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서민지 기자] 삼성전자와 애플이 내년 스마트폰 신제품 가격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 40년 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겪으면서 원자재값 상승 등으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가격을 올릴 경우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부진을 더욱 심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애플은 내년 스마트폰 신제품 가격을 인상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내년 2월 공개 예정인 삼성전자의 '갤럭시S23' 시리즈 가격에 관심이 쏠린다. 당초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갤럭시S21과 갤럭시S22 가격을 연달아 내렸던 만큼 갤럭시S23의 경우 동결 정도를 예상했다.
하지만 원가 부담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 고환율이 지속되면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실제 삼성전자의 3분기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가격은 전년 대비 약 80%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 DX부문의 원재료 매입액에서 모바일 AP가 차지하는 비중은 13.9%에 달한다.
특히나 갤럭시S23 시리즈는 전량에 퀄컴 스냅드래곤을 탑재할 예정으로, 비용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그간 자체 AP인 엑시노스와 퀄컴의 AP 스냅드래곤을 지역별로 병행 탑재한 바 있다. 갤럭시S22의 경우 스냅드래곤의 비중이 75% 수준이었다.
삼성전자는 이달 초 갤럭시탭S8 시리즈 등 태블릿PC 제품 가격을 올리기도 했다. 갤럭시탭S8 울트라 모델의 경우 최대 22만원 오르며 200만원대에 진입했다. 이미 출시된 제품 가격을 인상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애플은 내년 하반기에 선보일 예정인 아이폰15의 가격을 대폭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유명 IT 팁스터(정보유출가) 리크스애플프로는 아이폰15 울트라(프로 맥스) 가격이 1천199~1천299달러(약 155만~168만원)로 전작 대비 100~200달러(약 13만~26만원) 인상될 것으로 예상했다.
리크스애플프로는 "애플은 그간 아이폰 가격을 유지하면서 마진이 줄고 있다"며 "생산 비용 상승과 인플레이션 등으로 인해 아이폰15 울트라 모델의 가격을 유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고 봤다.
애플 역시 최근 태블릿 PC에 대한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지난 3월 출시된 아이패드 에어 5세대 모델은 최대 30만원 이상, 지난해 11월 출시된 아이패드 미니는 최대 20만원 이상 인상됐다.
지난달 선보인 아이패드 10세대와 아이패드 프로 시리즈는 아예 가격을 올려 출시했다. 아이패드 프로의 경우 최대 60만원이 인상됐다. 12.9인치 2TB 셀룰러 모델 기준 가격은 360만4천원에 달한다.
업계에선 가격 인상이 단행될 경우 수요가 더욱 떨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내년 스마트폰 수요가 소폭 개선되는 데 그치는 것은 물론, 당분간 코로나19 유행 이전 수준으로는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서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내년 스마트폰 출하량이 2% 증가할 것으로 봤다. 회복세로 돌아선다는 점은 긍정적이나, 올해 11% 역성장이 예상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부진이 이어지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만 해도 삼성전자와 애플 모두 가격을 동결하며 수요를 끌어들이는 데 집중했지만, 수요가 쉽게 살아나지 않고 있어 가격 인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며 "가격 인상으로 시장이 더욱 침체될 것 같아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수요가 받쳐준다면 가격이 아닌 물량으로 어느 정도 마진을 채울 수 있는데, 수요가 회복되지 않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서민지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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