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민혜정 기자] 미국과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이 최대 정치 이벤트인 양회(兩會)에서 인터넷 기업인을 대거 탈락시키고 반도체 기업인을 전진배치했다. 미국이 중국의 첨단 반도체 개발을 수출 규제로 틀어 막는 상황에서, 중국도 반도체 '자급자족' 전략으로 맞서는 형국이다.
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은 이달 4일 개막한 양회에 화훙반도체 캠브리콘 테크놀로지의 탕샤오우 책임자, 화훙반도체 장쑤신 회장, 반도체 전문가인 리수선 중국 과학원 부총장, 중국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 SMIC 엔지니어 궈후이친을 새로 초청했다.
대신 그동안 양회의 단골 인사였던 마화텅 텐센트 회장,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 딩레이 왕이 창업자, 리예훙 바이두 최고경영자(CEO) 등이 올해엔 명단이 빠졌다.
'두 개의 회의'라는 뜻인 양회는 입법기관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와 국가 최고 정책자문기구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를 묶은 명칭이다. 통상 매년 3월 열리는데 경제성장률 목표를 비롯한 전반적인 경제 운용 방향을 제시하는 동시에 최고 지도부 인사 및 조직 개편이 결정된다.
양회엔 중국 공산당의 정책 우선순위에 맞는 분야의 인물들이 일부 대표로 발탁되거나 행사에 초청된다. 중국의 경제 전략과 맞닿아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중국은 인터넷 기업을 중점적으로 키우는 전략에서 미국의 견제가 심한 반도체 분야를 육성하는 쪽으로 정책을 전환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중국은 미국의 반도체 개발 억제 정책에도 여전히 반도체 투자에 공격적인 기조를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 정부 펀드인 '국가집적회로산업 투자기금'은 자국 최대 메모리반도체 회사인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에 129억 위안(약 2조4천500억원) 규모의 투자를 계획했다.
이 펀드는 2014년 중국 정부가 자국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조성한 펀드다. 그러나 지난해 이 펀드 내 고위 관계자들이 비위 혐의로 조사를 받은 데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 수출 규제 등이 이어지면서 중국의 반도체 투자가 축소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블룸버그는 "이번 펀드의 투자 규모를 보면 중국 정부가 미국의 압박에 공격을 당하고 있는 자국의 반도체 산업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려 한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 지방정부도 올들어 반도체 산업 육성에 열중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장쑤성 쑤저우시는 올해 시내 반도체 산업 생산량을 20%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300개 이상의 반도체 업체의 매출액을 지난해 1천억 위안에서 올해 1천200억 위안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선 중국이 양회 기간 반도체 추가 투자, 인재 유치 등 강력한 육성 정책을 발표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류허 중국 부총리는 지난 2일 베이징 반도체 기업을 찾아가 "중국 반도체산업 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인재 유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민혜정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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