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새 정부 출범을 맞아 국내 30대 그룹 사외이사 내 관료 출신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3명이 관료 출신으로, 검찰·사법부 출신이 가장 많았다. 신규 사외이사 중에선 검찰 출신 사외이사들이 가장 많이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시절 간판 '특수통'으로 불렸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법조 라인'을 강화해 신정부 출범 후 있을지도 모를 기업 사정 국면에 대응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10일 기업분석연구소가 국내 30대 그룹 중 사업보고서를 제출하는 219개 기업의 사외이사 795명의 출신 이력을 조사한 결과, 28.7%(228명)가 관료 출신으로 집계됐다. 작년 26.9%(214명)에 비해 1.8%p 증가한 수치다.
사외이사 이력 중 가장 많은 비중은 학계로 34.8%(277명)를 차지했으나, 작년 36.5%(290명)에 비해 4.5% 감소했다. 그 다음으로는 세무, 회계 출신들로, 작년 69명(8.7%)에서 12명이 증가하며 10.2%로 두 자릿수 비중을 차지했다.
반면 재계 출신들은 82명(10.3%)에서 11명이 감소한 71명으로 8.9%의 비중으로 줄었다. 이어 ▲법조(변호사) 3.0%(24명) ▲언론 2.5%(20명) ▲공공기관 1.5%(12명) ▲정계 1.0%(8명) 등의 순이었다.
관료 출신 228명 중에는 법원(판사) 출신이 지난해 대비 10명이 증가한 19.7%(45명)로 비중이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검찰 출신이 지난해 대비 5명이 증가해 18.0%(41명)였다. 전체 관료 출신 중 법원과 검찰 출신의 법조 출신은 37.7%를 차지했다. 이어 국세청 14.5%(33명), 기획재정부 5.7%(13명), 산업자원부 5.3%(12명), 공정거래위원회 4.4%(10명) 등으로 높게 나타났다.
올해 신규로 선임된 167명의 사외이사 중에서는 관료 출신이 51명 30.5%를 차지해 관료 비중이 더욱 증가했다. 51명의 관료 출신 중 검찰, 법원(판사)출신이 각각 13명으로 전체 관료 출신의 절반을 넘어섰다.
그룹별로 보면 신세계그룹이 조사 대상 7개 계열사 사외이사 22명 중 14명인 63.6%로, 관료 출신 사외이사 비중이 가장 높았다. HDC그룹이 50%(5명), 두산 역시 48.6%(18명)로 절반에 육박했다.
이어 CJ 42.3%(11명), 효성 40%(10명), 롯데 34.4%(21명), 현대백화점 33.3%(10명), 한진 33.3%(10명). 삼성 32.2%(19명) 순이었다.
또 윤 당선인과 친분이 있는 법조계 인사를 최근 사외이사로 잇달아 영입한 곳들도 주목 받고 있다.
LG전자는 1997년 수원지검 성남지청 근무 당시 운전을 못 하는 윤 당선인과 카풀을 한 인연이 있는 강수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신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삼성카드는 윤 당선인이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중수 1·2과장이었을 때 검찰총장이었던 김준규 전 검찰총장을 올해 3월 주총에서 선임했다.
롯데쇼핑은 윤 당선인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조상철 전 서울고등검찰청장을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한화그룹은 윤 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 물망에 올랐던 권익환 전 서울남부지검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권 전 지검장은 윤 당선인의 사법연수원 1년 선배이자, 당선인 비서실장인 장제원 의원과 여의도고 동기동창이다.
윤 당선인의 멘토로 알려진 정상명 전 검찰총장은 2019년 3월부터 효성의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정 전 총장은 윤 당선인의 결혼식 때 주례를 섰다.
다만 법조 출신 관료와 별도로 김앤장의 고문을 했거나 현직인 사외이사들은 35명으로 지난해 41명에서 6명 감소했다.
재계 관계자는 "윤 당선인 취임을 앞두고 대기업 등 재계 수사를 전담하는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공조부)가 규모를 확대 개편하면서부터 기업들이 윤 당선인 법조 라인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라며 "자칫 수사 대상에 오를 경우 경영 전반의 위축과 후폭풍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기업들의 복잡한 속내가 반영된 듯 하다"고 말했다.
/장유미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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