화를 위해 준비 중이다. 협력 의사를 밝혀온 기업들 중 AWS가 시기상으로 가장 먼저 소개됐을 뿐, 다른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제안해오고 있어 조만간 이를 소개하고 발표할 자리를 만들 예정이다.
다만 현실적으로 보았을 때 국내 클라우드 업체와는 일본·동남아·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공략하는 한편, 해외 업체와는 미국이나 유럽 시장을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앞으로도 국내·해외 기업을 막론하고 많은 기업들과 지원·협력 관계를 맺을 계획이다.
-협회장 첫 취임 행보로 지난 2021년 'SaaS 추진협의회'를 발족했다. 지난 2년 간의 협의회 성과와 올해 운영 계획은 무엇인가.
협의회 발족 당시 국무총리가 참여하는 등 많은 주목을 받았고,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의미있는 성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협의회원사가 현재 130여개에 이르면서 우리 협회 산하 협의회 중 가장 큰 규모로 성장했다.
그간 클라우드 산업 발전이라는 광범위한 이슈에 묻혀 SaaS에 특화된 발전 방안에 대한 논의가 다소 약했으나, 최근 클라우드보안인증(CSAP)개정 논의 당시 IaaS 중심의 상황에서 SaaS관점의 목소리를 제기하는 등 협의회가 할 일을 꾸준히 추진 중이다.
올해는 협의회 규모를 더욱 확대하고 협의회 내 분과 구성도 추진하고 있다. AWS를 비롯해 국내외 주요 클라우드 빅테크 기업들과 협력한 SaaS 전환 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다.
-CSAP 등급제 도입으로 SaaS 생태계가 어떻게 발전할 것이라 보는지 궁금하다.
CSAP 등급제 도입 과정에서 수많은 토론을 통해 공공시장에서 어떤 방식으로 클라우드와 SaaS를 도입해야 효과적인지, 국내 클라우드 생태계 현주소는 어떤지 파악할 수 있었다. 이러한 논의들이 앞으로 클라우드 시장 정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다만, IaaS 중심의 논의에서 SaaS 중심의 보안정책에 대한 논의를 확장할 필요가 있다. 국내 보안 SW역량을 키우기 위해 물리적 망분리 정책을 되돌아보는 등 SaaS의 특성을 고려한 보안인증 정책이 제시되길 기대한다.
-최근 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부회장으로도 선임됐다. 소프트웨어 분야 단체장이 부회장으로 추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어떤 의미가 있나.
SW는 과학기술보다는 정보통신 분야인데, 과학기술 범주에서도 SW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것으로 판단된다. 현재 국가과학기술자문회 위원직과 함께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산업생태계분과위원장을 맡아 활동 중이다. 이는 국내에서 SW가 산업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것이고, 모든 산업에서 하나의 필수 요소로 자리잡았다는 의미다.
-초거대AI추진협의회(가칭)를 4월 중 발족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협의회 추진 배경과 어떻게 운영될 지 궁금하다.
최근 챗GPT로 인한 초거대AI 관련 글로벌 추세와 사회적 관심도로 보았을 때 전문기업들의 협의체 구성은 이르면 이를수록 유리하다. 현재 KT를 비롯한 국내에 알만한 초거대AI 빅테크 기업들이 협의회에 들어오기로 논의 중이다. 초거대AI의 경우 빅테크사와 강소 AI기업들 간 협력을 통해 보다 큰 규모의 시너지를 만들 수 있다. 현재는 우리 협회 임원사와 정회원사 중심으로 참여 수요가 형성돼 있고, 비회원사더라도 비전을 가진 AI전문기업이라면 얼마든지 참여 가능하다. 협의회가 구성되면 비용이 많이 드는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팜(Fram) 형태로 만들어 중소기업들도 이를 활용해 자체 GPT 서비스를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
/박진영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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