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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경제단체는 다 같은 식구…힘 합쳐야"


경제단체 간 협업 중요성 피력…차기 정부 향해 "민관 협업 중요" 강조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SK그룹을 이끌고 있는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전국경제인연합회 재가입을 당분간 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현 정부 들어 '패싱' 논란이 있었던 전경련이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급부상하면서 기싸움을 벌인 경제단체들의 분위기와 관련해선 힘을 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사진=대한상의]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사진=대한상의]

최 회장은 23일 대한상의 회장 취임 1년을 맞아 진행된 기자 간담회에서 "경제단체는 다 같은 식구라고 생각한다"며 "여건이 되면 (SK그룹의 재가입을) 고려할 수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 회장은 지금은 여건이 하나도 갖춰지지 않아 전경련에 재가입할 계획은 아직 없다는 입장이다. 전경련이 아직 '적폐'라는 인식이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경련은 지난 1961년 삼성그룹 창업주인 고(故) 이병철 회장이 일본 게이단렌을 모티브로 국내 대기업들을 모아 만든 곳으로, 한 때 명실상부한 재계의 소통 창구였다. 하지만 지난 2016년 국정농단 사건으로 삼성·현대차·SK·LG 등 4대 그룹이 전경련을 줄줄이 탈퇴하면서 입지가 많이 약화됐다.

이로 인해 전경련은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의 경제인 초청행사나 경제장관회의 초청 대상 등에서도 배제되는 등 굴욕을 당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창립 60주년을 맞았음에도 대통령과 여당은 제대로 된 축하 인사도 건네지 않았다.

또 전경련은 현 정부가 대화 파트너로 제대로 인정하지 않아 재계의 소통 창구로 제대로 역할을 못한다는 지적도 받고 있어 적잖은 부담을 갖고 있다. 실제로 청와대는 "기업과 소통할 때 특별히 전경련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밝혀 '전경련 패싱' 논란을 자초한 바 있다.

이에 재계에선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부활을 모색하고 있는 전경련이 위상을 회복하기 위해선 4대 그룹의 재가입이 절실하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최 회장이 이날 당분간 재가입에 대한 의사가 없다는 점을 직접 밝히면서 '찬물'을 끼얹은 모양새다.

최 회장은 "여건이라는 게 여러가지 고려해야 하는 부분이 있는데 지금은 여건이 하나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라고 본다"며 "아직은 가입할 계획이 없다"고 못박았다.

또 최 회장은 경제단체 간 협업의 중요성도 피력했다. 최 회장은 "지난해부터 전경련을 포함해 모든 경제단체와 협조하고 있다"며 "경제단체끼리도 힘을 합하고 으쌰으쌰를 잘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경제 6단체장들과 오찬 회동을 갖고 있다. [사진=국회사진취재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경제 6단체장들과 오찬 회동을 갖고 있다. [사진=국회사진취재단]

새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해서는 민관 협업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새 정부가 민관위원회를 설치할 것이란 점에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민관 전문가들의 아이디어가 국가 핵심 어젠다에 반영되도록 민관합동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최 회장은 "민간 입장에서 보면 '롤 체인지(역할 변화)'가 온 거 같다"며 "과거에는 정부가 정책을 정하고 중간에 의견을 수렴하는 형식이었지만, 이젠 정책을 공동으로 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규제개혁에 대해선 민관 협력과 함께 국회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규제개혁 방향은 포지티브 방식에서 네거티브 방식으로 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회장은 "규제개혁 시 민관이 협력해서 한다면 유효성과 여러 데이터를 분석할 수밖에 없다"며 "그런 것들이 미래에 변화를 가져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제개혁과 관련해선 '그 일은 하지 마라'는 것이 아닌, '그 일을 잘하면 무엇인가 줄게'라고 생각해야 한다"며 "정부만 설득해서 될 것이 아니라 규제의 상당 부분은 법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국회에서도 세팅해줘야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새 정부의 조직 개편을 앞두고 통상교섭 기능을 둘러싼 외교부와 산업부 간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는 것과 관련해선 산업계와 소통해 온 산업부에 통상기능을 그대로 남겨둬야 한다는 의견을 우회적으로 피력했다.

최 회장은 "정부를 구성하는 쪽에서 판단할 문제"라면서도 "기업 입장에서는 기업을 얼마만큼 이해하는 쪽이 통상을 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차이라고 본다"고 언급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공급망 문제가 장기화하는 것에 대해선 심각한 위기가 오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최 회장은 "전에는 무역 자유화로 전 세계 글로벌 경제가 한 틀로 묶여있었지만, 이제는 헤게모니 싸움이라고 본다"며 "니편 내편 가리는 국제 질서로 가는데 우리도 거기에 맞춰서 적응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간이 흐르면서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그렇게까지 위협적인 문제라고 보지 않는다"며 "결국은 공급망 다변화에 따라 돌아가는 일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다만 전쟁 이후에 대해선 걱정의 뜻을 내비쳤다. 최 회장은 "러시아가 어떻게 취급당하고 그 문제가 어떻게 확산할 것인지, 또 중국은 어떤 입장을 취할 지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그런 것이 원자재 가격과 모든 문제에 어떻게 영향 줄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또 그는 "경제 문제가 경제에 국한하지 않고 안보의 문제도 같이 발생하고 있다"며 "우리가 쓸 수 있는 카드를 많이 만들어서 다른 국가와 협상을 할 때 어떠한 전략을 고려해야 하는지 이런 수준까지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1월에 도입된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최 회장은 "왜 형법으로 만들었는지 아쉽다"며 "기업과 관련된 경제문제는 경제로 다뤄야 하는데 경제문제를 형법 형태로 다루면 비용 등 예측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이렇게 되면 불확실한 위험은 모두 회피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법은 만들어졌으니 이것이 실효성이 있는지 없는지는 시간이 흐르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유미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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