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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권리장전 시대 '초읽기'…산업계 "사회적 합의 중요" [IT돋보기]


디지털 권리장전 수립 위한 제13차 디지털 국정과제 간담회 개최

[아이뉴스24 안세준 기자] 디지털 시대 국민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논의가 본격화됐다. 정부는 디지털 보편적 가치를 보장하기 위한 '디지털 권리장전' 초안을 연내 마련할 계획이다. 산업계는 권리장전 마련 과정에서 충분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한다.

30일 오후 열린 서울중앙우체국에서 개최된 제13차 디지털 국정과제 연속 현장 간담회에서 디지털 권리장전 수립 방안을 두고 참석자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안세준 기자]
30일 오후 열린 서울중앙우체국에서 개최된 제13차 디지털 국정과제 연속 현장 간담회에서 디지털 권리장전 수립 방안을 두고 참석자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안세준 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이종호)는 디지털 권리장전 수립 방안 논의를 골자로 한 제13차 디지털 국정과제 연속 현장 간담회를 30일 개최했다. 박윤규 제2차관을 비롯한 정부 관계자, 학계·산업계·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디지털 권리장전 자문위원 등이 참여했다.

디지털 권리장전이란 지난 9월 발표된 '대한민국 디지털 전략' 세부 과제다. 현행 법령에서 보호하지 않는 국민 디지털 권리를 입법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하겠다는 취지다. 권리장전은 1600년대 영국에서 처음 쓰인 표현으로, 헌법에 규정된 인권 관련 조항을 가리키는 말로 쓰이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디지털 권리장전 마련에 앞서 자문위원 등을 통해 학계와 산업계, 시만단체 등으로부터 의견을 수립하고 있다. 디지털 분야 국민 기본권이 빈틈없이 보호받을 수 있도록 다양한 입장에서의 견해를 듣겠다는 것. 디지털 격차 해소 등 국민 기본권을 수호하겠다는 정부 차원 움직임이다.

박윤규 2차관은 "지난 뉴욕선언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자유가 확대되는 쪽으로 발전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자유라고 하는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는 더 신장되고 발전돼야 할 것"이라며 "디지털 시대 가치를 지키기 위한 디지털 권리장전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 발제는 김명주 서울여대 교수와 홍선기 독일정치경제연구소 박사가 맡았다. 김 교수는 '국내외 사례로 살펴본 디지털 권리장전의 역할과 방향'을 주제로, 홍 박사는 'EU 사례로 살펴본 디지털 권리장전 추진방향'을 주제로 각각 발표했다.

우선, 김 교수는 디지털 윤리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대전환에 따른 부작용과 역기능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디지털 대전환은 국민의 기본권을 이전보다 효과적으로 구현하도록 지원하기도 하지만, 되려 악화될 위험도 내재하고 있다"고 디지털 대전환 역기능을 설명했다.

따라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 교수는 "디지털 신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관련 사용자의 권리를 법의 형태로 보장하고 있다. 제한된 이해당사자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전체 국민의 권리를 고려하기 어렵다"며 "국민 전체의 권리를 일관성 있게 보장하는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30일 오후 열린 제13차 디지털 국정과제 연속 현장 간담회에서 박윤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이 인사말하고 있다. [사진=안세준 기자]
30일 오후 열린 제13차 디지털 국정과제 연속 현장 간담회에서 박윤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이 인사말하고 있다. [사진=안세준 기자]

디지털 권리장전은 입법 가이드라인일 뿐 법적 구속력이 없다. 다만 제 역할이 없는 것은 아니다. 결과적으로 국민 디지털 권리에 대한 의식을 함양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만큼 디지털 권리장전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홍 박사는 분석한다.

그는 "구속력이 없다고 해서 역할이 없는 것은 아니다. 법적 구속력이 없는 세계인권선언도 궁극적으로는 60개 이상의 국제인권 관련 규범을 탄생시켰다"며 "향후 디지털 권리장전에 규정된 내용을 구체화하는 입법 방향을 제시하는 가이드라인으로서의 역할도 담당할 수 있다"고 필요성을 제기했다.

권리 보장은 책무를 수반한다. 경우에 따라 규제로 작용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산업계가 우려하는 이유다. 디지털 권리장전 초안 마련 과정에서 업계 등과 충분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장은 말한다.

박 협회장은 "권리장전은 과거 영국에서 등장한 말로 절대권력에 대한 일종의 대항권력이다. 국민의 디지털 권리를 보장하는 데 있어 우리를 억압하고 있는 군주(대상)가 누구인지 의문"이라며 "사이버보안이 위험하다며 국가가 개인정보나 데이터를 권리장전이라는 이름으로 통제하게 된다면 그것 또한 문제일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권리장전은 일종의 입법 선언문이다. 향후 입법을 통해 구체적으로 특정 부분을 권리화할 수 있다"면서 "합의되지 않은 일방적인 권리로 자리매김할 경우 규제의 밑받침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과기정통부는 사회적 합의과 중요한 사안인 만큼 디지털 권리장전 수립 과정에서 충분한 검토를 거치겠다는 입장이다. 박윤규 2차관은 "폭 넓은 의견 수렴과 사회적 합의를 이뤄 나가는 과정이 중요하다. 관련 내용을 충분히 검토해 추진할 것"이라고 답했다.

/안세준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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