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민혜정 기자] 중국의 연례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兩會)가 오는 4일 개막한다. 3연임을 확정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체제의 사실상 공식 출범식인 만큼 경제 메시지도 중요하게 다뤄질 전망이다.
한국 산업계도 이번 행사에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이 반도체로 무역 전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중국의 반도체 정책에 주목하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은 양회에서 5% 수준의 경제성장 목표를 제시할 전망이다.
'두 개의 회의'라는 뜻인 양회는 입법기관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와 국가 최고 정책자문기구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를 묶은 명칭이다. 통상 매년 3월 열리는데 경제성장률 목표를 비롯한 전반적인 경제 운용 방향을 제시하는 동시에 최고 지도부 인사 및 조직 개편이 결정된다.
이번 행사에서 가장 이목이 쏠리는 것은 경제성장률 목표치다. 중국은 지난해 양회에서 '5.5% 안팎'이라는 경제성장 목표를 제시했다. 그러나 '상하이 봉쇄', '베이징 셧다운' 등 제로 코로나 달성을 위한 무리한 봉쇄 조치의 여파로 실제로는 3% 성장에 그쳤다. 문화대혁명(1966~1976년) 마지막 해에 -1.6%를 기록한 이후 두 번째로 낮은 수치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올해 행사에서 5%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선 6%대를 전망하기도 하지만 전세계적인 인플레이션, 미국의 견제로 5% 안팎으로 제시한다는 업계 전망이 우세하다.
코트라(KOTRA) 베이징무역관은 "이번 양회에서는 올해 중국경제성장률 목표치를 '5%내외'로 설정할 가능성이 높다"며 "올해는 리오프닝과 더불어 소비가 빠르게 회복되면서 중국경기가 반등할 것을 기대했으나, 실제 시장 상황과 예상이 크게 차이가 났다"고 말했다.
한국 반도체 업계는 중국의 경기 침체로 큰 타격을 받았다. 지난 1월 한국의 반도체 수출 실적 60억 달러는 지난해 같은 달에 견줘 무려 44.5%(48억 달러)나 줄어든 수치로, 15대 주요 품목 중 최대 폭의 감소 기록이었다.
반도체 수출 하락세는 지난해 10월(-17.4%), 11월(-29.9%), 12월(-29.1%)에도 이어졌는데 올해 들어 더 가팔라졌다. 반도체 내 수출 비중이 큰 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제품 가격이 급락한 데 따른 영향이다.
업계는 중국이 양회 이후 반도체 등 IT 부양책을 꺼내더라도 국내 업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는 지켜 봐야 한다고 보고 있다. 중국 완제품 업체들이 쌓아 놓은 부품 재고가 많고, 중국 정부도 자국 반도체 기업에만 투자를 강화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관련 리포트를 통해 "중국 양회 이후 중국의 수출과 투자가 크게 반등하면 IT를 중심으로 한 한국 수출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면서도 "코로나19 동안 쌓인 중국 내 제조업 재고는 한국의 수출을 제약할 수 있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 업계는 반도체 수출 규제 등 미국의 디커플링(탈동조화) 시도에 대한 중국의 구체적 대응책에도 주목하고 있다.
시 주석은 지난해 10월 제20차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기술 자립·자강'만 다섯 차례나 언급했다. '첨단 기술 분야에서의 독립'을 통해 미국의 디커플링 압박을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셈이다.
미국 정부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이 중국에서 첨단 반도체를 생산하지 못하도록 기술 수준을 제한하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 50조원의 규모의 반도체 생산 보조금 지원법을 시행하면서도 국내 기업이 보조금을 받으면 중국 공장에 투자를 할 수 없다는 '가드레일' 조항까지 달아놨다.
국내 기업들이 우려하는 건 중국이 미국을 상대로 강대강 정책을 펼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미국에 투자하는 기업에 패널티를 주는 식이다.
업계 관계자는 "양회에서 중국 반도체 산업을 부양하는 대규모 투자 정책이 발표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며 "중국 외 지역에서 반도체 사업을 하고 있는 기업들에 제약을 건다거나, 중국과 중국 외 국가 기업간 지원책 격차가 커질 수 있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혜정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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