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양호연 기자] 롯데케미칼이 일진머티리얼즈 지분 인수를 공식화하며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에 나섰다. 일각에선 롯데케미칼이 성장성 높은 배터리 소재 사업을 편입해 신성장 동력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2조7천억원 가량의 대규모 인수 자금이 투입돼야 하는 만큼 향후 재무상태에 대한 우려도 뒤따른다.
◆ 시총 대비 높은 금액으로 인수 결정…'세계 4위' 거듭
16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지난 12일 동박제조업체인 일진머티리얼즈 지분 인수를 공식화했다. 일진머티리얼즈 보통주식 53.3% 및 아이엠지테크놀로지 신주인수권 5백만 주를 2조7천억원에 취득하는 것으로 오는 2023년 2월 마무리 될 예정이다. 인수 금액에는 인주인수권과 경영권 프리미엄 등이 반영되며 시가총액 대비 높은 금액으로 인수가 결정됐다.
계약이 마무리되면 롯데케미칼은 단일 기업으로 SKC(22%), 중국 왓슨(19%), 대만 창춘(18%)에 이어 세계 4위 동박사업자가 된다. 현재 한국과 말레이시아 생산기지 등을 통한 일진머티리얼즈의 생산규모는 약 6만 톤 수준이다. 향후 2027년까지 말레이시아, 스페인 및 미국 등에 23만 톤 규모의 공장 건설을 계획한 만큼 생산규모는 빠르게 확대될 전망이다.
롯데케미칼은 이번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를 통해 2차전지 핵심소재들의 밸류체인을 완성한 것으로 보고 있다. 나아가 국내외 배터리 회사와의 장기 공급 계약 등으로 안정적인 현금 흐름이 예상되고 자체자금을 바탕으로 해외 생산기지 건설 등의 추가투자를 진행할 예정이다.
일진머티리얼즈는 한 때 사업적으로 '유망한 기업'이라는 인식이 컸다. 생산 규모나 재무상태 측면에서도 큰 문제가 없어 지난 5월 지분 매각 추진 당시 업계에선 '의아하다'는 반응이 주를 잇기도 했다. 일진머티리얼즈는 올해 상반기 3천885억원의 매출과 46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 원가 상승·경기 둔화·공급과잉 ‘삼중고’...재무상태 우려도
업계에선 롯데케미칼이 성장성 높은 배터리 소재 사업을 편입해 신성장 동력을 확보했다고 보는 분위기다. 다만 석유화학 사업 부진 흐름을 보완하는 수준의 사업다각화 효과를 얻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석유화학 산업이 원가 상승과 경기 둔화, 공급 과잉 등 '삼중고'를 겪고 있다는 점에서다. 특히 롯데케미칼은 경기에 민감한 기초유분제품 비중이 높은 만큼 부정적인 업황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
대규모 인수자금 지출에 따른 재무상태 우려도 뒤따른다. 롯데케미칼은 이번 일진머티리얼즈 인수에 2조7천억원의 자금이 소요되는 만큼 순차입금이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특히 최근 영업현금 창출력이나 신규 동박사업에 요구되는 후속 투자 등을 감안하면 재무안정성 저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국신용평가는 롯데케미칼의 일진머티리얼즈 인수와 관련해 "최근 약화된 영업현금 창출력, 인도네시아 NCC 투자계획 등 CAPEX 증가 추세, 일진머티리얼즈의 신규 동박 사업에 요구되는 후속 투자 소요 등을 감안하면 신용도를 지지해 온 우수한 재무안정성이 상당 수준 저하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에 인수자금 조달구조와 그에 따른 재무구조의 변화가 중요한 점검 요인이 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반면 사업 부문 성장에 보다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승재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인수 가격에 대한 논란은 있을 수 있다"면서도 "2~3년의 시세차익이 아닌 향후 영속적인 이익 성장의 한 축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은 시간이 지날수록 가라앉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한편 롯데케미칼은 오는 2030년까지 전지소재사업에 총 4조원을 투자해 연간 매출액 5조원 목표를 설정한 바 있다. 롯데그룹은 롯데케미칼 외에도 롯데정밀화학, 롯데알미늄 등 화학군 내 회사를 통해 다양한 전지소재사업에 투자하고 있다.
/양호연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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