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소희 수습 기자] 유료방송 분야 성장률 둔화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사업 반등을 위해 결국 '킬러 콘텐츠'를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콘텐츠 확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재정 지원과 규제 완화 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지난 29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방송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방송시장 매출액은 19조4천1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7% 증가한 수치를 보였다. 해당 조사는 방송매출 1억원 이상의 방송사업자를 대상으로 2000년부터 매년 실시되는 국가승인 통계조사다.
해당 조사에 따르면 유료방송사업자의 총 매출액은 약 7조원으로 전년비 2천621억원 증가했다. 구체적으로는 IPTV는 4조 6천368억원(전년비 8.2% 성장) SO는 1조8천547억원(전년비 4.1% 성장)한 수치다.
지표상 방송산업 전체 규모는 증가한 데다 지난해 유료방송 가입자도 3천577만 단자로 전년비 98만 단자가 증가했다. 하지만 유료방송 업계는 성장률 둔화세를 지적하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실제로 유료방송 분야 성장률은 지난 2016년부터 지속적으로 하락해 지난해 증가율은 2.8%에 불과했다.
지난 6년 동안 유료방송 가입자 증가율은 2016년과 2017년 각각 6.25%, 5.5%였지만 2018년(3.5%)과 2019년(3.2%)에는 3%대로 추락했고 2020년 2.9%를 기록하며 3%선이 깨졌다.
유료방송 사업 분야 점유율 1·2위를 차지하고 있는 IPTV(인터넷 TV)·SO(종합유선방송사업자) 측도 이러한 위험을 인식하며 독자 콘텐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IPTV업계 관계자는 "IPTV의 점유율이 높지만 성장률 자체가 둔화되고 있고 적자를 면한 지도 오래되지 않았다"며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도 매우 빠르게 시장에서 성장하고 있어 (성장세를 감안하면) 규제 완화의 속도도 빨라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다만 OTT라는 흐름을 거스르거나 규제를 더하자는 입장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OTT와 같은 신 뉴미디어 법제의 틀을 바꾸자는 게 아니라 사전 심의를 사후 심의로 바꾸는 등 레거시 사업자들도 OTT 사업자들의 레벨(수준)로 완화해 주길 바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사업자 측면에선 전략적 공동수급과 같은 부분을 확대할 것"이라면서 "콘텐츠 제작과 독자 수급 등 콘텐츠 경쟁력을 키우는 노력을 통해 OTT라는 흐름을 거스르기보단 각자의 영역을 넓혀 가고자 한다"고 언급했다.
한 SO(종합유선방송사업자) 업계 종사자도 "지역채널 콘텐츠 경쟁력을 키우고 커머스 산업을 활성화하는 등 지역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싶다"며 "방송 콘텐츠 경쟁력이나 UI·UX 경쟁력을 높여 시청자를 끌어오려는 시도들이 SO 사업자들에게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 같다"고 내다봤다. 지역채널에 집중하는 것뿐 아니라 방송 자체의 질을 높여 소비자의 체감 품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한다는 의미다.
생존을 위해 콘텐츠 경쟁력을 높인다는 사업자들의 전략에 전문가들도 동의했다. 최진봉 성공회대학교 교수는 "플랫폼은 새로운 기술이 개발될수록 확장되는 것"이라며 "OTT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고 봤다. 이어 "지금은 '콘텐츠'의 시대"라며 "높은 가치의 '킬러 콘텐츠'를 확보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또한 "IPTV의 경우 망 사업 자체보다 자체 콘텐츠를 갖추는 게 중요하다"면서 "규제 완화를 바라는 사업자들의 의견에는 콘텐츠 경쟁력 확보 측면에서 동의한다"고 언급했다. 예능·드라마 등 콘텐츠 제작 부분에 대해서는 OTT와의 경쟁이 가능토록 제도 마련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제도적 불균형은 일정 부분 제거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OTT 사업자들과 동일한 수준으로 모든 규제를 완화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최 교수는 "현재 (시청자들의) 시청 형태는 지상파 채널도 IPTV를 통해 보는 방식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앞으로 IPTV가 국가기간방송망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에 더해 "IPTV 사업자들이 대기업인 데다 SO 사업을 인수하는 형태가 많다 보니, 지역 뉴스를 보도하는 등 OTT(의 콘텐츠)와는 특성이 다른 경우가 있어 해당 부분에 대해서는 규제가 필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SO를 지역 방송으로서의 강점 측면이나 방송 다양성 측면에서 지속적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하면 정부의 제도적 지원은 필수"라며 "(SO가) 자체적으로 살아남으라고 하면 이는 무리한 요구"라고 바라봤다. 그는 "방송시장 자체가 플랫폼이 아니라 프로그램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며 "SO라는 구 방식의 플랫폼 운영이 한계에 부딪히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익성 측면에서 (SO를) 유지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 정부 지원 등을 통해 공적 자금 확보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다만 "SO 측에서 말하는 '지역성'이 정말 유효한지에 대해서는 별도의 평가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했다. 지역 언론으로서의 역할 역시 플랫폼 중심이라기보다는 프로그램 측면에서 평가해 지역에 대한 유효성을 측정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문행 수원대학교 커뮤니케이션학 교수 역시 "전반적으로 SO, IPTV, OTT 모두 다 플랫폼이 됐다"며 "수용자들이 원하는 콘텐츠를 얼마나 잘 제공하느냐가 문제"라고 짚었다. "케이블 같은 경우 어려움에 직면해 다른 사업과 연계하지 않으면 타개책을 찾기 어렵고 IPTV도 우위는 선점하고 있지만 OTT 때문에 고민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넷플릭스가 광고요금제를 낸 바 있듯, (유료방송 또한) 이용자들에게 저렴하게 좋은 콘텐츠를 제공해야 차별화 지점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이 교수는 유료방송계가 차별화 전략을 적극 도모해야 한다면서 "SO나 IPTV 사업자의 경우는 '리얼타임 본방'이라는 장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자체 채널과 채널 사업자들과 협업해 본방송 콘텐츠 경쟁력을 강화하는 태도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소희 수습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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