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오는 30일 LG에 이어 삼성전자, SK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이 상반기 경영전략회의에 나선다. 최근 국내 경제에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한꺼번에 덮치는 위기)'이 닥칠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라 나오면서 경영 전략 재검토가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2018년 이후 4년 만에 상반기 글로벌전략회의를 개최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중국 주요 도시 봉쇄 장기화, 원자재 가격 인상, 금리 인상 등 복합 악재가 동시에 닥치며 하반기 불확실성이 커진 것이 주된 이유로 분석된다.
삼성 글로벌 전략회의는 매년 6월과 12월 두 차례 국내외 임원급이 한 자리에 모여 사업 부문별 업황을 점검하고, 사업계획 의견을 나누는 자리다. 6월은 하반기 전략을, 12월은 내년 사업 전략을 공유하는 대규모 회의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2019년 상반기 글로벌 전략회의에서 참석 인원을 대폭 줄이고, 소비자가전(CE) 부문은 경영진 해외 출장으로 대신했다. 2020년과 2021년 상반기에는 코로나19 유행으로 취소했다.
다음달 말께 진행될 예정인 이번 상반기 글로벌 전략회의는 코로나19 유행 상황임을 감안해 온·오프라인 병행 개최가 유력하다. DX 부문과 DS 부문은 각각 별도로 회의를 열 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의에는 DX(디바이스경험) 사업부문장인 한종희 부회장과 경계현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장 등 주요 경영진과 임원, 해외 법인장, 마케팅 담당자 등이 온·오프라인으로 참석할 예정이다.
DX 부문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중국 주요 도시 봉쇄 장기화 등으로 원자재, 물류비 급등에 따른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올 하반기 시장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지난해 말 CE와 IT·모바일(IM) 부문을 통합한 이후 내부 조직 시너지를 높이는 방안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DS부문은 올 초 제기된 파운드리의 낮은 수율 문제에 대한 점검과 함께 다음달 착공 예정인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 파운드리 공장의 진행 상황에 대해 세부적으로 살펴볼 것으로 관측된다. 또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 추진 상황을 점검하는 한편, 메모리반도체 초격차 유지와 업황 변동에 따른 대응 전략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의 하락세가 수요 부진 여파로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며 "이에 따른 영향도 이번 회의에서 함께 살펴볼 것 같다"고 말했다.
SK그룹도 다음달 중 확대경영회의를 실시할 것으로 보인다. SK 확대경영회의는 매년 6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그룹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등 30여 명이 함께 그룹의 비전과 경영 현황 등을 논의하는 정례 회의다.
이번 회의는 당초 6월 하순께 열릴 예정이었지만, 최 회장의 해외 출장 일정이 겹치면서 일정을 다시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회의에선 최 회장이 강조해온 경영 철학인 '파이낸셜 스토리'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사례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LG그룹과 LX그룹은 이달 말께 각 계열사별로 상반기 사업보고회를 진행한다. LX그룹의 경우 지난해 5월 출범 후 분기별로 사장단 회의를 진행 중이지만, 사업보고회를 실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첫 사장단 회의가 진행됐던 지난해 7월에는 구본준 LX그룹 회장이 직접 회의를 주재하기도 했다.
LX의 이 같은 움직임은 LG그룹의 시스템과 경영 방식을 그대로 가져온 영향이 크다. LG그룹은 지난 1989년부터 33년간 상·하반기 두 차례 사업보고회를 진행하고 있다. 상반기에는 중장기 전략과 현안을, 하반기엔 목표 성과 점검 및 내년 사업 계획을 세우는 방식이다.
LG그룹도 오는 30일 구광모 LG그룹 회장 주재로 3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상반기 사업보고회를 연다. 지난 2020년부터 코로나19 여파로 하반기에 한 차례만 진행됐으나, 엔데믹 시기를 맞아 상반기에 재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상반기는 계열사별 수시 전략회의로 대체했다.
이번 사업보고회는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화학, LG에너지솔루션 등 점검 대상 계열사 및 사업본부를 5~7개로 압축해 진행된다. LG그룹은 경영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사업 전략 방향을 점검하고, 그룹 차원의 미래 사업 준비를 살펴볼 예정이다.
현대차와 기아도 오는 7월 해외법인장 회의를 열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법인장 회의는 매년 상·하반기에 각 사의 CEO 주재로 열리며 권역본부장들과 판매, 생산 법인장들이 참석한다. 이번 회의에선 시장별 전략 및 글로벌 전략을 재점검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재계 8위 현대중공업그룹의 권오갑 회장도 지난달 20일 긴급 사장단 회의를 소집했다. 최근 대외 경영환경 변화를 복합적인 위기로 판단하고 대비책을 강구하기 위해서다.
한화솔루션과 한화에너지·한화임팩트·한화토탈에너지스 등 그룹 내 유화·에너지 사업부문 역시 지난 4일 사장단 회의를 열었다. 원자재 가격 상승, 공급망 대란, 금리 인상 같은 중첩되는 대외 불안 요소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한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남이현 한화솔루션 대표는 '컨틴전시 플랜(위기 대응 방안)' 수립을 임직원들에게 주문했다.
남 대표는 "유가를 포함한 글로벌 에너지 가격과 공급망 차질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급변하는 국제 정세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스트레스 테스트(건전성 검사)를 통한 컨틴전시 플랜을 수립하자"며 "위기 상황에서도 차질 없는 성과를 내기 위해 고부가가치 제품 등 포트폴리오 확보에 역량을 집중하자"고 강조했다.
재계 관계자는 "현재 기업들이 원자재 수급난과 인플레이션에서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올해 초 세운 경영 계획 및 자금 조달, 투자 계획을 재점검하는 등 비상 대응 태세를 강화하는 기업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장유미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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