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문기 기자] 2013년 4세대통신(4G) 롱텀에볼루션(LTE)이 도입되고 전국망이 완성되면서 이통3사의 경쟁은 한층 더 과열됐다. 1위 사업자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SK텔레콤과, LTE 시장에서 반등을 노리는 LG유플러스에 이어, 뒤늦게 LTE를 시작한 KT의 추격전이 숨가쁘게 전개됐다.
음성에서 데이터로 이용자의 휴대폰 사용패턴이 변화하면서, 데이터 트래픽도 하루가 다르게 급증했다. 이통3사에게는 차후를 담보할 수 있는 추가 주파수 여유분이 필요했다. 정부도 이에 발맞춰 신규 주파수 공급 계획을 세우고 2013년 두 번째 주파수 경매를 준비했다.
그 사이 주파수 경매 주관은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신설된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 넘어 갔다. 미래부는 전파법에 기반해 주파수 수요에 따른 경매 준비 절차를 밟아 나갔다.
하지만 2차 주파수 경매는 시작부터 쉽지 않았다. 이통3사의 이해관계가 어느 때보다 첨예했기 때문이다. 논란의 중심은 1.8GHz 주파수 15MHz폭 경매 대상 여부였다. 이 대역은 KT가 LTE를 운용중인 주파수의 인접대역에 속했다. 900MHz 주파수 간섭 문제로 인해 경쟁사 대비 원활한 LTE 서비스가 불가능했던 KT 입장에서는 반드시 확보해야할 대역이었다. 이 대역을 확보한다면 타사와 달리 연결대역으로 총 40MHz대역폭을 확보하게 된다. 즉, 속도가 2배 향상된 광대역 LTE가 가능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극렬하게 반대했다. 모처럼 LTE 시장에서 승기를 잡은 양사는 KT가 급격하게 따라올 수 있는 기회를 잡는 것이 못마땅했다. 인접대역은 따로 떨어진 대역을 잇는 것과는 달리 즉시 서비스 운용이 가능했다. 건설로 따지만 신축이 아닌 확장한다는 의미다. 게다가 KT에게만 인접대역일뿐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확보하더라도 계륵 대역이었다. 즉, 경쟁사 입장에서는 애초에 이 대역이 경매에 나오지 않기를 바랐다.
이통3사의 첨예한 갈등으로 인해 정부 역시 골머리를 앓는 건 매한가지였다. 결국 정부는 할당방식 확정에 앞서 여러 경우의 수를 산정했다. 앞서 주파수 경매 이관 전 방통위가 발표한 3개안과 이관 후 미래부가 제안한 2개안 등 총 5개안이 부상했다.
간단하게 요약하면, 1안과 2안은 인접대역을 제외한 기존 경매 대상 주파수만 매물로 등장한다. 3안은 기존 경매 대상 주파수에 인접대역인 1.8GHz 주파수 15MHz대역폭이 추가된 단순한 구조다.
4안부터는 다소 복잡하다. 1안과 3안을 합친 후 각각 밴드플랜을 만드는 방식이다. 이 두개의 밴드플랜에서 승자플랜을 따른다는 규칙이다. 5안은 1.8GHz 주파수 대역을 동등하게 쪼개, 경매에 나오는 1.8GHz 주파수 35MHz 대역폭을 각각 15MHz씩 총 3개로 만드는 방식이다.
다만, 5개의 안 역시 어느 쪽을 선택하더라도 이통3사의 반발이 예상됐다. 1,2안을 선택하면 KT가 반발하고, 3안을 선택하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반대할 게 불보듯 뻔했다. 5안은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판단했다. 4안이 중립적이기는 했으나 이통사 반대 여론을 꺾기 어려웠다.
2013년 6월 12일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서 열린 주파수 할당방안 마련 공개 토론회에서 이통3사의 사활을 건 설전이 계속됐다. 인접대역과 관련해 SK텔레콤은 ‘산타클로스의 선물보따리’가 되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KT의 주장만 일방적으로 반영됐다는 것. LG유플러스는 ‘특혜시비를 경매를 통해 감추기 위한 미래부의 몸사리기’라 목소리를 높였다.
KT도 지지않고 맞섰다. 공정경매의 원칙 상 사업자가 원한다면 대가를 지불하고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어한다는 것. 기회조차 막는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주장이라 폄하했다.
이통3사의 갈등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이러한 태도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당시 미래부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국민 편익에 최우선 가치를 둬야 한다고 일갈했다. 전문가 사이에서도 “똑같은 되풀이 주장에 이제는 발언을 외울 정도”라 혀를 찼다.
이통사의 주장과 다르게 흐름은 4안으로 모아졌다. 당시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현 과방위) 전체회의는 주파수 자문위원회에서 주파수 할당 최종안으로 4안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받아 이를 권고하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미래부도 자문위 결과에 기반해 최종안을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고민 끝에 미래부는 6월 28일 2차 LTE 주파수 할당 최종안으로 4안을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경쟁사가 합심해 인접대역의 경매가격을 올릴 수 있다는 KT의 의견을 반영해 담합 가능성이 있을 경우 주파수 할당을 취소하겠다고 못박았다.
미래부의 통보에도 불구하고 KT는 경쟁사 담합을 끝까지 우려했다. 인접대역 할당을 저지할 수 있다며 불만을 표출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과열경쟁을 조장하는 방안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소위 쩐의 전쟁이 벌어질 것이며 2조원에 가까운 경매 낙찰가가 나올 수 있다며 걱정스러워했다. 다만, 이미 1차 주파수 경매에서 '치킨게임'을 불사한 이통사 사례를 들어 2조원까지는 다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따랐다.
이통3사의 반발에 미래부가 직접 나섰다. 7월 9일 윤종록 미래부 차관은 과천정부종합청사에서 열린 이동통신용 주파수 할당 관련 브리핑에 나서 “100미터 달리기에 비유하면, 참가자들은 참가비를 내고 경기에 참여하는데, 선수들의 출발선이 다르게 되어 있는 점을 고려하여 출발선 보다 앞에서 출발하는 선수에게는 뒤에 있는 선수보다 더 많은 참가비를 내도록 하고, 또한 중간에 허들을 마련하여 공정성을 보완하도록 경기의 규칙을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래부가 완고하게 나오자 KT는 경매 불참 방안을 검토했다. KT 사장급, 부문장급 임원들이 7월 25일 KT 서초사옥에 모여 1.8GHz 인접대역 주파수 할당안 전략 수립회의를 개최했다. 논의 수준이기는 하나 참가 접수 마감일 전까지 입장을 정하기로 했다.
담합 의혹에 대해서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 단언했다.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은 7월 31일 개최된 LTE-A 핵심 서비스 출시 간담회장에서 “SK텔레콤과 주파수 경매 담합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못박았다.
미래부는 이후 발생한 이통3사의 여러 요청을 반영해 기본입찰증분은 1차 주파수 경매 1%보다는 낮은 수준인 0.75%로 확정했다. 과열경쟁을 통한 천문학적 낙찰가를 방지하기 위함이다. KT 인접대역에 대한 조건도 부여했다. KT가 만약 할당을 받는다면, 할당 직후부터 수도권은 2014년 3월부터, 광역시는 7월부터 전국서비스를 할 수 있다고 제한했다.
◆ 2차 주파수 경매 시작…숨 가뿐 렐리
2013년 8월 19일. 2년만에 이통3사가 주파수 경매를 위해 한 자리에 모였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는 이른 오전부터 이통사 주파수 담당 임원급 대표 1명과 실무자 2명이 각각 자리했다.
가장 먼저 TTA에 출석한 박형일 LG유플러스 CR전략실 사업협력담당(상무)는 최선을 다하겠으며, 담합 의혹은 일축했다. 다음으로 이상헌 SK텔레콤 정책협력실장(상무)가 문을 열었다. 그는 모든 경매 시나리오를 철저하게 분석해 차분하고 성실하게 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마지막으로 이석수 KT 경쟁담당정책 상무가 문을 닫았다. 이 상무는 여전히 담합 우려가 있고 회수 당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며 자리를 떠났다.
1차 주파수 경매의 경우 통신기능이 제외된 휴대폰과 노트북만 가져갈 수 있었지만 2차부터는 팩스가 허용됐다. 동시오름입찰은 이통3사에게 30분씩 부여됐다. 밀봉입찰은 4시간, 재경매는 1시간 사용이 가능했다. 공정경쟁 유도를 위한 경매관리반이 설치된 때도 이때부터다.
채택된 4안은 꽤 복잡했다. 1차 주파수 경매를 보완하다보니 2차 주파수 경매는 더더욱 복잡해진 조건들로 채워졌다.
우선 밴드플랜에 따라 주파수 매물이 바뀐다. 2개의 밴드플랜으로 구분된다. 공통적으로 A블록(2.6GHz 주파수 40MHz 대역폭)과 B블록(2.6GHz 주파수 40MHz 대역폭)이 설정됐다.
밴드플랜1은 KT 인접대역이 제외된다. C1블록(1.8GHz 주파수 35MHz대역폭)만이 추가된다. 다만 C1 블록의 경우 SK텔레콤과 KT는 참여할 수 없도록 제한을 걸었다. 이 대역은 LG유플러스만이 가져갈 수 있다.
밴드플랜2는 C1블록과 동일하지만 승자플랜을 결정해야 하기에 C2블록으로 명명했다. KT 인접대역은 D블록(1.8GHz 주파수 15MHz대역폭)으로 포함됐다. 밴드플랜1과는 달리 모두가 이 대역을 노릴 수 있다.
최저경쟁가격은 A와 B블록은 4천788억원, C1(C2)블록은 6천738억원, D블록은 2천888억원으로 책정됐다.
1차 주파수 경매 시 제한이 없어 과열양상을 보였던 동시오름입찰 방식에 조건이 붙었다. 50라운드까지만 진행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대신 51라운드에 밀봉입찰을 추가해 경매가 끝나도록 했다. 이를 동시오름과 밀봉이 결합됐다고 해 '혼합방식'이라 불렀다. 최소입찰증분도 1%에서 0.75%로 낮췄다.
밴드플랜 방식이기 때문에 연속 패자가 등장할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패자가 3인 이상인 경우 연속으로 패자가 되면 입찰증분을 2%로 가중했다. 그 다음 라운드부터는 3%로 하되, 상황이 종료되면 본래 기본입찰증분인 0.75%로 내리는 방식이 채택됐다.
경매방식 자체가 복잡했기 때문에 경매진행 과정 역시 엎치락뒤치락 했다. 경매 초기에는 밴드플랜1이 힘을 얻었으나 3일차부터 밴드플랜2로 승기가 넘어오기도 했다. 경매 6일차에는 밴드플랜1로 넘어왔지만 결국에는 밴드플랜2로 교체됐다.
경매 과열을 막기 위한 여러 조치에도 불구하고 경매는 끝없이 계속됐다. 결국 마지노선으로 정해놨던 50라운드까지 치달았다.
2013년 8월 29일 동시오름입찰 47라운드까지 끝나지 않은 경매는 30일 최종 낙찰일을 맞이했다. 30일 동시오름입찰 3라운드를 모두 끝낸 후 밀봉입찰에 돌입했다. 오후 2시30분께 각 담당자들이 입찰가를 적어낸 마지막 카드를 접수했다. 미래부는 오후 6시30분 주파수 경매를 종료하고 오후 8시 과천정부종합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최종 결과를 공개한다고 발표했다.
예정된 시간이 되자 미래부는 최종 결과를 공개했다. 승자플랜은 ‘밴드플랜2’로 확정됐다. LG유플러스는 2.6GHz 주파수 대역인 B2블록을 최저경쟁가격에 확보해 웃었다. SK텔레콤은 1.8GHz 주파수 C2블록을 1조500억원에 가져갔다. KT는 바람대로 인접대역인 D블록을 확보하기는 했으나 최저경쟁가격의 3배 가량 높아진 9천1억원에 낙찰받았다.
결과적으로 1조4천414억원에 시작했던 경매는 총 낙찰가 2조4천289억원으로 약 2배 가량 높여 마무리됐다.
경매 대리입찰자인 이상헌 SK텔레콤 상무는 “최선을 다했다. 준비했던 대로 진행됐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으며, 박형일 LG유플러스 상무 역시 “낙찰받은 주파수 대역은 여러 시나리오 중 하나였다”고 설명했다. 가장 마음을 졸였던 KT의 이석수 상무는 “한정된 국가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한다는 측면에서 바림직했다”고 소감을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결과적으로 이통3사가 나은 결과를 가져갔다는데 입을 모았다. KT는 광대역 LTE 주파수를 확보했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단말 교체 없이, 사업면에서는 설비투자비를 아낄 수 있었다. 마케팅 측면에서도 유리했다.
숨은 승자는 SK텔레콤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같은 주파수 대역에 대해 더 넓은 폭을 비슷한 낙찰가에 획득함으로서 주파수 효용 가치가 높다는 게 이유였다. SK텔레콤은 1.8GHz 주파수에서도 LTE를 활용하고 있었기에 차후 광대역 LTE까지도 가능했다.
LG유플러스는 SK텔레콤과 KT와는 달리 황금 주파수 대역에서 다소 먼 고주파수를 획득하기는 했으나 최저경쟁가격에 낙찰해 실리를 챙겼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신규 망 구축과 함께 전국망까지 나아가야 한다는 부담을 동시에 안게 됐다.
▶ 다시쓰는 이동통신 연대기 목차
1편. 삐삐·카폰 이동통신을 깨우다
① '삐삐' 무선호출기(上)…청약 가입했던 시절② '삐삐' 무선호출기(中)…‘삐삐인생' 그래도 좋다③ '삐삐' 무선호출기(下)…’012 vs 015’ 경합과 몰락 ④ '카폰' 자동차다이얼전화(上)…"나, 이런 사람이야!"⑤ ‘카폰’ 자동차다이얼전화(下)…’쌍안테나' 역사 속으로2편. 1세대 통신(1G)
⑥ 삼통사 비긴즈⑦ 삼통사 경쟁의 서막⑧ 이동전화 첫 상용화, ‘호돌이’의 추억➈ 이동통신 100만 가입자 시대 열렸다⑩ 100년 통신독점 깨지다…'한국통신 vs 데이콤’3편. 제2이동통신사 大戰
⑪ 제2이통사 大戰 발발…시련의 연속 체신부⑫ 제2이통사 경쟁율 6:1…겨울부터 뜨거웠다⑭ ‘선경·포철·코오롱’ 각축전…제2이통사 확정⑮ 제2이통사 7일만에 ‘불발’…정치, 경제를 압도했다⑯ 2차 제2이통사 선정 발표…판 흔든 정부·춤추는 기업⑰ 최종현 선경회장 뚝심 통했다…’제1이통사’ 민간 탄생⑱ 신세기통신 출범…1·2 이통사 민간 ‘경합’4편. CDMA 세계 최초 상용화
⑲ ‘라붐’ 속 한 장면…2G CDMA 첫 항해 시작⑳ 2G CDMA "가보자 vs 안된다"…해결사 등판㉑ CDMA 예비시험 통과했지만…상용시험 무거운 ‘첫걸음’㉒ 한국통신·데이콤 ‘TDMA’ vs 한국이통·신세기 ‘CDMA’㉓ 한국이동통신 도박 통했다…PCS 표준 CDMA 확정㉔ ‘디지털·스피드 011’ 탄생…세계 최초 CDMA 쾌거㉕ ‘파워 디지털 017’ 탄생…신세기통신 CDMA 상용화5편. 이동통신 춘추전국시대 개막
㉖ 제3 이동통신사 찾아라…新 PCS 선정 개막㉗ ‘LG텔레콤 vs 에버넷’…‘한솔PCS vs 글로텔 vs 그린텔’㉘ PCS 사업자 확정…‘한국통신·LG·한솔’㉙ ‘016’ 한국통신프리텔·‘018’ 한솔PCS·‘019’ LG텔레콤㉚ ‘PCS 경합’…64세 어르신도 번지점프 했다㉛ 이동통신 5사 ‘각자도생’…춘추전국시대 개막6편. 이동통신 혼돈의 세기말
㉜ 3G IMT-2000 향한 첫 항해 시작㉝ 이동통신 1천만 돌파했으나 ‘풍요속 빈곤’…新 브랜드 ‘SKY’ 탄생㉞ 스무살의 011 TTL·사랑은 움직이는 거야·묻지마 다쳐㉟ ‘SK텔레콤+신세기통신’ 인수합병…사상 첫 점유율 낮추기㊱ '한국통신프리텔+한솔PCS' 인수합병…춘추전국→삼국정립7편. 3세대 이동통신(IMT-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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