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기업들에게 닥친 위기는 이제 시작에 불과합니다."
최근 국내 경제에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한꺼번에 덮치는 위기)'이 닥칠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라 나오면서 재계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중국 주요 도시 봉쇄 장기화, 원자재 가격 인상, 금리 인상 등 복합 악재가 동시에 닥치면서 일부 기업들은 긴급 사장단 회의를 열어 경영 전략 재검토에 속속 나선 모습이다.
6일 재계에 다르면 한화솔루션과 한화에너지·한화임팩트·한화토탈에너지스 등 그룹 내 유화·에너지 사업부문은 지난 4일 사장단 회의를 열었다. 원자재 가격 상승, 공급망 대란, 금리 인상 같은 중첩되는 대외 불안 요소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한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남이현 한화솔루션 대표는 '컨틴전시 플랜(위기 대응 방안)' 수립을 임직원들에게 주문했다.
남 대표는 "유가를 포함한 글로벌 에너지 가격과 공급망 차질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급변하는 국제 정세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스트레스 테스트(건전성 검사)를 통한 컨틴전시 플랜을 수립하자"며 "위기 상황에서도 차질 없는 성과를 내기 위해 고부가가치 제품 등 포트폴리오 확보에 역량을 집중하자"고 강조했다.
재계 8위 현대중공업그룹의 권오갑 회장도 지난달 20일 긴급 사장단 회의를 소집했다. 최근 대외 경영환경 변화를 복합적인 위기로 판단하고 대비책을 강구하기 위해서다.
그룹에선 지난해 12월 올해 경영 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사장단 회의 이후 4개월여 만에 사장단 회의가 소집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권 회장은 "앞으로의 위기는 그동안 우리가 겪었던 위기와 차원이 다를 수 있다"며 "사별로 '워스트 시나리오'까지 고려해 검토하고 대응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옛 한국타이어)의 지주회사 한국앤컴퍼니는 지난달부터 100여 명 정도의 전 계열사 임원 임금을 20% 삭감했다. 글로벌 공급망 불안으로 타이어 원재료인 고무 가격이 지난해 9월 이후 50% 가까이 올라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탓이다.
삼성, SK, LG 등 주요 그룹들도 전반적인 경영환경과 계획 등을 재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는 지난달 조직 개편을 통해 공급망 리스크를 관리하는 조직을 신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러시아 경제 제재 상황을 예의 주시하며 사업에 부정적 영향이 최소화할 수 있도록 다양한 비상 계획을 세워 면밀히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LG전자는 지난해 말 조직개편을 통해 전장사업을 담당하는 VS사업본부의 공급망관리실(SCM) 조직을 'SCM담당'으로 격상시켰다. 또 반도체 구매 역량을 증대시키기 위해 전사 차원의 반도체개발·구매팀과 반도체공급 대응 테스크포스팀 등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현재 기업들이 원자재 수급난과 인플레이션에서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 올해 초 세운 경영 계획 및 자금 조달, 투자 계획을 재점검하는 등 비상 대응 태세를 강화하는 기업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장유미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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