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민혜정 기자] 인텔이 독일에도 반도체 공장을 짓는다. 인텔이 차량용 반도체 진출을 공식화했고 독일에 자동차 업체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독일 공장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용도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인텔이 홈그라운드인 미국에 이어 유럽에도 제조 시설을 확충하며 파운드리에 사활을 건 셈이다.
4일 로이터 등에 따르면 인텔은 최근 유럽 반도체 공장 부지로 독일 중부 작센알한트주에 속한 마그데부르크를 결정했다. 지난해 9월 독일 뮌헨오토쇼(IAA 모빌리티 2021)에서 발표했던 계획의 후속조치다.
이 행사에서 인텔은 10년에 걸쳐 950억 달러(약 114조원)를 투자해 유럽에 반도체 공장 두 곳을 세울 것이라 밝혔다.
업계에선 인텔이 이 내용을 금주에 발표한다는 관측이 많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때문에 내주 이후에 공개한다는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지난해 인텔은 파운드리 재진출을 선언하며 반도체가 생산될 라인 투자 계획을 잇달아 발표해 왔다. 지난해 4월 200억 달러(약 23조9천억원)를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에 파운드리 공장을 설립하겠다고 밝혔고, 지난 1월엔 미국 오하이오주에 200억 달러를 투자해 2개의 첨단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겠다고 공언했다. 여기에 독일에 반도체 공장도 설립한다.
취임 만 1년을 맞은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파운드리 투자만이 인텔이 반등할 수 있는 길이라 보고 있다. 인텔은 중앙처리장치(CPU) 판매량에서도 AMD에 추격을 당하고 있고, 생산 경쟁에서는 TSMC, 삼성전자 등에 밀리고 있다.
겔싱어는 CEO는 이사회에 파운드리 사업에 대한 투자를 CEO직 수락 조건으로 내걸었을 정도로 파운드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반도체 업체들이 반도체 설계(팹리스)나 파운드리 중 한 분야에만 주력하는 경향이 강해진 상황에서 인텔이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물론 인텔이 이같이 공격적인 투자를 집행하더라도 TSMC, 삼성전자를 단숨에 추격하기는 쉽지 않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매출 기준 TSMC의 파운드리 점유율은 53.1%, 삼성전자는 17.1%다. 두 회사의 점유율만 70%에 달하는 셈이다.
그러나 인텔이 장기적인 투자를 단행하고 인텔이 미국, 유럽의 재정적·정책적 지원을 받는다면 TSMC, 삼성전자도 긴장할 수밖에 없다. 미국과 유럽은 반도체 생산 기지 유치를 위해 기업이 반도체 시설투자시 세액의 40%를 공제해주는 제도를 추진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유럽 정부가 반도체 생산 확대 정책을 펼치고 있기 때문에 인텔은 지금이 투자 적기라고 판단했을 것"이라며 "TSMC, 삼성전자 등이 주도하는 파운드리 시장에서 인텔이 생산 경쟁력을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민혜정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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