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질문: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우주항공청 설립과 관련해 특별법을 입법예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 민간 우주시대에 우주항공청을 신설하면서 청장의 권한이 지나치게 막강하다는 지적이 있는 것 같은데…다른 부처로부터는 외면 받고, 민간업체와 소통이 되지 않는 ‘불통(不通) 조직’이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는 것 같다.”
답: 입법 예고된 특별법 조항을 보면 우주항공청장 권한은 막강하다 못해 ‘무소불위’라고 봐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청장에는 외국인도 가능하다. 청장은 직원 임명과 보수를 다른 부·처·청과 다르게 정할 수도 있다. 심지어 계급 구분이나 조직 등도 직접 만들 수 있다. 거의 모든 실권을 우주항공청장이 가지는 것으로 입법예고했다.
여기에 우주항공청장은 국가우주위원회 위원장인 대통령에게 직보할 수 있다. 청장은 국가우주위원회 위원이면서 간사 역할을 맡는다. 상위기관인 과기정통부를 패싱(Passing)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책임 부분에 있어서는 관련되는 기존 법령으로 대체하는 등 구체적 조항이 상대적으로 약해 막강한 권한에 준하는 책임성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
보스(BOSS)가 책임은 지면서 권한을 분산해 조직을 유연하게 이끄는 역할을 할 때 제대로 된 조직이 된다. 권한은 막강한데 책임은 지지 않는 보스가 있다면 그 조직은 ‘조폭’에 다름 아니다.
한 잠수함 함장이 있었다.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실전 배치 명령을 받는다. 승조원들이 모두 탑승하고 잠항 직전에 승조원 모두에게 선내 방송을 통해 이렇게 알린다.
“나는 잠수함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다. 사관학교 출신도 아니다. 어뢰도 닦아봤다. 밑바닥부터 시작했다. 여러분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알고 있다. 나를 속일 생각은 마라. 내가 여러분이고 여러분이 나다. 허투루 할 생각은 하지 말아라. 다만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
권한에 따른 책임은 민주주의에서 기본이다. 우주항공청은 기존의 정부조직과 다른 ‘특별한 조직’으로 가겠다는 게 윤석열정부의 공약이었다. 최근 과기정통부는 ‘우주항공청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안(특별법)’을 입법예고했다. 신설되는 우주항공청은 ‘특별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관련 특별법이 깊이 없이, 고민 없이 만든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공무원 조직에다 민간인 시스템을 덧입히다만 보니 설익은 우주항공청이 되는 것은 아닌지 말들이 많다.
특별법은 우선 “우주항공에 관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과기정통부 장관 소속으로 우주항공청을 둔다”라고 명시했다. 과기정통부 아래 산하청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럼에도 여러 조항에서 나타나는 우주항공청장의 권한은 무소불위라는 것을 보여준다. 상위조직인 과기정통부 장관보다 더 막강한 권한을 가진다.
우주항공청장의 권한은 ‘특별법’에서 모두 특별하게 보장하고 있다. 특별법만 놓고 봤을 때 우주항공청은 말만 과기정통부 산하 ‘청’이지 ‘처와 부’보다 더 우위에 있는 조직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이럴 바에야 ‘청’이라고 굳이 하지 말고 다른 상위 조직으로 구성하는 게 자연스럽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특별법 제8조에는 ‘임용 특례’를 뒀다. 우주항공청장은 ‘국가공무원법’ 관련 조항에도 불구하고 우주항공청 소속 임기제공무원에 대한 임용권을 가진다고 썼다.
국가공무원법을 보면 ‘행정기관 소속 5급 이상 공무원과 고위공무원단에 속하는 일반직공무원은 소속 장관의 제청으로 인사혁신처장과 협의를 거친 후에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이 임용한다’라고 돼 있다. 우주항공청장은 직원을 임용할 때 이를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특혜 조항을 둔 것이다.
여기에 ‘우주항공청장은 ‘국가공무원법’ 조항에도 불구하고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외국인이나 복수 국적자를 임기제공무원으로 임용할 수 있다’고 입법예고했다.
‘국가공무원법’ 관련 조항을 보면 ‘국가기관의 장은 국가안보와 보안·기밀에 관계되는 분야를 제외하고 대통령령 등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외국인을 공무원으로 임용할 수 있다’라고 돼 있다.
문제는 이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의 차이이다. 우주항공분야는 그 어느 분야보다 국가 보안과 기밀이 중요한 분야이다. 이런 마당에 ‘국가 안보와 기밀 분야’에는 외국인을 공무원으로 임용하는데 제한을 두고 있는 국가공무원법과 달리 우주항공청 설치를 위한 특별법에서는 이 조차 무시하고 있는 모습이다.
국가 보안과 기밀을 다루는 분야에 외국인을 청장으로 앉히고, 직원도 외국인을 채용할 수 있다는 관련 조항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 최원호 과기정통부 우주항공청설립추진단장은 “모든 자리에 외국인을 채용하겠다는 게 아니라 외국인 채용 필요성 이 요구되는 자리가 있고 전문성 요구되는 곳이 있다면 엄밀한 심사를 통해 보안에 대한 장치를 마련해 임용하겠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우주항공청장의 권한은 여기에 머물지 않는다. 특별법에는 ‘우주항공청장이 임기제공무원을 임용하려는 경우 고위공무원단 직위에 임용되려는 자에 대해서는 ‘국가공무원법’ 제2의2제3항에 따른 평가, 같은 법 제28조의6제1항에 따른 고위공무원임용심사위원회의 심사를 생략한다’라고 돼 있다. 청장이 맘대로 고위공무원을 임용할 수 있다는 것이고 그 과정에서 그 어떤 견제장치도 두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주항공청장의 권한은 직원을 채용하는 시스템에도 손길을 뻗친다. 특별법에는 ‘우주항공청장은 임기제공무원을 채용하려는 경우 ‘국가공무원법’ 관련 조항에도 불구하고 그 채용시험 등의 응시요건과 방법 등에 관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달리 정해 운영할 수 있다’고 했다. 한 마디로 우주항공청 직원을 채용할 때는 ‘청장 맘대로 하세요’라는 조항으로 직원 채용에 있어 투명한 절차조차 생략하고 있는 셈이다.
더한 것도 있다. 우주항공청 직원에 대한 보수에 대해서 특별법에서는 ‘다른 법령에도 불구하고 우주항공청장이 정하는 기준에 따라 달리 정할 수 있다’라고 명시했다.
정부조직이면서도 다른 부·처·청과 다른 임금체계를 가져가면서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것이란 지적에 대해 최 단장은 “형평성 문제가 크게 제기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인사혁신처에서 현재 공무원 조직을 혁신하려 노력하고 있고 이번 우주항공청을 혁신모델로 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최 단장은 “(우주항공청장 등에 대한) 특례로 이해충돌이나 권한의 오용 방지 제도는 하위법령에 다 마련해야 한다”며 “특별법에 정하지 않은 사항은 기존 공무원법이나 공무원윤리법 등 다른 법령을 다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한을 언급한 ‘특별법’과 이를 견제하는 이미 마련돼 있는 ‘법령’이 있기 때문에 큰 문제는 되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21세기 우주분야는 민간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한국형발사체 누리호 2차 발사 성공과 달 탐사선 다누리 등에 이어 차세대발사체 개발 등을 민간업체로 기술을 이전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런 마당에 우주항공청을 신설하면서 청장에게 권한을 막강하게 하는 것은 흐름을 역행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로 이어지고 있다.
우주항공청과 청장 등에 대한 막강한 권한에 준하는 책임성 언급은 부족해 자칫 우주항공청이 다른 정부 부처 조직으로부터는 외면 받고, 민간업체와 소통되지 않는 ‘불통(不通) 조직’이 되지나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종오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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