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취임 후 첫 해외 출장지로 중동을 택했다. '글로벌 네트워크'를 본격 가동해 미래 먹거리를 적극 발굴하는 한편, 최근 첨단 제조업, 신재생에너지 등 신사업 육성에 나선 중동 시장을 적극 공략하기 위해서다.
6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회장은 지난 4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방문을 위해 출국했다. UAE 실세인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아부다비 대통령이 매년 겨울에 주최하는 비공개 포럼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지난해에도 무함마드 대통령이 개최하는 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아부다비를 방문한 바 있다. 당시 이 회장은 아부다비에서 열린 비공개 포럼에 참석해 무함마드 대통령(당시 아부다비 왕세제) 등을 만나 차세대 이동통신, 반도체, 인공지능(AI) 등 미래 산업에 대해 논의했다. 이 회장은 귀국길에 "아부다비에서 조그만 회의가 있었다"며 "전 세계에서 각 분야 전문가들이 와서 전 세계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각 나라나 산업들에서 미래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들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말한 바 있다.
재계에선 이 회장이 이번엔 UAE가 추진하고 있는 국가 프로젝트와 관련해 삼성의 협력 기회를 적극 모색할 것으로 봤다. UAE는 석유 자원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2010년 혁신 프로젝트 'UAE 비전 2021'을 수립해 진행하고 있다. 아울러 아부다비는 180억 달러를 투입해 스마트시티 프로젝트인 '마스다르시티'를 건설 중이다.
이에 이 회장은 UAE에서 신사업 기회를 모색하고자 각계 인사들과 두터운 친분을 쌓고 있다. 특히 지난 2019년 2월 UAE 출장에서 당시 왕세제였던 무함마드 대통령을 만난 후 그 해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반도체 생산라인에 초대해 주목 받았다. 또 이 회장은 올해 5월 세상을 떠난 할리파 빈 자이드 알나하얀 전 UAE 대통령의 빈소를 찾아 조문하기도 했다. 할리파 전 대통령은 무함마드 대통령의 형이다.
UAE 외 다른 중동 국가와의 교류에도 활발히 나서고 있다. 특히 지난 2019년 6월에는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를 승지원으로 초청해 주요 그룹 총수들과 함께 만나 주목 받았다. 빈 살만 왕세자가 지난 달 서울에 왔을 때도 면담하며 친분을 쌓았다.
이 회장의 움직임에 맞춰 삼성도 중동 지역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삼성물산의 두바이 부르즈칼리파 시공 참여, 삼성엔지니이링의 정유 플랜트 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이 회장은 올해 6월 삼성 사장단 회의에서 "중동지역 국가의 미래산업 분야에서 삼성이 잘 해낼 수 있는 부분을 찾아보고 협력강화 방안을 마련해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또 이 회장은 이번 출장에서 삼성물산이 참여한 'UAE 바라카 원전 프로젝트' 현장 점검에도 나섰다. 이 회장 취임 후 첫 해외 사업장 방문으로, 중동 지역 사업장을 방문한 것은 2019년 추석 명절에 사우디 리야드 지하철 공사 현장을 찾은 이후 3년 3개월만이다.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알 다프라(Al Dhafra)주에 위치한 바라카 원전은 삼성물산이 포함된 '팀 코리아' 컨소시엄이 진행하고 있는 한국 최초의 해외 원전 건설 프로젝트다. 지난 2012년 건설을 시작해 10년 넘게 진행되고 있는 초장기 프로젝트로, 오랫동안 현지에 체류하며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임직원이 특히 많은 사업장으로 알려졌다.
이에 이 회장은 이곳에서 공사 진행 상황을 점검한 후 오지의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 회장은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원전 3∙4호기 건설 현장을 돌아본 후 현지에서 근무하는 MZ세대 직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며 "한국에서 멀리 떨어진 해외 건설 현장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겪는 바람과 각오 등을 경청했다"고 말했다.
또 이 회장은 이날 아부다비에 위치한 삼성전자 매장을 방문해 제품 판매 상황과 고객들의 반응을 직접 살펴보기도 했다. 바라카 원전 방문 이전에는 삼성물산, 삼성엔지니어링, 삼성전자 중동 지역 법인장들을 만나 현지 사업 현황을 보고 받고 중장기 전략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이 회장은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대변혁'을 추진 중인 중동은 기회의 땅"이라며 "어려운 상황이지만 과감하고 도전적으로 나서자"고 당부했다.
재계에선 이 회장이 중동 방문을 계기로 해외 현장 경영에 더 활발히 나설 것으로 봤다. 앞서 이 회장은 지난 2019년 추석에는 삼성물산의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지하철 건설 현장을 찾았고, 2020년 설에는 삼성전자 브라질 마나우스·캄피나스 공장에 방문했다. 또 올해 9월 추석에도 멕시코에 위치한 삼성전자 케레타로 가전 공장과 삼성엔지니어링 도스보카스 정유공장 건설 현장을 찾아 직원들을 격려했다.
다음 출장지로는 베트남, 일본 등이 거론되고 있다. 특히 이달 말에는 베트남 삼성전자 연구개발(R&D)센터 준공식이 열리는 만큼 이 회장이 참석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재게 관계자는 "반도체, 스마트폰, 가전·TV 사업장을 둔 중국, 인도 등도 주요 출장지로 예상된다"며 "최근 인사를 마무리 지은 만큼 이 회장의 경영 행보도 한층 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유미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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