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아랍에미리트(UAE)로 취임 후 첫 해외 출장길에 오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재판 일정까지 건너뛰고 현지에 더 머물기로 했다. 고유가로 호황기를 맞은 중동에서 원전을 비롯해 인공지능(AI), 5세대(5G) 등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기 위해서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회장의 변호인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박정제 박사랑 박정길 부장판사)에 재판 불출석 의견서를 제출했다. 재판부는 "이재용 피고인은 사업상 필요에 의해 사유서를 제출해 변론 분리한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2020년 회계 부정과 부당 합병 혐의(자본시장법 위반 등)로 재판에 넘겨져 매주 1∼2차례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2015년 삼성물산 주식 1주를 제일모직 주식 0.35주와 교환하는 조건으로 합병했고, 그 결과 제일모직 지분 23.2%를 보유했던 이 회장의 그룹 지배력이 강화됐다.
검찰은 합병 과정에서 삼성그룹이 제일모직 주가를 의도적으로 띄우고 삼성물산 주가를 낮추려 거짓 정보를 유포하는 등 부당 거래했다고 보고 이 회장을 기소했다. 최지성 옛 삼성 미래전략실장,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 등도 합병 과정에 개입한 것으로 보고 함께 재판에 넘겼다.
반면 이 회장은 당시 합병이 합리적 경영 판단의 일환이었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 합병 후 경영 실적이 개선됐다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달 17일 방한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마르크 터 네덜란드 총리, 페터르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와 잇따라 면담할 때에도 그 전날 재판부에 불출석 사유서를 낸 바 있다.
이번에는 지난 4일 그룹 사장단 인사를 앞두고 삼성물산, 삼성엔지니어링 최고경영진들과 함께 UAE로 가면서 재판에 참석하지 못하게 됐다. 체류 기간 동안에는 아부다비에 있는 바라카 원자력 발전소 건설 현장을 찾아 임직원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중동 지역 삼성 사업장을 방문한 것은 2019년 9월 추석 연휴 이후 3년 3개월 만으로, 당시 이 회장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지하철 공사 현장을 방문했다.
바라카 원전 프로젝트는 한국 최초의 해외 원전 건설 사업이다. 삼성물산이 포함된 '팀 코리아' 컨소시엄이 이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2012년 건설을 시작해 10년 이상 사업이 이어지고 있다.
이 회장은 현지에서 일하는 20~30대 직원들을 만나 중동 시장을 적극 공략해야 한다는 뜻도 피력했다. 이 회장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대변혁'을 추진 중인 중동은 기회의 땅"이라며 "어려운 상황이지만 과감하고 도전적으로 나서자"고 말했다.
재계에선 이 회장의 UAE 출장이 이번 주말이나 다음주 초까지 계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12월 3박 4일 일정으로 UAE에 다녀온 점을 감안하면 올해는 출장 일정이 다소 길어진 것이다. 당시 이 회장은 아부다비에서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하얀 UAE 대통령(당시 왕세자)을 만났다.
이 회장은 이번 출장에서 원전을 비롯해 인공지능(AI), 5세대(5G) 등 미래 먹거리 사업 기회를 모색할 것으로 관측된다. 또 그동안 쌓아온 중동 정·관계 네트워크를 활용해 삼성 계열사들의 사업 수주를 총력 지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달에는 방한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를 만나 비전 2030 프로젝트의 핵심인 '네옴시티' 건설 관련 의견을 나눴다. 이번 출장에선 이 회장이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하얀 UAE 대통령을 만나 스마트시티 프로젝트 '마스다르 시티'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의 이번 출장으로 삼성도 5G, 반도체 등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 현지 사업을 더 활발히 펼칠 것으로 기대된다"며 "우리 정부와 UAE를 잇는 가교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장유미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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