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애플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곳으로 알려진 LG이노텍이 비틀대고 있다. 애플 '아이폰14'의 판매량이 기대보다 저조하다는 소식으로 주가가 곤두박질 치면서 애플만 바라보고 사업을 펼치던 움직임이 되레 '독'이 됐다는 평가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아이폰14' 수혜주로 각광 받았던 LG이노텍은 지난 28일 전 거래일 대비 8.56%(2만6천500원) 하락한 28만3천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에도 4.62% 빠지며 4거래일 연속 약세를 기록, 나흘간 20% 넘게 빠졌다.
이는 올해 출시한 '아이폰14' 시장 수요가 예상보다 부진한 영향이 컸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올 하반기 '아이폰14' 주문량을 추가로 최대 600만 대까지 늘리고자 했으나, 예상과 달리 수요가 부진하자 해당 계획을 접고 공급업체에 이 같은 사실을 통보했다.
또 기대를 걸었던 중국 시장에서도 '아이폰14' 판매량이 기대치 만큼 높지 않다는 점이 악영향을 줬다. 글로벌 투자은행(IB) 제프리스에 따르면 신형 '아이폰14'의 중국 출시 이후 첫 사흘간 판매량은 지난해 '아이폰13' 시리즈 판매 규모 대비 11% 감소했다.
이처럼 애플의 부정적인 전망은 애플 의존도가 높은 LG이노텍에 독이 되고 있다. LG이노텍 매출에서 애플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37%에서 지난해 75%로 급증했다. 주력 제품인 카메라 모듈의 최대 공급처 중 하나였던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에서 철수하면서 애플로 집중돼서다.
여기에 LG이노텍은 아이폰용 카메라 모듈 수주 물량이 밀려들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7월 1조4천억원을 투자해 경북 구미 공장을 증설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LG이노텍은 전형적인 '상저하고' 실적 그래프를 보이는 기업"이라며 "주력사업인 카메라모듈 사업에서 최대 고객사인 애플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만큼 애플의 아이폰 신제품 흥행에 따라 하반기 실적에 큰 영향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이에 일각에선 LG이노텍도 애플 덕을 보다 자금난에 빠진 일본 디스플레이 업체 재팬디스플레이(JDI)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애플이 비용 절감과 공급 안정화를 위해 부품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LG이노텍의 공급 비중은 중장기적으로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판단해서다. 또 제2의 일본 JDI가 되지 않도록 매출 다각화도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JDI의 경우 지난 2015년 매출의 40% 이상이 애플에서 나왔다. JDI는 애플에 아이폰용 액정표시장치(LCD)를 공급했는데, 이를 확대하기 위해 당시 1천700억 엔(약 1조7천억원) 수준의 공장을 건설을 짓기로 했다.
애플도 공사 자금을 JDI에 제공하기로 했지만 그해 출시된 아이폰6s가 흥행 실패하자, 애플은 JDI에 공장 건설 중단을 요청했다. JDI는 자금난에 빠졌고 건설한 공장도 완공했지만 샤프에 매각했다.
일본 닛케이는 "LG이노텍의 눈부신 매출 성장은 잠재적인 위험을 안고 있다"며 "애플에 너무 많이 의존하는 건 위험한 베팅"이라고 꼬집었다.
/장유미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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