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안세준,박소희 수습 기자]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중심으로 미디어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 콘텐츠 제작비 증가로 인해 OTT사업자 또한 수익이 악화되고 있지만, IPTV(인터넷TV)·케이블TV 등 기존 유료방송 입장에선 콘텐츠 수급부터 난제다. 기존 사업자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28일 콘래드 서울에서 제4회 지속가능한 미디어 생태계 컨퍼런스(지미콘 2022)가 개최됐다. 한국IPTV방송협회가 주최·주관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PP협회가 후원했다. 박윤규 과기정통부 제2차관을 비롯한 김원명 한국IPTV방송협회 사무총장 등이 개회사·축사자로 참여했다.
◆글로벌 OTT 확산, 유료방송업계에 무거운 도전…제도적 선결과제 2건 제시
우선, 박윤규 2차관은 최근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 플랫폼의 세계적인 확산에 대해 "기존 유료방송업계에 있어 무거운 도전일 것"이라고 말했다. 유료방송 미디어 생태계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 새로운 논의가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2차관은 "정부는 시대에 뒤떨어진 사전규제는 개선하고 불필요한 행정절차는 폐지하고 있다"고 말문을 이었다.
그러면서 "내년이면 IPTV가 출범한 지 15년이다. 이용자 수가 2천만 명을 넘어 유료방송 대세로 자리잡을 정도로 발전했지만, 최근 글로벌 OTT의 확산은 (기존 유료방송사업자에게) 무거운 도전이 되고 있다"며 "과거 IPTV의 도전과 혁신정신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도) 업계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어려운 부분을 함께 풀어 나가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김원명 한국IPTV방송협회 사무총장도 가세했다. 김 사무총장은 글로벌 OTT 확산이 정체된 유료방송시장에 큰 위협으로 작용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지미콘 2022 현장에서 인사말을 통해 "지난 몇 년간 미디어 생태계가 빠르게 변화했다. 5년, 10년 전에는 글로벌 OTT의 지금과 같은 성장을 예상치 못했다"고 전했다.
이어 "막강한 자본력과 콘텐츠 기반 글로벌 OTT가 실시간서비스와 광고를 업을 시 정체된 유료방송 시장에 큰 위협요소가 될 것"이라며 "논의 끝에 시급한 주제 2건을 선정했다. (기존 유료방송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도로는 무엇이 필요할 지, 방송통신발전기금 어떻게 바뀌어야 할 지 학계 전문가 모시고 비전을 밝힐 계획"이라고 말했다.
◆"OTT 공습 막겠다" 이통3사, 합작 브랜드 '아이픽(!PICK)'으로 합심 대응
민간사업자도 유료방송시장이 OTT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데 이견은 없었다. 이날 김혁 SK브로드밴드 미디어CO 담당은 '콘텐츠 생태계, 지속가능 발전 방안-!PICK'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글로벌 OTT 등으로) 시장이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며 "글로벌 OTT와는 다른 선택지를 만들어 볼 순 없을까 하는 문제의식이 있었다"고 언급했다.
장고 끝 이동통신 3사 합작 브랜드를 설립하게 됐다고 했다. 합작 브랜드명은 '!PICK(아이픽)'이다. 3사는 지난 7월 콘텐츠 공동 수급을 위해 3천억원 규모를 공동 투자한 바 있다. OTT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유료방송 시장에 3사가 합심해 대응하겠다는 전략을 밝힌 것.
김 담당은 "오랜 기간 3사 협의 끝에 상호 공감 속에서 뜻을 모을 수 있었다. 향후 3사는 지속가능 콘텐츠 유지와 발전을 위해 글로벌 OTT 이외 공급자로서 선택지가 되려고 한다"며 "새로운 브랜드 아이픽이라는 콘텐츠 타이틀을 달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콘텐츠를 찾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IPTV에서만 볼 수 있는 미디어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약 3천억 정도를 선제투자 금액으로 가정하고, 이걸 기회로 선투자할 대상을 찾을 것"이라며 "콘텐츠 기획안을 글로벌 OTT에 판매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저희를 살펴봐주시길 바란다. 최대한 국내 미디어 생태계 형태를 유지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韓 유료방송시장 성장 한계 직면…극복 위한 정책적 개선은 '지체'
이날 지미콘 2022 행사 현장에선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 연구위원과 최우정 계명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가 발제자로 참여했다. 노 연구위원은 '유료방송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도개선, 무엇이 우선인가?'를 주제로, 최 교수는 '방송통신 진흥을 위한 방송통신발전기금,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를 주제로 각각 발제했다.
먼저 노 위원은 발제를 통해 "다들 힘을 모아 유료방송제도 개선에 힘써야할 때"라고 제언했다. 정부나 사업 종사자 등 이해 관계자들의 단순한 기대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 노 위원은 "극장(영화관) 산업은 코로나19 이전보다 관객 수가 절반 이하로 줄었다. 그만큼 OTT 이용자는 늘었다"고 설명했다.
눈여겨 볼 부분이 있다고 했다. 그는 "사람들이 야외활동 줄인 게 아니다. 가령 뮤지컬 같은 경우 코로나19 이전보다 많이 본다"며, "영상 산업이 완전히 OTT 중심으로 재편된 양상이다. 더 우려스러운 건 OTT 파이가 커진 것도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일단 내수시장이 좁다"고 문제제기했다.
때문에 혁신적인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유료방송 포함, 시장의 발전을 제도가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법제도 개선은 시장의 변화에 후행할 수 밖에 없다"며 "그럼에도 미디어 분야는 시장 변화와 법제도 개선 격차가 크다. 통신과 비교해보더라도 방송 관련 규제는 개선이 너무나 지연돼 왔다"고 밝혔다.
◆방송통신발전기금 개선 필요성 제기…"지역사회 지원책 마련돼야"
최우정 계명대 교수는 방송통신발전기금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발전지향적인 형태가 아닌 소모지향적인 형태로 이야기가 흘러가고 있다는 견해다. 시장에 대한 파이가 정해져 있는 상황 속에서 요금을 더 부과한다는 것은 경제적 불이익을 유발, 업계 혼란을 가중할 수 있다고 최 교수는 지적한다.
최 교수는 "방송통신발전기금의 경우 기본적으로 산정기준이나 부담률 자체가 복잡하다. 현재 방송법을 전공하고 있지만 다 기억해내기 힘들 정도"라며 "단순히 법률뿐 아니라 시행령과 시행규칙 등이 있기 때문에 인터넷 검색 없이는 기준을 찾기 힘들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사업자마다 내는 액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데, 유일하게 IPTV 사업자만 늘어나고 있다. 시장은 파이가 정해져 있다. 요금을 더 부과한다는 것 자체가 경제적 불이익이다. 사업자 입장에서 봤을 땐 더 혼란으로 다가올 수 있다"고 발제했다.
수도권 중심 발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방송통신발전기본법은 모든 것이 수도권 중심이다. 지역은 살아남기 힘들다"며 "지역 프로그램을 찾아보기가 거의 힘들다. 방발기금들 또한 이런 지원에 있어서도 미약한 실정"이라며 "(지역에) 지원해주고 단점을 줄여야 하는데 사용 목적 자체가 애매하다"고 부연했다.
/안세준 기자([email protected]),박소희 수습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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