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민혜정 기자] SK가 반도체 설계회사(팹리스) 사피온을 발판 삼아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으로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SK하이닉스로 메모리반도체 시장을 주도하는 SK의 야심이 엔비디아, 퀄컴 등이 주도하는 팹리스까지 확대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사피온은 엔비디아와 AI 반도체 비교 마케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피온은 반도체 성능 테스트(벤치마크) 대회인 '엠엘퍼프(MLPerf)'에서 자사 X220 칩이 엔비디아 제품과 비교해 AI 처리 속도와 효율성을 인정받았다고 강조했다.
데이터센터(클라우드)용 고성능 AI 서비스 성능을 측정하는 MLPerf의 데이터센터 추론 벤치마크에서 엔비디아 A2 와 대비해 X220-콤팩트는 2.3배, X220-엔터프라이즈는 4.6배 높은 성능을 달성했다.
AI 반도체는 데이터 학습·추론 등 AI 서비스 구현에 필요한 대규모 연산을 높은 성능과 전력효율로 실행하는 반도체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 규모는 약 14조원에서 2024년 약 50조원으로 5년 새 3.6배 급성장할 전망이다.
현재 AI 반도체 시장을 장악한 기업은 없다. 다만 세계 GPU 시장 80%를 차지하고 있는 엔비디아가 GPU 경쟁력으로 유리한 고지에 있다고 본다. 사피온도 후발주자지만 엔비디아가 주도하는 AI 반도체 경쟁에 가세한 셈이다.
사피온은 X220을 방송장비 시장에 공급하며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사피온 관계자는 "사피온X220으로 기존 풀 고화질(FHD) 화면을 초고화질(UHD)로 바꾸기 위한 시간과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다"며 "기존 GPU로 연산할 때보다 전력 효율도 3.5배 향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류수정 사피온 대표는 "X220에 이어 X330, X340, X350 등의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다"며 "AI 반도체 칩을 기반으로 AI 알고리즘, 핵심기반기술(API) 등 소프트웨어에 이르기까지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전략을 통해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업계는 SK가 시스템반도체 팹리스에 본격 가세하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 팹리스는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한국 팹리스 점유율은 3% 수준으로 미국(68%), 대만(16%), 중국(13%) 등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SK는 지난 4월 미국에 AI 반도체 기업 사피온을 세우고 이를 위해 SK텔레콤, SK스퀘어, SK하이닉스가 800억원을 공동 투자키로 했다. SK텔레콤이 앞서 사내 AI 반도체사업 부문을 떼어내 독립시킨 신설 법인 사피온코리아는 사피온의 자회사로 한국과 아시아 지역 사업을 담당한다.
이같은 상황에서 사피온의 성장은 SK뿐 아니라 한국 팹리스 성장에 중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SK가 시스템반도체 팹리스로 영역을 확장하면서 투자 업계, 반도체 인재들이 다른 한국 팹리스도 주목하게 되면 좋겠다"며 "국내 팹리스 생태계가 확장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민혜정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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