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민혜정 기자] 실적 경신 행진을 벌이던 DB하이텍도 '반도체 한파'를 피해가기 어려울 전망이다. 그동안 DB하이텍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로서 반도체 공급난 효과를 톡톡히 봤지만, 반도체 수요가 줄어들며 내년 이후 성적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21일 DB하이텍에 따르면 이 회사의 올해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이미 지난해 연간 실적을 넘어섰다.
DB하이텍의 3분기 누적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2천781억과 6천151억원으로 지난해 매출( 1천2천147억원)과 영업이익(3천991억원)보다 많다.
증권업계에서는 DB하이텍이 올해 연간으로 매출 1조7천억원대, 영업이익 8천억원대를 달성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DB하이텍도 다른 반도체 업체들처럼 수주 규모 등에서 위기감이 감지되고 있다.
DB하이텍의 3분기 수주 잔액은 총 1억523만 달러로 전분기보다 약 14%가 줄었다. DB하이텍의 수주잔액이 감소한 건 2020년 1분기 이후 11분기 만이다.
이는 DB하이텍이 주력인 8인치 웨이퍼 기반 파운드리 시장이 위축되고 있어서다.
지난 2년여간 8인치 웨이퍼가 투입되는 차량용 반도체, 디스플레이 구동칩(DDI)의 극심한 공급난으로 8인치 파운드리 업체들은 호실적을 거뒀다. 코로나19 특수를 본 셈이다.
8인치 웨이퍼는 2000년대 중반 12인치 웨이퍼 등장으로 입지가 줄어들었다 다시 주목받는 양상이었다. 다품종 소량생산에 적합하지만 생산성이 낮고 원가경쟁력도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8인치 파운드리 업체들은 코로나19 특수가 끝나가면서 생산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 2년간 평균 100% 수준이었던 8인치 파운드리 가동률은 올 하반기부터 90~95%로 줄었고, 일부 소비자용 IT 제품 칩을 생산하는 공장은 90% 이하까지 떨어졌다. DB하이텍도 3분기 기준 약 95%다.
이에 따라 DB하이텍은 수익을 높일 수 있는 고부가 제품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실리콘카바이드(SiC) 기반의 전력반도체 생산에 힘쓸 계획이다.
탄화규소 기반의 SiC 전력반도체는 기존 규소(Si) 전력반도체보다 전압 10배와 수백도 고열을 견딜 수 있다. 두께도 10분의 1 수준이다. SiC 전력반도체는 이같은 장점으로 기존 시장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전기차 보급이 확대되면서 전력반도체 시장에서 SiC 전력반도체 채택률이 높아지고 있는 셈이다.
DB하이텍 관계자는 "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 등으로 전자 업계가 불황을 겪고 있는 가운데 파운드리 업계도 영향권에 접어들고 있다"며 "이를 감안해 향후 고부가의 안정적인 제품 개발과 운영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민혜정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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