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소희 기자] 중국 기업들의 물량 공세, 국제적 논쟁거리로 떠오른 망사용료, 새로운 격정장인 된 오픈랜, 그리고 여전히 뜨거운 인공지능(AI)과 메타버스.
지난달 27일(현지시간)부터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나흘 동안 개최되고 있는 모바일월드콩글레스 2023(MWC 2023)의 주제는 '내일의 기술을 실현하는 오늘의 속도(Velocity)'다. 160여 개국에서 2천여 개가 넘는 업체와 기관이 참석해 코로나19 이후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되는 올해 행사에서 주목할 만한 5개 키워드를 살펴본다.
◆유럽서 입지 다지는 중국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3에 참석하지 않았던 중국 ICT(정보통신기술) 기업들이 MWC 2023에는 대거 참여했다. 미중 무역 분쟁으로 중국의 글로벌 입지가 서구권에서 약화되는 기류가 엿보이는 것과는 달리 행사장에서 중국 기업들의 물량 공세는 압도적이다. 네트워크 장비와 스마트폰의 유럽 입지를 확대하려는 것인데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유럽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단연 화웨이가 눈길을 끌었다. 화웨이는 ▲신성장 기회 ▲5세대이동통신(5G) 비즈니스 ▲5.5G ▲친환경 개발 ▲디지털 전환 등 다양한 주제로 관람객들의 발길을 붙들었다. 주요 전시관 7개 중 1개를 통째로 빌려 규모면에서 경쟁사를 압도했다. 플래그십 스마트폰 '메이트 50'시리즈, 워치 버즈, 워치 GT 사이버 등 신제품들도 대거 선보였다. 샤오미·오포 등 스마트폰 제조기업들도 폴더블 스마트폰을 내세워 삼성전자를 견제했다.
물론 중국 기업들이 이전 만큼의 회복세를 보인 것은 아니다. MWC 주관사인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C)에 따르면 지난 2019년 개최된 MWC에 참가했던 중국계 IT 기업은 300개 이상에 달했으나 이번에는 150여 개 기업가 참여했다.
◆EU가 불지른 망사용료 논쟁
망사용료도 빼놓을 수 없는 이슈다. 유럽연합(EU)은 MWC 개최에 앞서 '기가비트 연결법(가칭)' 발의를 위해 의견 수렴 절차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안은 유럽 내 기가비트 인터넷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구글·넷플릭스·메타 등 글로벌 콘텐츠사업자(CP)가 망 투자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티에리 브르통 EU 내부시장 담당 집행위원은 '열린 미래의 비전'이라는 제목의 첫번째 MWC2023 키노트 세션에서 기조연설자로 나서 "막대한 투자를 공정하게 분배하기 위한 자금 조달 모델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프라 구축을 위한 인터넷서비스제공자(ISP)의 망 투자 부담을 글로벌 CP가 나눠야 한다는 취지다.
브르통 위원은 "(망사용료 문제가) 신속하게 해결해야 하는 근본적 질문"이라며 "디지털 규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하여 공정한 경쟁의 장을 보장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EU가 망사용료 논쟁에 불을 붙이면서 국내에서 진행 중인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간 분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 미국과 중국의 신경전 오픈랜(O-RAN)
MWC 2023을 통해 개방형 무선접속망(오픈랜)의 상용화도 눈여겨봐야 한다. 오픈랜은 무선통신장비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분리해 서로 다른 제조사 장비 간에도 상호 연동이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다. 상용화될 경우 타사 제품과의 호환성이 대폭 확대된다.
오픈랜과 관련해선 미·중 경쟁이 뜨겁다. 미국 정부가 중국의 5G 인프라 구축을 견제하기 위해 사용하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이번 행사에는 에릭슨·노키아 등 유럽 전통 통신장비 회사뿐 아니라 미국의 아마존웹서비스, 델 테크놀로지스, HPE 등도 출격해 협력 체계 구축에 나섰다.
국내 기업들의 움직임도 눈에 띈다. KT는 일본 통신기업 NTT도코모와 소프트웨어 기반 가상화 기지국(vRAN) 등 오픈랜 기술 협력을 논의했다. ▲가상화 기지국 성능 검증 ▲오픈랜 시스템 검증 ▲오픈랜 생태계 확장 등 분야 구체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LG유플러스(대표 황현식)는 글로벌 IT 기업 델 테크놀로지스와 오픈랜 플랫폼 연구·개발 협력을 강화하는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여전히 뜨거운 AI(인공지능)
챗GPT 등이 쏘아올린 인공지능(AI) 기술도 화두다. 국내 참여기업 중 SK텔레콤(대표 유영상)은 'AI가 이끄는 미래 ICT 기술'을 주제로 ▲AI ▲UAM ▲6G 등 혁신기술을 선보이는 전시관을 꾸렸다. 행사 개막 이전인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오후에는 기자들과 만나 'AI to Everywhere(AI를 모든 곳에)'를 강조하며 ▲고객·기술 ▲시공간 ▲산업(AIX) ▲코어(Core) BM ▲환경, 사회적 책임, 투명한 지배구조(ESG) 등 5대 영역에서 AI 서비스 구현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처음으로 MWC 현장을 찾아 AI 카메라를 체험하고 도심항공교통(UAM) 기술에 대한 설명을 듣는 등 관심을 보였다. 최 회장은 SK텔레콤이 인공지능(AI) 회사로 전환하는 것과 관련해 "통신 회사가 AI 컴퍼니로 전환하려고 하는 상황"이라며 "그동안 키워온 기술을 결합·융합해 더 좋은 형태로 사람과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인공지능 회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KT(대표 구현모)는 '디지털 시대를 개척하는 DX 파트너 DIGICO KT'를 주제로 ▲DX플랫폼 ▲DX영역확장 ▲DX기술선도 등 3개 테마의 전시관을 운영한다. 특히 DX플랫폼 존은 KT의 AI 기술을 한번에 만나볼 수 있는 공간이다. KT의 초거대 AI인 '믿음' 소개 영상과 개방형 AI 연구포털 지니랩스, KT와 AI 풀스택을 함께 구축하는 리벨리온 AI반도체 제작 기술, 모레의 AI반도체 설계 기술 등이 소개된다.
◆ 통신사들의 격전장 메타버스
SK텔레콤은 운영 중인 메타버스 서비스 '이프랜드' 진출을 위해 도이치텔레콤, T-모바일, 악시아타 등 글로벌 통신사들과 업무협약(MOU)를 맺었다. SK텔레콤은 또 전시장 내 실물 크기의 도심항공교통(UAM) 기체를 마련하고 관람객들이 가상현실(VR)을 통해 체험할 수 있도록 꾸려 뒀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는 메타버스 서비스와 AI를 더한다는 방침이다. 그는 "소셜 메타버스 서비스도 에이닷에 연계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며 "에이닷과 이프랜드 서비스가 결합되는 것이 그동안 강조해온 아이버스(AIVERSE) 세계를 갖추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해외에서는 대표적으로 퀄컴이 도이치 텔레콤, KDDI, T-모바일, 텔레포니카, 보다폰 등 글로벌 7개 통신사와 확장현실(XR) 서비스 개발 협력에 나섰다. 플랫폼 '스냅드래곤 스페이스'를 기반으로 한 신규 XR 기기 및 서비스 개발에 주력한다.
중국 제조사들도 XR 기기 신제품을 잇따라 선보였다. 샤오미는 스냅드래곤 XR2 플랫폼을 장착한 무선 증강현실(AR) 글라스 디스커버리 에디션을 발표했고, 오포도 스냅드래곤8 2세대를 내장한 혼합현실(MR) 기기를 선보였다. ZTE는 누비아 네오비전 AR 글라스를 내놨다.
/박소희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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