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최근 정기 임원 인사를 마무리 지은 삼성전자가 이재용 회장 취임 후 첫 글로벌 전략 회의에 나선다.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등 이른바 '3고(高)'에 따른 한국 경제의 복합 위기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붕괴로 전반적인 사업에 대한 어려움이 감지되고 있는 만큼 이 회장도 이번 회의에 참석할 지 관심이 집중된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온라인으로만 올 하반기 글로벌 전략 회의를 개최한다. 이달 15일 전사와 모바일경험(MX)사업부를 시작으로 16일에는 영상디스플레이(VD)·생활가전사업부가, 22일에는 DS(반도체)부문이 회의를 진행한다.
글로벌 전략회의는 각 사업부문장이 주관하는 정례회의로, 통상 6월, 12월 두 차례 열린다. 이 회의는 DX부문장과 DS부문장인 한 부회장과 경 사장이 주재하며, 경영진과 임원뿐 아니라 해외 법인장 등도 참석한다.
글로벌 전략 회의는 삼성전자 최대 회의로, 부문별 업황을 논의하고 내년 사업 계획과 중장기 신성장 동력 등에 대한 아이디어를 나누는 자리다. 통상 상반기 회의에는 하반기 전략, 하반기에는 이듬해 전략을 집중 논의한다.
이번 회의에는 본사 경영진과 해외 법인장 등 총 240여 명(DX 140여 명, DS 100여 명)이 온라인으로 참석할 것으로 전해졌다. 올 상반기에 한 차례 오프라인으로 진행했던 데다 최근 임원 인사가 끝난 만큼 조직 안정화가 더 우선이란 판단에 따라 이번 회의는 수 개월 전부터 온라인으로만 진행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연말에만 한 차례 전략회의를 진행했지만, 올해 다시 상반기 전략회의를 재개했다. 이는 2018년 이후 4년 만으로, 최근 악화하는 대내외 경영환경에 대한 삼성전자의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평가됐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위기는 주력 사업인 반도체와 스마트폰, 가전 등에서 전반적으로 감지되고 있다.
특히 반도체 사업은 최근 불어닥친 '메모리 한파' 여파로 고전하고 있다. 지난 3분기에는 매출이 전분기 대비 28.1%나 감소한 146억 달러에 그치며 세계 반도체 시장 1위 자리를 인텔에게 빼앗겼다. 인텔의 3분기 매출은 148억5천100만 달러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동안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도 5조1천200억원을 기록, 1년 전보다 49.16% 감소해 반토막 났다. 수요가 줄어들면서 재고자산도 급증해 올 상반기보다 22.6% 늘어난 26조3천652억원을 기록했다.
여기에 내년 전망도 암울하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내년 세계 반도체 시장의 매출 규모가 5천960억 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3.6% 줄어들 것으로 봤다. 또 메모리 시장은 16.2% 역성장하고, 내년 D램 시장은 올해보다 18% 줄어든 742억달러 매출을, 낸드 시장은 13.7% 감소한 594억달러 매출을 기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메모리 반도체 업계의 캐시카우로 꼽히는 서버용 D램 시장 역시 내년 성장률이 2.8%로 올해(5.1%)보다 낮을 전망이다.
DS부문에선 글로벌 메모리 가격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감산 없이 수익을 유지하는 방안을 두고 경영진이 머리를 맞댈 것으로 보인다. 또 3나노 등 첨단 공정 수율 확보 전략과 내년 서버용 DDR5 D램 시장 개화에 따른 시장 선점 전략, 기초 공사를 시작한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 파운드리 공장 건립 현황 등에 대해서도 심도 있게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폰 사업 역시 불안한 상태다. 스마트폰 사업 정체가 이어지고 올 초 게임옵티마이징서비스(GOS)논란까지 일면서 소비자들의 신뢰가 떨어졌다는 점은 뼈아프다. 또 국내외 경기 악화에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삼성 스마트폰 판매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내부 불안은 더 커지고 있다. 여기에 '아이폰14' 시리즈 효과로 4분기에는 글로벌 스마트폰 점유율 1위 자리를 애플에 넘겨줄 위기까지 처했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4분기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은 애플이 24.6%로 1위가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20.2%로 2위로 밀리고 샤오미(12.0%), 오포(10.4%), 비보(7.6%) 등이 그 뒤를 이을 것으로 예측됐다.
이에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사업 경영진단을 지난해에 이어 올 상반기에도 진행했다. 올해 전체 스마트폰 출하량 목표 역시 연초 3억3천400만 대로 잡았다가 2억7천만~2억8천만 대 수준으로 낮췄다. 내년 출하량 목표치도 2억7천만 대 수준에 머물 전망이다.
생활가전 사업도 비틀대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한 소비 심리 하락 현상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으면서 가전·전자 제품 시장 불황이 장기화돼 실적이 큰 타격을 받고 있어서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올해 3분기 영상디스플레이(VD)·가전 사업부 매출은 14조7천5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4.6%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2천500억원으로 67.1% 급감했다.
수요 감소로 전체 재고자산도 크게 늘었다. 올해 3분기 기준 삼성전자 재고자산은 57조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16조원이나 늘었다.
이에 따라 DX부문은 이번 회의에서 가전과 스마트폰·TV 등 주요 제품의 수요 둔화에 따른 프리미엄 전략과 북미·유럽·중남미 등 주요 시장 공략 방안, 재고 건전화 전략 등을 집중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전사 부문은 비용 절감, 수익성 회복 등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올해 3분기 삼성전자의 누적 금융비용은 14조2천65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두 배나 늘었다. 외환 환산손실과 외환차손 등이 급증하고, 이자 비용 역시 50% 이상 늘었다. 여기에 내년에도 물류비, 고금리, 고환율 등으로 말미암은 비용 부담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어려움이 더 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내년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33조3천800억원으로, 올해보다 약 29%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분위기 탓에 일각에선 이 회장이 올해 글로벌 전략회의에 참석할 지를 두고 예의주시하고 있다. 회장 취임 첫 해인데다 어려운 경영환경에서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단 판단에서다. 다만 회의 주재는 한종희·경계현 부문장에 맡기되 회의 후 경영진을 격려하거나 별도 사장단 회의를 소집할 가능성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빅테크와 대형 유통 업체, 반도체 장비, 디지털 광고 업체들은 일제히 매출 둔화 및 마진 하락으로 비상 경영에 돌입했다"며 "점점 높아지는 금리는 결국 누적돼 내년부터는 세계 경제에 더욱 큰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분위기로 인해 기업들의 국내외 사업이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지금 위기를 어떻게 대응하는지에 따라 기업의 미래가 결정될 수 있는 중요한 시기인 만큼 전략 회의에 나선 삼성의 긴장감도 극에 달한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장유미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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