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오경선 기자] 검찰이 1조6천억원 규모의 환매 중단이 발생한 라임자산운용 사태와 관련해 KB증권 델타솔루션부 팀장이었던 전 직원 김모 씨에게 징역 8년의 중형을 구형했다. 함께 기소된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에게 징역 5년, 양벌규정으로 기소된 KB증권 법인에게 벌금형의 실형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서울 남부지방법원 형사합의14부(부장판사 김동현)는 28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를 받고 있는 KB증권 델타솔루션부 김 팀장 외 KB증권 임직원 4명과 이종필 전 라임운용 부사장, KB증권 법인 등에 대한 32회 공판 기일을 진행했다.
검찰은 KB증권의 라임 사모펀드 연계 사기성 판매, 펀드 돌려 막기, 사기적 부정거래 등 혐의와 관련해 김씨에게 징역 8년, 벌금 3억원을 구형했다.
또한 KB증권 직원 문모씨에 징역 6년, 류모씨에 징역 4년, 이모씨에 징역 4년, 신모씨에 징역 2년 등을 구형하고 각각 벌금 1억~2억원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 전 부사장에 대해선 징역 5년과 벌금 1억원, KB증권 법인에 대해선 벌금 7억5천만원을 구형했다.
김씨 등은 라임운용의 국내투자 펀드와 관련해 펀드 자산에 부실이 발생한 사실을 알고도 고객에게 상품을 계속 판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특히 김씨의 경우 KB증권과 라임운용이 맺은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에서 핵심 역할을 하면서 뒷돈을 받거나 정상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판매 수수료를 취득하는 등 부당이득을 챙긴 의혹도 받고 있다.
검찰은 KB증권 등 피고인들이 2018년 말~2019년 초부터 라임펀드의 부실징후를 인식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자체 스트레스 테스트를 수행하며 담보 유형이나 비율, 사업장 소재지 등을 자세히 파악하고 이를 통해 부실 내용을 인지했으며, 리스크를 낮추기 위해 단계적인 활동을 진행하면서도 일반 투자자에게 상품 판매를 지속하고 있었다고 봤다.
검찰은 "KB증권은 라임펀드 부실로 거래 규모를 축소해야하는 상황이었지만, 영업 측면에서 스테디 셀링 상품이던 '라임 AI스타펀드'를 그대로 팔아야 할 요인이 있었다"며 "직원들간의 대화 내용을 보면 '(상품 판매) 10회를 채워야 한다. 빨리 팔아야 된다'는 얘기를 하고 있고, 또 '박(정림) 사장님에게 (상품 판매) 보고를 하고 있다. 다음 달에는 이거보다 더 해야 한다'는 식으로 영업에 대한 압박이 있었다는 것도 확인이 됐다"고 말했다.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와 관련해서도 피고인 측은 상품 제안서에 대한 작성, 수정 권한이 없었다고 변론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AI스타펀드처럼 기획부터 판매사(증권사)에서 주도한 상품의 경우 증권사와 운용사간 상품 내용 협의가 이뤄질 수 있고, 실제 증권사의 의도대로 세부 문구 수정 등이 진행된 정황을 직원들간의 대화 내용 등을 통해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KB증권이 판매했던 상품은 (투자자에게) 설명한 내용이 객관적인 사실과 100% 불일치했다"며 "피고인들은 이를 인지했음에도 운용사에 수정을 요청하지 않았고, 수정 권한이 없었다면 팔지 않았어야 하는데, 잘못된 제안서 그대로 펀드 판매를 강행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 사건은 KB증권이 TRS 계약에 따라 이미 50~70%의 증거금을 보유하고 있는 상태에서 사기적 부정거래 행위 등으로 개인 투자자의 보호는 전혀 고려하지 않아, 자본시장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저버린 사안"이라며 "KB증권이 라임펀드 관련해 자산을 설계한 구조는 일반 투자자들에게 손실이 전가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고, 실제 AI스타펀드의 경우 예상 손실이 거의 전액으로 나오고 있는 상태"라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판매수수료 우회 수취 혐의와 관련해서도, 라임펀드와의 직접적 관련성과 상관없이 투자자 보호 원칙을 어기고 직업 윤리를 망각한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아무런 위험 부담 없이 고액수수료를 수취하는 판매사 입장에서는 판매 수수료를 숨기는 것 자체가 금융기관에 대한 투자자 신뢰를 해치는 범행이며, 공정 경쟁을 저하시키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KB증권 법인과 임직원을 변호하고 있는 법무법인 화우는 "라임사태의 근본 원인은 라임자산운용의 불법적 펀드 운용이며, 회사와 임직원들은 몇 가지 자료만으로 라임운용의 불법적 운용을 알 수 없었다"고 변론했다.
검찰이 주장하는 '부실 징후'의 기준이 모호하며, 회사와 임직원들이 펀드 부실 징후를 인지했음에도 펀드 판매를 강행했다는 혐의는 근거가 불명확하다고 주장했다. 회사와 직원들은 2019년 초 라임펀드의 부실 징후를 인지하지 못했으며, 풍문으로 이를 인지했다는 검찰 측 주장에는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한 검찰 측이 제시한 스트레스 테스트는 극한의 상황을 가정한 시나리오에 불과하며, 당시 라임펀드에 부실이 존재했던 것은 아니었다고 변론했다. 펀드 상품제안서에 대한 작성, 수정 관한도 KB증권이 갖고 있지 않으며, 이에 관여한 바도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KB증권 측 변호인은 "검사는 임직원 대화의 일부 문구를 가지고 (KB증권이) 펀드 제안서 작성에 관여한 듯이 주장하지만, 스테디 셀링 상품을 초기에 기획했다는 것 외에 펀드 제안서에 관여했거나 운용에 관여했다는 증거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KB증권 전 델타솔루션부 팀장 김씨 측 변호인은 "검찰이 피고인 중 나이가 가장 어리고 직책도 낮은 김씨를 주범으로 본 것은 신한금융투자(현 신한투자증권)의 사건을 바탕으로 '주된 플레이어(임모 전 신한투자증권 PBS본부장)가 라임운용과 공모해서 전체적인 (펀드) 부실을 초래하는데 역할했다'는 프레임을 가지고, 그 자리에 피고인을 앉혀 역할을 대입하는 과정에서 이뤄진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가진다"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은 임 씨와 지위가 다를 뿐만 아니라 펀드 내용이나 성격, 역할 등이 확연히 다르다"며 "선례에 맞춰서 같은 구조 속에서 이 사건을 이해하는 것은 상당한 무리를 초래할 수 있다"고 변론했다.
이 외에도 이종필 전 부사장은 사기 및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와 관련해 무죄가 선고돼야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라임운용의 펀드제안서를 근거로 투자자를 기망했다고 보고 있으나, 해당 제안서는 판매사인 금융전문가들이 펀드 판매 결정을 위해 검토하는 자료로 고객(일반 투자자)에게 전달될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변론했다. 또한 투자자 대부분이 펀드제안서가 아닌 KB증권 PB의 설명 등을 근거로 투자를 결정했음으로 제안서가 기망의 수단이 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다음달 22일 판결을 선고할 예정이다.
/오경선 기자([email protected])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