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최근 '쟁의권'을 확보한 삼성전자 노조가 파업 결정을 일단 보류했다. 다만 이재용 부회장, 한종희 부회장 등 삼성전자의 최고경영진과의 직접 대화를 요청하며 이를 거부할 경우 고강도 연대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예고해 긴장감은 점차 높아지는 분위기다.
전국삼성전자노조 등 삼성전자 내 4개 노조가 결성한 공동교섭단은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결정권을 가진 최고경영진이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노조가 대화 상대로 거론한 삼성전자 최고경영진은 총수인 이 부회장을 비롯해 한종희 부회장, 경계현 사장 등이다. 노조는 재작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에서 노동 3권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임금교섭에서 진심이 아닌 것을 알게 돼 이번엔 최고경영진과 대화가 꼭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현국 전국삼성전자노조 비상대책위원장은 "사측 교섭위원들은 한 사람도 결정권이 없었고, 15차례 진행된 임금교섭은 입장차만 확인하고 노조가 요구한 44개 조항 중 단 한 건도 수용되지 않은 채 결렬됐다"며 "2021년도 임금협상 노조 요구안의 핵심인 투명하고 공정한 임금체제와 직원 휴식권 보장을 위해 삼성전자 최고경영진과 대화를 원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공동교섭단은 삼성전자사무직노동조합, 삼성전자구미지부노동조합, 삼성전자노동조합 '동행',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등 4개 노조가 참여한 연대체다. 삼성전자 국내 임직원 11만 명 중 약 4%인 4천50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삼성전자 노조는 이달 4일 중노위에 조정을 신청했다. 중노위가 지난 11, 14일 두 차례 조정에 나섰지만 최종 결론을 도출하지 못했다. 노조는 지난해 9월부터 계약연봉 1천만원 일괄 인상, 매년 영업이익 25%의 성과급 지급, 성과급 지급체계 공개 등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사측은 지난해 3월 임직원 대표로 구성된 노사협의회와 임금 인상분을 결정한 만큼 추가 인상은 어렵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노조와 별개인 사내 자율기구 노사협의회는 당시 총 7.5% 임금인상에 합의한 바 있다.
일단 노조 측은 당장 쟁의권 행사를 위한 조합원 투표 등은 진행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또 삼성전자만 파업해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하는 한편, 모든 삼성 그룹사들과 연대해 총투쟁에 나서야 자신들의 요구가 수용될 수 있다고 보고 이를 추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노조 측에 따르면 이 부회장의 2020년 '무노조경영 폐기' 선언 후 삼성화재, 삼성화재, 애니카서비스, 웰스토리, 에스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등 12개 사에서 사측과 교섭을 추진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지금 각사 노조들이 같이 임금 교섭을 하고 있는데 머지않아 조정중지 결정이 떨어질 것"이라며 "그 때 준비해서 강력하게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날 오후부터 공동교섭단에서 심도 있게 논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측은 "노조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계속해서 대화하겠다"고 밝혔다.
/장유미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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