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서민지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유럽 출장을 통해 급변하는 산업 환경을 체감하고 왔다. 이번 출장은 450조원 규모의 투자를 결정한 뒤 이뤄진 것으로, 삼성의 미래 준비에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이 부회장은 11박 12일의 유럽 출장을 마치고 18일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귀국했다. 이 부회장의 해외 출장은 지난해 12월 중동 이후 6개월여 만이다.
이 부회장은 출장 소감에 대해 "좋았다"며 "이번 출장에서 고객들도 만날 수 있었고, 유럽에서 연구하는 연구원, 영업 마케팅 직원을 만났다"고 말했다.
출장 일정에 대해서는 "헝가리 배터리 공장에 가고, BMW 고객을 만났고, 하만 카돈도 갔다. 자동차 업계의 변화, 급변하는 상황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면서 "ASML과 반도체 연구소(imec)를 가서 차세대, 차차세대 반도체 기술이 어떻게 되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공급망 우려 등 경영 불확실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부회장은 "한국에서는 못 느꼈는데, 유럽에 가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훨씬 더 느껴졌다"며 "시장의 여러 가지 혼돈과 변화, 불확실성이 많은데, 우리가 할 일은 좋은 사람을 데려오고 조직이 예측할 수 있는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유연한 문화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 다음에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도 기술 같다"며 "열심히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부회장은 최근 글로벌 불확실성 가중되고 있는 만큼 미래 준비를 위해 경영 보폭을 확대하는 모습이다. 재계에선 서두르지 않으면 글로벌 시장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삼성은 지난달 24일 미래 먹거리 육성을 위해 향후 5년간 450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최근 5년 대비 120조원(30%)이나 증가한 수치다. 이 부회장은 450조원 투자 계획에 대해 "목숨 걸고 하는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의 이번 출장은 반도체 경쟁력 강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 부회장은 지난 14일(현지 시간)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총리 집무실에서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 만났고, 같은 날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있는 ASML 본사를 찾아 피터 베닝크 최고경영자(CEO), 마틴 반 덴 브링크 최고기술책임자(CTO) 등 경영진을 만났다.
다음 날인 15일에는 벨기에 루벤에 있는 유럽 최대 규모의 종합반도체 연구소 imec을 방문했다. 이 부회장은 루크 반 덴 호브 CEO와 만나 반도체 분야 최신 기술과 연구개발 방향을 논의한 것은 물론 인공지능(AI), 생명과학, 미래에너지 등 imec에서 진행 중인 첨단분야 연구 과제에 대한 소개를 받고 연구개발 현장을 살펴봤다.
이 부회장은 이번 출장에서 반도체뿐 아니라 전기차용 배터리, 5G(5세대) 이동통신 등에 특화된 전략적 파트너를 두루 만나며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자동차 업계의 변화를 체감했다고 언급한 만큼 차량용 반도체, 배터리 등 전기차 부품 분야에서의 투자 확대가 예상되고 있다.
업계에선 인수합병(M&A)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이날 M&A 관련 질문에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았지만, 이번 출장에서 M&A 관련 논의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대체적이었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3년 안에 의미 있는 M&A를 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아직 뚜렷한 움직임이 없는 상태다. 삼성의 대형 M&A는 지난 2016년 미국 자동차 전장업체 하만 인수 이후 전무하다. 현재 독일 인피니언테크놀로지스와 네덜란드 NXP반도체, 영국 ARM 등이 유력한 M&A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M&A는 계약 전에 언급하기 어렵기 때문에 관련해 답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출장에서 M&A 계획이 어느 정도는 구체화되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서민지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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